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화율 3분의 2로 줄고 성장하기 전 폐사
온난화로 해수온도가 계속 오를 경우 문어가 눈이 멀게 돼 생존에도 치명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또 문어 알의 부화율도 떨어져 '바다의 잡초'라고 불릴 정도로 적응능력이 뛰어난 문어도 기후위기 앞에서는 속수무책인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 애들레이드대학교 키아즈 후아 생명과학박사 연구팀은 현재보다 해수온도가 3℃가량 높은 환경에서 열 스트레스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문어가 특정 단백질을 생산하는 능력이 저하되면서 시각능력을 상실하게 된다는 사실을 최근 밝혀냈다. 지금처럼 온난화가 계속될 경우 22℃ 수준인 여름철 해수온도는 금세기말 25℃까지 오르게 된다.
연구팀은 지구온난화가 바다생물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 가장 적응능력이 뛰어난 개체 가운데 하나로 알려진 문어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어미 문어와 부화직전 상태의 문어알을 3부류로 나눠 19℃, 22℃, 25℃ 등의 각기 다른 온도 조건에 노출시켰다. 그 결과, 온도가 오르면 시각과 관련 있는 단백질 생산능력에 문제가 생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와 22℃ 사이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19℃와 25℃, 22℃와 25℃를 비교했을 때 단백질 생산량은 각각 최대 18배, 14배 차이가 났다. 감소한 단백질은 수정체의 투명도와 시각적 선명성을 관장하는 단백질, 망막 광수용체의 시각색소를 복원하는 단백질 등 문어의 시각과 관련된 단백질이었다. 문어는 서로 간의 소통이나 포식자 및 먹이 식별 등 뇌로 받아들이는 정보의 70%를 시각에 의존하기 때문에 시각을 잃게되면 생존에 치명적이다.
이에 따라 25℃ 조건에 놓인 어미 문어들은 확연한 스트레스 반응을 보였고, 이들이 낳은 알의 3분의 2가 부화하지 않았다. 적게나마 부화한 새끼 문어들마저 스트레스 반응을 보이며 성체로 자라나지 못했다. 연구팀은 실험에 쓰인 문어들이 실험실 조건에서 급격한 온도변화를 맞이했기 때문에 금세기말의 실제 조건을 그대로 반영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기온상승이 문어에 해가 된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는 분석이다.
후아 박사는 "지구온난화는 여러 문어 세대들에게 동시다발적인 충격을 가한다"며 "문어와 같은 고도로 적응능력이 뛰어난 생물종도 해양변화에 맞춰 살아남지 못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논문은 지난 4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글로벌 체인지 바이올로지'(Global Change Biology)에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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