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E 투자는 '13분의 1' 수준
우리나라 공적금융의 화석연료 투자규모가 세계 2위를 차지했다. 1위였던 캐나다가 신규 화석연료 투자종식을 선언했기 때문에 한국이 나랏돈을 화석연료에 퍼붓는 '1위 국가'라는 불명예를 떠안을 전망이다.
미국 기후환경단체 오일체인인터내셔널(OCI, Oil Change International)이 3일 공개한 화석연료 투자규모 상위 5개국의 2020~2022년 공적금융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공적금융을 통해 화석연료 산업을 지원한 금액은 연평균 100억달러(약 13조5000억원)에 달했다.
우리나라보다 공적금융을 화석연료 산업에 더 많이 투자해 세계 1위를 차지한 나라는 캐나다다. 캐나다는 연평균 110억달러(약 14조8500억원)를 투자했다. 하지만 캐나다는 지난 2022년말 '청정에너지 전환 파트너십'(CETP, Clean Energy Transition Partnership) 이행계획을 발표하면서 해외 화석연료 공적금융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지난해 OCI 집계에서 1위를 차지했던 일본은 이번 집계에서 화석연료 투자규모가 연평균 70억달러(약 9조5000억원)로 줄어 세계 3위로 내려왔다. 이에 따라 화석연료 투자중단을 선언하지 않은 국가 중에선 우리나라가 일본을 제치고 가장 큰 화석연료 지원국이 되고 말았다.
우리나라는 지난 2021년 석탄금융 종식을 선언했음에도 화석연료 금융총액은 되레 늘었다. 이는 석탄 대신 가스에 대한 신규투자가 늘어난 탓이다. 2020~2022년 한국의 화석연료 금융의 84%가 가스산업으로 흘러들어갔다. 그 다음으로는 혼합석유가 8%, 석탄이 6%, 석유가 2%를 차지했다. 사업 유형으로 보면 한국의 화석연료 금융의 72%는 운송 및 가공부문에 투자됐고, 대부분은 LNG 운송사업에 제공됐다.
반면 한국과 마찬가지로 2021년 석탄금융 종식을 선언한 일본은 재생에너지로 투자를 확대했다. 2020~2022년 일본의 청정에너지 금융은 연평균 23억달러(약 3조1000억원)로 같은 기간 8억5000만달러(약 1조1500억원)에 그친 우리나라 청정에너지 금융의 3배 수준이다.
이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우리나라는 전세계 청정에너지 시장 확보에서 크게 뒤처질 수밖에 없을 뿐더러 탄소중립 목표도 달성할 수 없고, 기후위기와 환경오염을 유발해 전세계적인 민폐를 끼치게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돈가스인도네시아'(Don't Gas Indonesia)의 활동가 시짓 부디오노는 "한국의 공적금융이 가스를 지원하는 것은 기후위기를 부추길 뿐 아니라 전세계 다양한 공동체에 사회적·생태적 위기를 초래한다"며 "대부분 가스 프로젝트에 집중된 한국 공적금융의 자금 흐름으로는 탄소중립 목표도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기후솔루션 오동재 석유가스팀장은 "한국이 화석연료 투자에 관성적으로 공적금융을 투여하는동안, 한국 산업의 청정에너지 산업 경쟁력은 다른 경쟁국가들에 빼앗기게 될 것"이라며 "더 늦기전에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정책금융 패러다임 전환을 국제사회에 천명하고, 국내 산업계에 시그널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보고서 저자인 클레어 오매닉크 OCI 연구원은 "전세계적으로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국제 공적금융의 역할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그러나 한국과 같은 선진국이 기후를 파괴하는 화석연료 사업에 매년 100억달러씩 투자한다면 이러한 국제적 공적금융의 노력이 무색해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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