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우선주의 기후대응으로 타개해야
주요 7개국(G7) 국민들은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보다 기후위기를 더 심각한 안보위협으로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현지시간) 세계 최대규모 국제안보정책 회의인 뮌헨안보회의(MSC)가 연례회의를 사흘 앞두고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G7과 브릭스에 속하는 11개국 국민들 대다수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가장 큰 안보위협으로 꼽았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기후위기'를 가장 큰 안보위협으로 꼽았다.
이번 조사는 G7 회원국인 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캐나다·이탈리아 등 7개국과 러시아를 제외한 브릭스 국가들인 브라질·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의 1만2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다.
이번 설문조사는 32개 안보위협에 대한 △종합평가 △향후 12개월 전망 △심각성 △임박성 △준비태세 등 5개 관점에서 평가하도록 해 100점을 최고점으로 평가지수를 나타냈다.
조사 결과, G7 회원국 가운데 영국과 일본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은 '기후위기'를 올해 가장 큰 안보위협으로 꼽았다. 특히 이탈리아 국민들은 기후위기를 안보위협으로 체감하는 정도가 가장 높았다. 이탈리아의 경우 '극한기후 및 산불', '기후변화 전반', '생태계 파괴' 평가지수가 각각 78점, 75점, 73점으로 안보위협의 1~3위를 기후위기 관련 항목이 차지했다.
독일과 캐나다 국민들도 기후위기를 가장 심각한 안보위협으로 인식했다. 독일은 '전쟁과 기후변화로 인한 대규모 이주' 평가지수가 80점에 달했고, '러시아'에 대한 안보위협 순위는 7위로 밀려났다. 캐나다 국민들이 받아들이는 안보위협 순위는 '극한기후 및 산불', '생태계 파괴'가 1, 2위를 차지한 반면, '러시아'는 3위였다. 프랑스 국민들의 경우는 '이슬람 급진주의 테러'를 안보위협 1순위로 꼽았고, '전쟁과 기후변화로 인한 대규모 이주'를 그 다음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이에 비해 영국과 일본 국민들은 여전히 '러시아'를 가장 심각한 안보위협으로 받아들였다. 다만 영국은 '생태계 파괴'가 2위, '기후변화 전반'이 '사이버 공격'과 함께 나란히 3위를 차지했다. 일본도 '기후변화 전반'이 4위를 차지해 전반적으로 기후위기를 주요한 안보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에는 이견이 없었다.
반면 미국은 G7 가운데 기후위기를 안보위협으로 받아들이는 국민들의 인식수준이 가장 낮았다. '극한기후 및 산불', '생태계 파괴', '전쟁과 기후변화로 인한 대규모 이주'가 32개 안보위협 가운데 9~11위에 그쳤고, '사이버공격'과 '정치적 양극화', '중국', '러시아' 등 주로 정치적인 위협을 가장 심각한 안보위협으로 받아들였다.
브릭스 국가들도 '기후위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브라질에서는 '이상기후 및 산불', '기후변화 전반', '생태계 파괴'가 안보위협 1~3위를 차지했고, 중국은 '기후변화 전반'이 2위, 인도는 '기후변화 전반'과 '생태계 파괴'가 각각 1위와 3위, 남아공에서는 '에너지 공급 대란', '식량부족'이 각각 1위와 3위를 차지해 기후위기 여파가 이미 국가경제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처럼 기후위기는 저소득, 고소득 국가를 나눌 것 없이 공통의 주요 안보위협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기후위기 대응목표가 흔들리고 있다는 게 MSC의 설명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세계화가 막을 내리고 자국우선주의로 돌아서면서 정치·외교·경제적 불확실성이 늘었다. 이에 협력을 통해 절대적 파이를 늘리는 공동번영보다 당장의 손해를 덜기 위해 위험요인과 기회요인을 한꺼번에 배제하는 디리스킹(de-risking) 기조가 만연하면서 결국 모두가 손해를 보는 루즈-루즈(lose-lose)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MSC는 기후위기가 파편화된 국제사회를 하나로 묶는 매개로 작용해 안보위협을 타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기후위기 대응은 주요국과 개발도상국 모두 거스를 수 없기 때문에 주요국은 기후금융을 제공하고, 핵심광물의 공급을 원활하게 만들어 녹색전환을 앞당기는 방식으로 협력을 강화해 안보위기를 완화해야 한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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