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 체결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Christiana Figueres) 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대표가 "화석연료 기업들이 기후행동을 계속 방해한다면 더이상 기후정상회담에 참여시켜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21일(현지시간) 커버링 클라이밋 나우(CCNOW)가 주최한 컨퍼런스에서 피게레스 전 대표는 "그들이 단지 방해꾼이 되고 논의를 훼방놓기 위해 그 자리에 있을 것이라면 더이상 이들을 위한 의자는 없다"고 일갈했다. 이는 지난 20일 '유엔기후목표 정상회의(Climate Ambition Summit) 2023'가 열린지 하룻만에 나온 공개 성명이다. CCNOW는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글로벌 언론인 협력체로 '뉴스;트리'도 미디어 파트너로 등록돼 있다.
사실 피게레스 전 대표는 지난 수년동안 석유·가스 회사가 기후정책 결정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던 인물이다. 그런데 지난해 6월 알 자지라(Al Jazeera)에 '화석연료 회사가 변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화석연료 기업을 논의에서 배제해야 한다"며 그간의 입장을 선회했다.
피게리스 전 대표는 "내가 지금까지 틀린 생각을 했다"며 "석유 기업들에 대한 인내심이 바닥났다"고 입장을 바꾼 이유를 밝혔다. 그는 "최근 몇 년동안 석유 회사들이 기후공약을 철회하고 기후 규제에 반대하는 로비를 계속하는 한편 기록적인 수익을 거두며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했다"며 "화석연료 대기업들은 탄소중립을 실현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었지만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피게레스 전 대표는 "일부 화석연료 회사에게 아직 희망의 끈을 못 놓은건 사실이지만 그 희망이 실제로 이뤄지려면 그야말로 기적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11월 개최예정인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의 의장인 알 자베르(Al Jaber)가 아랍에미리트 국영석유회사의 CEO를 겸하는 것에 대해 피게레스 전 대표는 "처음에는 그가 글로벌 협력에 집중하기보다는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우려했다"며 "다만 최근 발언을 보면서 어느 정도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한편 알 자베르 의장은 유엔기후목표 정상회의 폐막 연설에서 "우리는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서 무력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외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정부와 민간기업이 국제기후금융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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