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대응 미흡하면 '돈줄' 마른다...금융권 투자제외 40% 차지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10-10 15:28:20
  • -
  • +
  • 인쇄
화석연료 기업, 무기와 담배사업보다 더 배척
"녹색전환 늦으면 재무적 위협될 것으로 판단"


기업이 금융권으로부터 투자제외 대상에 오르는 가장 큰 이유는 '미흡한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구의벗 네덜란드지부, 공정금융, 프로펀도 등 기후·금융 비영리단체들이 내놓은 '금융배제추적기'(Financial Exclusions Tracker)에 따르면 최근 금융기관들이 투자를 중단하기로 한 사업들의 40%는 '기후위기'가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금융배제추적기'는 지난 2021년 10월부터 2023년 4월 사이 전세계 16개국 87개 금융기관들이 공개적으로 투자포트폴리오에서 배제하겠다고 선언한 4500여개 기업의 3만5000여개 사업에 대한 배제 이유를 담고 있다. 이 가운데 전체의 40%에 달하는 1만3929개 사업이 '기후위기'를 이유로 배제됐다. 이는 죄악산업으로 분류돼 투자 제외된 '무기(17%)와 담배제조(12%) 사업보다 월등히 높았다.

'기후위기'를 이유로 가장 많은 금융기관이 등을 돌린 기업은 세노버스에너지였다. 세노버스에너지를 투자제외 대상으로 분류한 금융기관은 무려 52곳이었고, 썬코어와 차이나에너지, 엑슨모빌, 산동에너지그룹이 그 다음을 차지했다. 이들 5개 기업이 '기후위기' 범주 내에서 가장 많이 배제된 '톱5'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가장 많은 금융기관들이 투자를 기피한 기업은 한국의 '풍산'이다. 풍산은 75개 금융기관이 투자대상에서 제외시켰다. 대규모 살상무기인 '집속탄'과 같이 비인도적인 무기를 거래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73개 금융기관으로부터 투자가 배제된 전세계 1위 방위산업체인 노스롭그루먼보다 더 많다.

프로펀도 소속 바드 바르메르담 연구원은 "금융배제추적기를 통해 최근 미국 공화당 주도 반ESG 움직임에도 금융권에서는 점차 화석연료 사업을 '죄악산업'으로 분류하려는 투자기조를 엿볼 수 있다"며 "석유 및 천연가스 기업들이 즉각적이고 건실한 에너지전환 조처에 나서야 투자자를 잃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1조4000억달러의 자금을 운용하는 세계 최대 국부펀드 노르웨이연기금은 석유생산 흑자로 생긴 잉여자본금으로 시작했음에도 세노버스에너지와 썬코어를 '용인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이유로 투자목록에서 제외시켰다. 기후변화가 진행됨에 따라 녹색전환 채비에 뒤쳐지는 기업은 조만간 재무적 위협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지구의벗 네덜란드지부의 정책담당관 피어 드 릭은 "금융기관이 기후위기로 인한 충격을 자금조달과 연관시켜 기업을 투자 대상에서 배제시키는 일은 환영할만한 일"이라며 "금융기관 스스로도 금융탄소배출량을 줄이려는 수순을 단계적으로 밟아나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신규 원전건설 백지화 시사한 환경장관 "탈원전은 아냐"

곧 출범할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이끌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새로운 원전을 짓는 데 대해 국민 공론화를 통한 재논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신규 원전을 추

"비용부담 커진다"vs"무상할당 안돼"...4차 배출권 할당계획 '대립각'

정부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할 '제4차 국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안'을 놓고 산업계와 시민단체들이 큰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산업계

경기도주식회사, 탄소중립 실천 위한 '친환경 협업 기업' 모집

탄소중립 실천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경기도주식회사가 오는 10월 3일까지 '2025년 2차 기후행동 기회소득 사업 플랫폼 구축 및 운영' 협업 기업을 모

"철강·석유화학 배출권 유상할당 높여라...국제추세 역행하는 것"

환경부가 철강과 석유화학 등 탄소다배출 업종에 대한 4차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무상할당 비율을 종전대로 100%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자, 시민단

배출권 유상할당 20% 상향...상의 "기업 비용부담 커질 것" 우려

환경부가 2026년~2030년까지 기업들의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비중'을 현행 10%에서 15%로 올리는 '제4차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에 대해 산업계가 비용부담

한은 "극한기후가 물가상승 야기…기후대응 없으면 상승률 2배"

폭우나 폭염과 같은 극한기후고 소비자물가에 단기적인 악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1년 넘게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기후변화

기후/환경

+

강릉에 '반가운 비'...폭우 쏟아졌지만 가뭄 해갈 역부족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릉에 '단비'가 내렸다. 아직 가뭄이 해갈될 정도는 아니지만 간밤에 내린 비 덕분에 강릉 시민들의 식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주말날씨] 전국 이틀간 '세찬 비'...강릉에도 '가뭄에 단비'

이번 주말에는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릉에 많은 비가 내린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이번 비는 중국에서 형성된 비구름대가 우리나라로 진입하면서

"환경장관 약속 못믿어"...세종보 천막농성 철회 안한다

4대강 보 철거를 요구하며 금강 세종보에서 500일간 농성했던 환경단체들이 농성을 중단하기로 했다가 이를 철회했다.11일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직접

화석연료 기업들 내뿜는 탄소...치명적인 폭염을 낳았다

엑손모빌 등 석유 대기업들의 탄소배출량이 2000년 이후 전세계에서 발생했던 수십건의 폭염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강릉 식수원 고갈 일보직전 '비소식'...이틀간 20~60㎜ 내린다

강릉 시민들의 식수원으로 쓰이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1일 오전 8시 기준 11.8%까지 낮아진 가운데 토요일인 13일 동해안에 비가 내린다는 소식이다.

1.5℃ 임계점 넘었나?...전세계 산호 84% 하얗게 변했다

전세계 바다의 산호초 84%가 해양폭염으로 백화 현상을 겪는 등 최근 해양생태계가 전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이 지난 2일 발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