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가스발전 증설 '세계 1위'..."좌초자산 늘리면 만년적자 굴레"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11-16 11:37:42
  • -
  • +
  • 인쇄


누적적자가 200조원에 달하는 한국전력공사가 전세계에서 가스발전 설비를 가장 많이 늘리고 있어, 화석연료 좌초자산 리스크가 더 증가해 적자의 고리를 끊어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독일 비영리단체 우르게발트(Urgewald) 등 50개 이상의 단체가 발간한 보고서 '글로벌 석유·가스 퇴출 리스트'(GOGEL, Global Oil&Gas Exit List)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 액화가스(LNG) 발전설비를 총 17.2기가와트(GW) 추가한다. 이 가운데 14.9GW는 국내 석탄발전 대체용이고, 나머지는 동남아시아에서 가스공사와 함께 가스발전소 사업으로 계획한 용량이다.

GOGEL은 매년 전세계 석유·가스 1666개 기업을 대상으로 상류 부문(탐사 및 채굴), 중류 부문(수송)과 발전 부문을 조사하고 관련 정보를 취합해 공개하는 데이터베이스다. GOGEL은 전세계 석유·가스 생산량의 95%를 차지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하기 때문에 이는 전세계 에너지 시장의 흐름을 분석하고 조망할 수 있는 자료로 꼽힌다.

한전이 올해 확충하려는 가스설비 규모는 단연 전세계 최대 규모다. 방글라데시 전력개발위원회(BPDB)는 16.9GW, 대만전력회사(Taipower)는 14.9GW, 베트남 전력공사(ENV)는 9.9GW, 중국화능집단공사(China Huaneng Group)는 9.5GW 규모다.

이에 기후솔루션은 한전이 기후 리스크가 취약해져 앞으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한전은 지난 13일 10분기만에 영업이익 2조원을 기록해 흑자전환했다고 발표했지만, 국제 가스가격이 다시 오름세로 돌아서면서 올 4분기에는 다시 적자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로 전력거래소의 2023년 1분기 전력시장감시 분석보고에 따르면 한전의 역대 최대규모 적자는 화석연료 발전에 대한 높은 의존도와 관련이 깊다. 기후솔루션이 발간한 '한전 적자, 검은 진범' 보고서에서도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불거진 석유·가스 에너지 파동에 한전의 적자사태가 촉발됐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지난 10월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세계 화석연료 수요가 2030년 정점을 찍고 하향 곡선을 그릴 것으로 전망하면서 신규 화석연료 사업의 불안정성과 좌초자산 리스크를 경고한 바 있다.

기후솔루션 오동재 연구원은 "전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가 대두하며 에너지 시장이 재편되는 와중에 한전은 현실을 부정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한전은 화석연료 발전에 대한 높은 의존이 더 큰 영업손실을 초래할 수 있음에도 계속 새로운 좌초자산에 투자하고 있다"며 "구식 사업모델을 뒤로 하고 신속히 에너지 전환에 신경써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한전 뿐 아니라 한국가스공사는 전세계에서 7번째로 LNG 수입량이 큰 회사로 지목됐다. 가스공사는 급등한 연료값에 지난 13일 전체 미수금이 15조5000억원을 넘으며 전례없는 재무위기를 맞았다.

우르게발트의 석유·가스 연구팀장 닐스 바취는 "한전을 비롯해 국가 전반적으로 화석연료 확대가 이어지는 것은 화석연료에서 탈피해 에너지 전환을 이루고자 하는 정부의 정치적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한국 정부는 탈화석연료하고 재생에너지에 투자하는 국제적인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탄소중립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어 가스 밸류체인에 투자를 늘리려는 한국 기업들도 좌초자산 리스크가 커지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삼성, 수해 복구에 30억 '쾌척'…기업들 구호손길 잇달아

삼성그룹은 전국 각지에서 발생한 집중호우 피해 복구를 돕기 위해 30억원을 21일 기부했다. 기부에는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삼

삼성전자-LG전자, 침수지역 가전제품 무상점검 서비스

삼성전자서비스와 LG전자가 집중호우 피해지역을 대상으로 침수된 가전제품 세척과 무상점검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삼성전자서비스는 지난 18일부

"ESG 정책 중 '기본법 제정'과 '공시 의무화' 가장 시급해"

ESG 정책 가운데 기본법 제정과 공시 의무화가 가장 시급하다는 것이 기업들의 목소리다.한국ESG경영개발원(KEMI)은 지난 17일 여의도 FKI타워 파인홀에서

한숨돌린 삼성전자...이재용 사법리스크 9년만에 털었다

삼성전자가 이재용 회장의 무죄가 확정되면서 2016년 국정농단 사건 이후 9년째 이어지던 '사법리스크'를 털어냈다. 그동안 1주일에 두번씩 법정에 출두

"잔반 없으면 탄소포인트 지급"...현대그린푸드, 단체급식에 '잔반제로' 보상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종합식품기업 현대그린푸드가 '탄소중립포인트' 제도에 신설된 '잔반제로' 항목을 단체급식업계 최초로 실제 단체급식 사업장에

"노사 칸막이 없는 문화"…LG CNS '노사문화 우수기업'에 선정

AX전문기업 LG CNS가 상호 존중과 대화, 협력을 바탕으로 한 모범적 노사문화를 실천한 공로를 인정받아 고용노동부가 주관하는 '2025년 노사문화 우수기

기후/환경

+

상반기 전세계 보험손실액 117조원 '역대 최대'...절반이 美산불 손실액

올 상반기 자연재해로 전세계 보험손실액이 840억달러(약 117조6000억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역대 상반기 보험손실액 가운데 최고치다. 미

"기상이변에 야외공연은 위험해"...美록밴드 스티브 밀러 투어 취소

미국 록밴드 스티브 밀러밴드가 올여름 예정됐던 북미 투어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극심한 폭염과 산불, 예측 불가능한 폭우 등 기상이변이 이유다.밴

극한폭우가 산사태 피해 키웠다..."비는 그쳤지만 산사태 위험 여전"

5일간 이어지던 '극한폭우'는 멈췄지만 빗물을 머금은 토사가 무너져내리는 산사태 위험은 여전하다. 이에 산림청은 여전히 전국 12곳에 산사태 경보를

잠든 새벽에 내린 200㎜ 폭우...가평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모두가 잠든 20일 새벽에 2시간동안 내린 집중호우가 경기도 가평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이날 가평군에는 시간당 76㎜에 달하는 비가 쏟아졌다. 가평

순식간에 물바다 만든 '괴물폭우'...5일간 전국 휩쓸며 '초토화'

닷새동안 이어진 전례없는 '극한호우'에 전국이 쑥대밭이 되면서 많은 사상자와 피해가 발생했다.지난 16일부터 20일 오후 5시까지 지역별로 내린 누적

[날씨] 폭우 그치자 '폭염' 시작...곳곳에 소나기도 빈번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퍼붓던 폭우가 물러가면서 폭염이 또다시 덮칠 예정이다.월요일인 21일은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체감온도가 33℃ 이상으로 치솟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