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이상한파 원인 밝혀졌다..."제트기류 아닌 해류때문"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12-12 17:02:07
  • -
  • +
  • 인쇄
KIST와 연세대 공동연구팀 처음 규명
해양전선이 '제트기류' 속도에도 영향
▲사각형으로 표시된 부분의 해수면 온도가 북쪽으로 갈수록 급격히 낮아지는 지역이 '해양전선'이다. 왼쪽은 우리나라 겨울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북대서양 걸프류 해양전선이고, 오른쪽은 북미지역에 영향을 미치는 북태평양 쿠로시오 해류전선이다. (자료=한국과학기술연구원)


우리나라에서 이상고온과 이상한파가 발생하는 직접적인 원인은 '제트기류'가 아닌 '해양전선'이라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처음 밝혀졌다.

12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지속가능환경연구단 성미경 박사와 연세대학교 비가역적기후변화 연구센터 안순일 교수연구팀은 우리나라에서 여름철 나타나는 이상고온과 겨울철 발생하는 이상한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해양전선'이라는 사실을 규명했다. 해양전선은 열을 흡수하는 내뿜는 과정에서 '제트기류'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전선'은 대서양과 태평양 중위도 부근에서 북쪽으로 갈수록 온도가 급격히 낮아지는 지역을 말한다. 해양전선은 수년에서 수십년 주기로 열을 축적했다 해소하기를 반복하는데, 이 과정에서 열에너지를 수송하면서 인접국의 날씨와 기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해양전선은 북대서양 걸프류이고, 북미지역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해양전선은 북태평양 쿠로시오 해류다. 해양전선에 있는 제트기류의 속도는 급격한 온도차로 인해 매우 빠르다.

북쪽에 있는 해양전선이 열을 많이 흡수하게 되면 남쪽과 북쪽의 온도차가 줄면서 제트기류가 약해진다. 제트기류가 약해지면 북극의 찬바람이 밀고 내려와 한반도에 한파가 찾아온다. 반대로 북쪽에 있는 해양전선이 열을 내뿜는 시기에는 남쪽과 북쪽의 온도차가 커지면서 제트기류가 강해져 북극의 찬바람을 차단한다. 

결과적으로 한반도의 이상고온과 이상한파는 제트기류에 의한 것이기는 하지만 제트기류가 일차적인 원인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해양전선이 일차적인 원인을 제공한다는 사실이었다는 것이 이번 연구에서 밝혀졌다. 이는 북반구의 이상한파가 북극해빙 감소로 인한 제트기류 약화에 의한 것이라는 기존 학설을 뒤집는 것이다.

실제로 기존 북극온난화에 따라 제트기류가 약화했다는 가설은 기후모델 실험과 관측자료의 불일치로 타당성을 제대로 입증할 수 없었다. 반면 이번 연구는 기후모델과 관측자료가 일치했다는 점에서 타당성이 입증된 것이다.

이번 연구결과처럼 우리나라 이상고온과 이상한파의 원인이 '해양전선'에 있는 것이라면, 앞으로 이상기후 현상은 더 빈번해질 전망이다. 연구팀이 온실가스를 증가시킨 기후모델 실험을 통해 해양구조가 변화된 미래를 예측한 결과, 동아시아 지역에서 이상고온·한파가 더욱 빈번하게 교차될 가능성이 높게 나타났다.

▲걸프류 해양전선 열축적 강화시 동아시아 기온 반응기후모델에서 걸프류 지역 열축적 증가 조건(대서양 지역 상자 내 갈색 지역)과, 해당 조건을 강제한 20년간의 가상실험에서 동아시아 지역에 온도 하강 반응이 우세함을 보여주는 사례(파란색). (자료=한국과학기술연구원)


이에 따라 연구팀은 사회경제적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이상기후의 위험도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기후모델 구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 2021년 2월 미국 텍사스주 대규모 정전 사태는 이례적인 혹한 때문으로 밝혀지면서 이후 미국을 포함한 기후기술 선도국들은 10년 주기로 기후예측 기술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연구팀은 이번 공동연구에서 해양전선이 동아시아와 북미 지역에서 빈번한 이상한파의 원인으로 지목됨에 따라, 앞으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겨울철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데 활용되기를 기대했다.

KIST 성미경 박사는 "이번 연구성과에서 밝힌 해양전선의 영향을 지구온난화 기후모델에 적용하면 10년 이내 기후변화 전망을 개선할 수 있다"며 "겨울철 에너지 수요 장기 전망, 기후변화 대응 인프라 구축 등에 중요한 참고 자료를 제공해 2021년 텍사스주 정전과 같은 기후재난 사태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11월 27일자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신규 원전건설 백지화 시사한 환경장관 "탈원전은 아냐"

곧 출범할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이끌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새로운 원전을 짓는 데 대해 국민 공론화를 통한 재논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신규 원전을 추

"비용부담 커진다"vs"무상할당 안돼"...4차 배출권 할당계획 '대립각'

정부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할 '제4차 국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안'을 놓고 산업계와 시민단체들이 큰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산업계

경기도주식회사, 탄소중립 실천 위한 '친환경 협업 기업' 모집

탄소중립 실천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경기도주식회사가 오는 10월 3일까지 '2025년 2차 기후행동 기회소득 사업 플랫폼 구축 및 운영' 협업 기업을 모

"철강·석유화학 배출권 유상할당 높여라...국제추세 역행하는 것"

환경부가 철강과 석유화학 등 탄소다배출 업종에 대한 4차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무상할당 비율을 종전대로 100%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자, 시민단

배출권 유상할당 20% 상향...상의 "기업 비용부담 커질 것" 우려

환경부가 2026년~2030년까지 기업들의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비중'을 현행 10%에서 15%로 올리는 '제4차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에 대해 산업계가 비용부담

한은 "극한기후가 물가상승 야기…기후대응 없으면 상승률 2배"

폭우나 폭염과 같은 극한기후고 소비자물가에 단기적인 악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1년 넘게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기후변화

기후/환경

+

강릉에 '반가운 비'...폭우 쏟아졌지만 가뭄 해갈 역부족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릉에 '단비'가 내렸다. 아직 가뭄이 해갈될 정도는 아니지만 간밤에 내린 비 덕분에 강릉 시민들의 식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주말날씨] 전국 이틀간 '세찬 비'...강릉에도 '가뭄에 단비'

이번 주말에는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릉에 많은 비가 내린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이번 비는 중국에서 형성된 비구름대가 우리나라로 진입하면서

"환경장관 약속 못믿어"...세종보 천막농성 철회 안한다

4대강 보 철거를 요구하며 금강 세종보에서 500일간 농성했던 환경단체들이 농성을 중단하기로 했다가 이를 철회했다.11일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직접

화석연료 기업들 내뿜는 탄소...치명적인 폭염을 낳았다

엑손모빌 등 석유 대기업들의 탄소배출량이 2000년 이후 전세계에서 발생했던 수십건의 폭염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강릉 식수원 고갈 일보직전 '비소식'...이틀간 20~60㎜ 내린다

강릉 시민들의 식수원으로 쓰이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1일 오전 8시 기준 11.8%까지 낮아진 가운데 토요일인 13일 동해안에 비가 내린다는 소식이다.

1.5℃ 임계점 넘었나?...전세계 산호 84% 하얗게 변했다

전세계 바다의 산호초 84%가 해양폭염으로 백화 현상을 겪는 등 최근 해양생태계가 전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이 지난 2일 발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