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교수'까지 집단행동 조짐...병원 '개점휴업' 하나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4-03-07 15:14:24
  • -
  • +
  • 인쇄
전공의 이탈 17일째...교수들도 동조 성명
정부, 간호사 업무 확장시켜 의료현장 투입
▲전공의 이탈로 의료공백이 계속되고 있는 7일 광주 동구 전남대병원 성형외과 병동이 폐쇄돼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의료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이 17일째 돌아올 기미가 없는 가운데 전문의에 의과대학 교수들까지 이탈할 조짐을 보이면서 병원의 '개점휴업' 상태가 우려되고 있다.

7일 복귀한 전공의가 대전 5개 주요 대학·종합병원과 천안지역 대형병원(단국대·순천향대병원) 2명을 제외하고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복귀자보다 사직자들이 오히려 더 늘어나면서 의료공백은 더 심해진 상태다. 천안 단국대병원에서는 전날 전공의 2명이 사직서를 제출함에 따라 사직 전공의가 109명으로 늘었다.

인천 수련병원 전공의 상당수도 의료현장 복귀 대신 재계약 포기를 선택하고 있다. 인천시는 11개 수련병원의 전체 전공의 540명 중 360명(66.6%)이 근무지를 이탈하고 199명(36.8%)이 계약을 미체결한 것으로 파악했다.

옆친 데 덮친 격으로 의대 교수들마저 의대 증원에 반발하며 공동성명을 내거나 단체 사직서를 제출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학장단은 이날 '의대 증원 신청'을 막지 못한 책임을 지겠다며 전원 사퇴서를 제출했다. 경상국립대 의대도 전날 보직교수 12명 전원이 '보직 사직원'을, 보직이 없는 교수 2명은 사직서를 제출했다. 원광대 의대 교수들도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하는 성명을 발표하며 집단행동 가능성을 내비쳤다.

영남대학교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역시 성명을 통해 "수련의, 전공의, 의대생의 피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모든 사태의 책임은 현 정부에 있다"고 비판했다.

충북지역 유일의 상급종합병원인 충북대병원은 전공의 151명 중 149명이 병원을 이탈한 데 이어, 최근 심장내과 교수마저 사직서를 제출했다. 충북대학교 의과대학·충북대병원 교수들이 모인 비상대책위원회도 이날 오후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이처럼 현장을 이탈한 의료진들이 늘어남에 따라 병원은 텅텅 비어가고 있다. 전공의들의 집단이탈로 환자와 수술 건수가 절반 가까이 줄었고, 환자수가 줄어들자 병원들은 병상을 줄이거나 간호사와 사무직 등 직원들에게 무급휴가를 권장하고 있다.

전남대병원은 전날 입원 환자가 급감한 2개 병동을 폐쇄하고 해당 병동 의료진을 응급·중환자실과 필수의료과 등에 재배치했다. 현재 50개 병동 가운데 6개 병동이 빈 부산대병원도 유사 진료과끼리 병동을 통합 운영하기 시작했다. 동아대병원은 이미 응급실 병상을 40개에서 20개로 축소해 운영중이다.

전체 전공의의 94%가 이탈한 제주대병원도 간호·간병서비스통합병동을 2개에서 1개로 통폐합했다. 또 이번주 중 내과 중환자실 운영 병상수를 20개에서 12개(내과 8·응급 4)로 축소한다.

을지대병원 응급실에서는 의료진 부재로 피부과·정형외과·정신과·이비인후과 진료가 불가능하고, 신경외과는 평일 업무시간에만 진료를 볼 수 있다. 또 내과와 정형외과 일부 병상을 폐쇄, 축소 운영하는 한편 지난 4일부터 간호사를 대상으로 무급휴직 신청을 받고 있다.

대전성모병원 응급실도 성형외과·소아과 진료가 불가능하다고 공지했다. 건양대병원은 간호·행정·의료기사 직군을 대상으로 연차휴가 사용을 권고했다.

7일 보건복지는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8일부터 간호사들도 응급환자를 대상으로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고, 응급약물을 투입할 수 있도록 하는 '간호사 업무관련 시범사업 보완지침'을 내놨다.

이 보완지침은 건강 문제 확인·감별, 검사, 치료·처치 등 총 10개 분야에서 98개 진료지원 행위를 구분해 간호사들이 할 수 있는 업무를 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종합병원과 수련병원의 간호사들은 사망진단, 엑스레이촬영, 대리수술, 전신마취, 전문의약품 처방 등을 제외한 여러 의료행위를 할 수 있게 된다. 응급상황에서의 심폐소생술이나 응급약물 투여를 할 수 있고, 혈액 등 각종 검체를 체취하거나 심전도·초음파·코로나19 등 검사도 할 수 있다.

