'행동주의 펀드' 경영참여 시도?...'이사선임' 주주제안 적극 활용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4-04-17 12:34:13
  • -
  • +
  • 인쇄
서스틴베스트, 255개 상장사 주총분석 결과
주총안건 1608건 중 10.1%가 반대권고 안건


행동주의 펀드들이 기업들의 정기주총에서 '이사선임' 안건을 적극 활용해 경영참여를 시도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를 의식한듯 기업들은 올 주총에서 자발적인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는 모습이 포착돼 기관투자자가 이를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뒷받침해준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는 출발점이 될 전망이다.

ESG 평가 및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가 17일 올해 255개 국내 상장기업의 정기주총을 분석한 '2024년 정기주주총회 시즌 리뷰' 보고서에 따르면, 주총안건 1608건 가운데 10.1%에 해당하는 163개 안건에 대해 반대가 권고됐다. 전년에 비해 반대 비율은 소폭 감소했지만 '정관변경'과 '이사 및 감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의 반대 권고율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주총에서는 자사주 소각을 통한 주주환원 정책을 실현하겠다고 밝힌 기업이 31곳으로, 전년 18곳에 비해 크게 늘었다. 특히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 신한지주, 우리금융지주, JB금융지주, BNK금융지주 등 6개 금융지주사의 주주환원율 평균은 38.2%에 달했다. 이는 지난 2021년 26.5%와 비교하면 11.7%포인트(p) 늘어난 것이다. 

이번 주총에 상정된 117개 주주제안 안건 가운데 '이사·감사 선임' 안건이 61개로 가장 많았다. 이 가운데 환경(E) 리스크와 관련해 '불충분한 기후공시 관련 감독책임'이 있는 8명의 이사후보들에 대해 찬성을 권고했지만 미흡한 기후공시 대응을 참고사항으로 명시했다. 사회(S) 리스크의 경우 '산업안전'과 관련해 총 4명의 이사후보에 대해 반대를 권고했다.

서스틴베스트는 사외이사 후보 적격성 측면에서 과거 사외이사 연임이력을 살펴본 결과, 시가총액 10위권 내 기업의 사외이사 가운데 많게는 9개 기업에서 사외이사로 재직한 이력이 있거나 길게는 18년동안 사외이사로 활동한 사람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른바 '직업형 사외이사'라고 불리는 이 사외이사들은 임기 만료와 동시에 다른 기업에서 사외이사 활동을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서스틴베스트는 "과도하게 반복되는 사외이사 이력이 사외이사 독립성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주는지 여부를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주총에서 주주제안 안건을 상정한 상장기업수는 34곳이었다. 이 중 18개사는 일반주주들이 발의한 주주제안으로 상정됐고, 9개사는 경영권 갈등 성격의 주주제안이었다. 또 7개사는 국내외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제안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행동주의 펀드들의 주주제안이 대부분 '이사선임'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봤을 때 이들의 투자전략이 '배당확대'와 같은 단기성 요구에서 벗어나 경영참여와 같은 중장기 전략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음이 감지됐다.

또 KT&G, JB금융지주 주총에서 집중투표제를 활용한 이사회 진입 사례는 앞으로 행동주의 펀드들이 성과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집중투표제를 활용할 가능성을 높였다. 다만 일부 사례에서 집중투표제 실시 과정에서 외국인 주주의 집중투표 표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어, 집중투표제 활성화 추진에 앞서 세부적인 제도정비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정부의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이 실효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기업의 이사회, 특히 사외이사가 지배주주가 아닌 일반주주 관점에서 경영진을 견제·감독할 필요가 있고,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는 스튜어드십 코드가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기부받은 물건으로 만들었다구요?"...자원순환 가치를 담은 작품들

옷을 가득 짊어진 아이들이 어딘가로 달려가고 있다. 현대사회의 무분별한 소비가 가져온 환경파괴를 그린 작품이다. 그 뒷편으로 어디서나 볼 수 있

"연대로 지속가능한 사회 이루자"...아름다운가게 '그물코 프로젝트' 포럼

아름다운가게가 창립 22주년을 맞아 진행한 '그물코 프로젝트'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자원순환은 연대·협업으로 이뤄야 하는 것"이

기후투자기금, 시멘트·철강·알루미늄 저탄소전환에 10억弗 투자한다

기후투자기금(CIF)이 알루미늄, 시멘트, 철강 등 고배출분야에서 개발도상국의 저탄소전환을 돕기 위해 10억달러(약 1조3347억원)를 투자한다.3일(현지시

수퍼빈, 듀폰·레노버 제쳤다...로이터 지속가능어워드 '우수상'

순환경제 스타트업 수퍼빈이 영국 로이터통신이 주관하는 '로이터 지속가능 어워드(Reuters Sustainability Awards) 2024'에서 순환경제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500개 기업 ESG 등급 'BBB'..."환경·사회 정보공개, 품질향상해야"

올해 국내 500개 기업의 ESG 평균 종합점수가 'BBB' 등급으로 나왔다. 지난해 평균보다 한단계 떨어졌다.4일 ESG평가기관이자 의결권자문사인 아주기업경

대한상의, 유럽 진출 기업 위한 '공급망 실사 지침서' 발간

유럽에 지출하려는 기업들을 위한 '공급망 실사 지침 가이드북'이 발간됐다.대한상공회의소는 EY한영과 공동으로 'EU 수출 기업을 위한 공급망 실사 지

기후/환경

+

해파리 쏘임사고 5.6배 급증..."기후위기로 해수온도 높아진 탓"

우리나라 근해의 고수온으로 해파리가 급증하면서 올들어 해파리 쏘임 사고가 지난해보다 6배 가까이 증가했다.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AI의 예측'...2100년 美북동부 해안마을 모두 잠긴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지구온난화가 진행된다면 2100년에 미국의 북동부 지역이 모두 물에 잠기게 된다는 인공지능(AI) 이미지가 화제다.3일(현지시간) 비

태풍 '끄라톤' 한국까지 못온다...대만 강타하면서 세력 약화

최대풍속 173㎞에 달하는 제18로 태풍 '끄라톤'이 타이완(대만)을 강타하면서 힘이 빠져 한반도까지 북상하지 못할 전망이다. 3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

10월인데 45℃ "미친 날씨"...美남서부 지독한 '가을폭염'

10월에 접어들었는데도 미국 남서부 지역의 폭염은 누그러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1일(현지시간) 미국 국립기상청은 미국 남서부 전역에 기록적인

'끄라톤'에 떨고 있는 대만...역대급 슈퍼태풍에 휴무·휴교령까지

역대급 슈퍼태풍 '끄라톤' 예상 경로가 타이완(대만)을 관통하는 것으로 예측되면서 타이완은 현재 초긴장 상태에 놓여있다.2일(현지시간) 자유시보 등

올 9월 역대 가장 더웠다...한반도 '가을폭염' 원인은?

추석 연휴까지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가을폭염'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였던 지난 9월 전국 평균 일최저기온이 사상 처음으로 20℃를 넘어섰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