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먹는 하마' 암호화폐...美정부 전기사용량 단속 나섰다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4-02-07 15:33:57
  • -
  • +
  • 인쇄


미국 정부가 '전기먹는 하마'로 통하는 암호화폐 채굴의 에너지 사용량 단속에 나섰다.

미국 에너지 정보국(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EIA)은 최근 "미국에서 운영중인 130개 이상의 암호화폐 채굴업체로부터 에너지 사용량 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EIA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암호화폐 업계의 에너지 수요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암호화폐 채굴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곳이 어디인지 파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암호화폐 채굴이 국가전력망에 위협이 되고 기후위기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진데 따른 조치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미국 암호화폐 업체들은 앞으로 정부에 에너지 사용량을 보고해야 한다.

EIA는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미국에서 암호화폐 채굴이 증가함에 따라 이 사업의 에너지 집약적 특성과 미국 전력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특히 전력 피크 기간동안 전력망 부담, 전기가격 상승 가능성, 에너지 관련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영향 등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암호화폐를 채굴하려면 막대한 전기가 필요하다. 암호화폐를 많이 채굴하려면 그만큼 많은 서버가 필요하기 때문에 암호화폐의 상업적 채굴은 전력소비량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최근들어 암호화폐 가치가 높아지면서 이를 채굴하려는 서버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EIA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에 걸쳐 암호화폐 채굴에 소비된 전력량은 전세계 전력수요의 약 1%를 차지했다. 이는 호주 전체가 사용하는 전력량과 맞먹었다. 지난해 미국에서 암호화폐 채굴에 소비된 전력은 전체의 2.3%에 달했다. EIA는 "이는 웨스트버지니아주 전체 전력 수요와 거의 같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대부분의 전기는 화력발전소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암호화폐 에너지 수요가 증가하면 대기중으로 방출되는 온실가스도 그만큼 증가한다. 청정에너지 비정부기구인 RMI는 "미국 암호화폐 업계는 미국 철도 산업의 연간 배출량과 맞먹는 매년 2500만~5000만톤의 이산화탄소(CO2)를 배출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결과는 미국 암호화폐 시장이 빠르게 성장한 요인도 있다. EIA는 "2022년 비트코인의 약 38%가 미국에서 채굴됐다"며 "2020년 미국 채굴량이 전체의 3.4%에 불과했다는 것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늘어난 것"이라고 했다.

그러다보니 암호화폐 서버가 들어선 지역에서 전기요금이 상승하는 일이 허다했다. 암호화폐 서버 비용을 애꿎은 지역주민들이 떠안았던 것이다. 2018년 뉴욕 북부에 있는 플래츠버그시에 한 암호화폐 채굴업체가 들어온 이후 전기료가 100달러에서 200달러로 상승했다. 이에 지역의원들이 나서서 해당업체에게 운영중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에너지 컨설팅회사인 우드 매켄지(Wood Mackenzie)의 벤 헤르츠-샤르겔(Ben Hertz-Shargel) 전력연구원은 "텍사스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비트코인 채굴장의 전력수요로 인해 텍사스는 15분마다 전기요금이 결정된다"고 했다. 그는 "이로 인해 텍사스 지역민들과 기업들은 전기료를 연간 18억달러씩 지불하고 있고, 이는 이전에 지불했던 전기료보다 4.7% 인상된 금액"이라고 덧붙였다.

샤르겔 연구원은 "구글이나 아마존같은 빅테크 기업이 하는 것처럼 암호화폐 기업도 자체 재생에너지 시스템을 개발해 전력망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며 "그러나 암호화폐 기업들은 이러한 노력을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기존 재생에너지 시설 옆에 서버를 세우고 인근 가정과 기업에 공급될 청정 전력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지역 풍력발전소나 태양광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청정에너지가 암호화폐 서버로 빨려가고 있다"며 "그 결과 전체 전력수요가 증가해 화석 발전량을 늘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일부 암호화폐 업체들은 자정노력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더리움(Ethereum)은 "채굴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99% 이상 줄일 수 있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에 샤르겔 연구원은 "다른 기업들도 이더리움의 선례를 따라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더 많은 정부 규제를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ESG '환경·사회' 지표 투자전략 반영했더니 지수 수익률 상회"

투자전략에 ESG 세부지표를 반영하면 시장대비 높은 장기수익률과 안정적인 위험관리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ESG 평가 및 투자자문기관 서

'몸짱 소방관' 2026년 달력 만든다...'우리동네GS'에서 사전예약

오는 11월 9일 소방의 날을 맞아 2026년도 '몸짱 소방관 달력'이 나온다.몸짱 소방관 달력의 정식명칭은 '소방관 희망나눔달력'으로, 서울시 소방재난본

SK이노, 에이트린 재생플라스틱 우산에 전과정평가(LCA) 무상 지원

SK이노베이션이 소셜벤처 '에이트린'의 재생플라스틱 우산에 대한 전과정평가(LCA)를 무상 지원한다.SK이노베이션은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

KT도 '유심' 무상교체 시행...김영섭 대표는 연임포기

KT는 최근 발생한 무단 소액결제 피해 및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다시한번 사과하고, 고객의 보안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5일부터 교체를 희망하는 전 고

노동부 칼 빼들었다...'런베뮤' 지점과 계열사도 근로감독

고용노동부가 과로사 의혹이 불거진 '런던베이글뮤지엄'의 모든 지점과 운영사인 엘비엠의 계열사까지 근로감독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런던베이글

SPC 허진수-허희수 형제 '나란히 승진'...경영승계 '속도낸다'

SPC그룹은 허진수 사장을 부회장으로, 허희수 부사장을 사장으로 각각 승진 발령하면서 3세 경영승계 작업을 가속화했다.4일 SPC그룹은 이같은 인사단행

기후/환경

+

韓선박 무더기 운항제한 직면하나?..."탄소감축 못하면 국제규제"

한국 해운업계가 탄소배출을 줄이지 못해 일부 선박이 운항제한이나 벌금을 맞을 위기에 직면했다.기후솔루션은 5일 전세계 100대 해운사의 온실가스

화석연료 못버리는 국가들..."파리협약 1.5℃ 목표달성 불가능"

전세계가 지구온난화를 1.5℃ 이내로 억제하기로 합의한 '파리기후변화협약'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5일(현지시간) 미국 시사주간

[뷰펠] 에너지 저장하는 '모래 배터리' 개발...베트남 스타트업의 도전

뉴스트리가 재단법인 아름다운가게 '뷰티풀펠로우'에 선정된 기업을 차례로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뷰티풀펠로우는 지속가능하고 혁신적인

[단독] 정부 2035 국가온실가스 감축률 '61%안'으로 가닥

2035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2035 NDC)가 '61%안'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4일 정부 안팎 관계자들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18년 대비 온실가스를 5

국제기후기금 97%는 기술에 '몰빵'...사회적 지원은 '찔끔'

국제적으로 조성된 기후기금의 97%는 기술투자에 투입됐고, 사람과 지역사회를 위한 지원은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3일(현지시간) 영국

갯벌도 탄소흡수원으로...IPCC 보고서 개요에 韓 입장 반영

2027년 발간될 'IPCC 기후변화 보고서'에 갯벌도 탄소흡수원으로 포함된다.유엔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2027년 발간할 '이산화탄소 제거와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