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서울면적의 10배 크기에 달하는 남극의 빙산이 라센C 빙붕에서 떨어져 나왔다. 남극 가장자리 붕괴의 원인으로 기후변화가 꼽혔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발생했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는데 국내 연구진이 이번에 이 현상을 설명하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극지연구소 이원상 박사연구팀은 영국 남극조사국(British Antartic Survey)이 지난 2011년 열수 시추로 라센C 빙붕 아래 바다에서 확보한 관측자료를 분석했더니 남극 주변의 따뜻한 바닷물이 빙붕 하부까지 전달되는 '수평침투현상'에 의해 빙붕이 녹는 것이라고 19일 밝혔다.
빙붕(ice shelf)은 빙하와 연결된 채 물에 떠있는 수백미터 두께의 거대한 얼음덩어리다. 이는 빙하가 녹거나 쪼개지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남극의 보호막'이라고 불린다. 즉 빙붕은 남극대륙 위의 빙하가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저지하고, 외부에서 오는 따뜻한 바닷물의 유입을 막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이 빙붕이 녹는 원인으로 지목한 '수평침투현상'은 바닷물이 수평적인 밀도차에 의해 이동하는 현상이다. 밀도가 수평적으로 일정하고 수직적으로 변하는 보통의 경우와 달리, 관측 지역에서는 밀도변화가 기울어진 형태로 나타났다. 이는 빙붕이 녹은 물의 유입과 남극 주변 해류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빙하나 빙붕이 녹아서 만들어진 민물은 바닷물과의 밀도차 때문에 강한 부력을 지녀 '보이지 않는 장막'처럼 남극 바깥에서 오는 따뜻한 물이 빙붕으로 침투하는 것을 막는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연구팀은 빙붕 아래로의 열 전달이 예상보다 쉽게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내년초 서남극 스웨이츠 해역에서 장거리 무인잠수정을 투입해 빙붕 아래 바다를 관측할 계획이다. 스웨이츠 해역은 기후변화에 취약한 서남극에서도 가장 빠르게 녹고 있는 곳으로, 무너지면 빙하 유실 연쇄반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과학계의 관심이 높은 지역이다.
진경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영하 수십도에서 0도까지 얼음 형태를 유지하다가 0도를 넘는 순간 녹기 시작하는 것처럼 남극에는 여러 티핑포인트가 존재한다"며 "현장 연구로 미지의 현상과 기작들을 규명해 티핑 포인트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지구물리학 연구회보'(Geophysical Research Letters)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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