자격시험을 통과한 전문간호사와 진료보조(PA) 간호사를 뜻한 전담간호사는 위임된 검사·약물의 처방을 할 수 있고, 진료기록이나 검사·판독 의뢰서, 진단서, 전원 의뢰서, 수술동의서 등 각종 기록물의 초안을 작성할 수 있다. 또 수술부위 봉합(suture) 등 수술행위에도 참여하고, 석고 붕대나 부목을 이용한 처치와 체외 충격파 쇄석술, 유치 도뇨관(foley catheter) 삽입도 가능하다. 특히 전문간호사는 중환자 대상 기관삽관·발관과 중심정맥관 삽입·관리, 뇌척수액 채취도 할 수 있다.

종합병원의 경우 간호사 업무범위를 설정한 뒤 복지부에 제출해 승인받아야 한다. 각 의료기관은 간호사 업무범위 조정위원회를 구성하고, 전담간호사 등이 참여한 가운데 간호부서장과 협의해서 업무범위를 설정해야 한다. 각 병원은 이 조정위원회에서 정한 업무 외에 다른 업무를 지시해서는 안된다. 의료기관장이 간호사 업무를 추가했을 때는 자체 보상해야 한다. 관리·감독 미비에 따른 사고가 발생하면 최종 법적 책임은 '의료기관장'이 져야 한다.

복지부는 간호사의 업무범위를 넓힌 이번 지침을 제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전공의 집단사직 후 수익성 악화로 직원 무급휴가를 시행하는 대학병원들의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간호인력도 여유가 있을 수 있는데, 이번에 간호사 업무지침을 다시 정함에 따라서 간호사들이 일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ESG

Video

+

ESG

+

'박스피'에 속타는 기업들...축 처진 주가 살리기에 '안간힘'

주요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주식시장이 휘청거리며 맥을 못추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이 자사주 소각, 배당성향 높이기 등 일제히 주주가치 제고를 통한

빙그레, 내년 5월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

빙그레가 22일 열린 이사회에서 2025년 5월에 지주회사 '빙그레홀딩스'와 사업회사 '빙그레'로 인적분할하기로 결의했다.분할 후 지주회사는 신규사업투

SPC그룹, 연말 맞아 임직원 물품기증 캠페인 진행

SPC그룹이 연말을 맞아 임직원들이 함께 물품을 기부해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돕는 '기부, GIVE(기브)해' 캠페인을 진행했다.22일 서울 양재동 'SPC1945' 사

'부당대출' 눈감아준 조병규 우리은행장 결국 연임 실패

손태승 전임 회장의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을 알고도 눈감아줬다는 의혹에 휩싸인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결국 연임하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어난다. 22일

화장품 빈병으로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 노들섬 설치

화장품 빈병으로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가 노들섬에 세워졌다.아모레퍼시픽재단은 '다시 보다, 희망의 빛 1332'라는 이름의 공병 트리를 만들어 노들섬

'플라스틱 제로' 선언해놓고...GS25 '초코바' 막대는 플라스틱

'플라스틱 제로'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던 GS25가 아이스크림 막대에 플라스틱 재질을 사용해 빈축을 사고 있다.편의점 GS25는 지난 6월 20일 넷플릭스와 손

기후/환경

+

'최악 스모그'에 파묻힌 인도 뉴델리..."기후변화로 대기질 더 악화"

인도 뉴델리가 학교까지 문을 닫을 정도로 최악의 스모그가 덮친 원인은 기후변화에서 기인된 것으로 분석됐다.22일 인도매체 타임스오브인디아는 인

[COP29] 1조달러 확보 결국 실패?...기후재원 '텅빈' 합의문 초안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1조달러의 신규 기후재원을 확보하겠다는 목표가 결국 실패로 돌아갈 전망이다. 폐막 하루전 나온 '신

아제르바이잔, COP29.com 도메인 뺏기고 뒤늦게 접속차단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고 있는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의 공식 웹사이트 주소가 'COP29.com'이 아닌 'COP29.az'가 된 배경에는 환경

거목이 뿌리째 뽑혔다…'폭탄 사이클론' 美서북부 강타

미국 서북부 지역이 10년에 한번 올까말까한 '폭탄 사이클론'으로 쑥대밭이 됐다. 시속 163㎞에 달하는 초강풍에 거리 곳곳에서 나무들이 뿌리째 뽑히고

[COP29] 관광도 NDC 포함되나...'관광분야 기후행동 강화 선언' 출범

전세계 탄소배출량의 8.8%를 차지하는 관광산업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포함시켜 정부가 관리하도록 하는 국제 이니셔티브가 추진된다.20일(현

"AI기술로 기후변화 대응한다"…코이카, 유엔기후변화협약과 협약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리우협약, 파리기후변화협정 등의 합의를 이뤄낸 기후변화대응협의체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과 협력해 인공지능(AI) 기술을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