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개인도 '탄소배출권' 사고 판다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09-20 17:40:46
  • -
  • +
  • 인쇄
정부 '배출권 거래 시장 활성화 방안' 발표
ETF와 ETN 허용...2025년 선물시장도 연다
(사진=연합뉴스)


내년부터 주식처럼 개인도 온실가스 배출권을 사고 팔 수 있는 배출권 시장이 열린다.

정부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8차 배출권할당위원회에서 내년부터 온실가스 배출권 상장지수펀드(ETF), 2025년부터 선물시장 도입을 골자로 담은 '배출권 거래 시장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배출권거래제는 일정량 이상 온실가스를 내뿜는 사업장에 특정 배출량을 할당한 뒤, 할당량이 넘어서면 배출권을 사도록, 할당량이 남으면 배출권을 팔 수 있도록 하는 시장원리가 적용된 온실가스 감축방안이다.

하지만 국내 배출권 시장은 거래량이 매우 적고 가격변동성은 주식시장 4배가 넘을 정도로 커서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 이에 정부가 시장 활성화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배출권 거래제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한 핵심수단이지만 과도한 규제 등으로 배출권 가격변동성이 확대되는 등 한계를 보이고 있다"며 "기업의 자유로운 배출권 운용을 저해하는 규제를 대폭 개선하고 폐쇄적인 배출권 시장을 개방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시장 활성화를 위해 내년부터 ETF와 상장지수증권(ETN) 출시를 허용하기로 했다. ETF와 ETN은 각각 자산운용사와 증권사의 간접투자상품으로, 누구나 쉽게 배출권 시장에 참가할 수 있게 문을 넓히겠다는 취지다.

2025년부터 배출권 선물시장도 만든다. 선물시장 세부운영방안은 내년까지 마련된다. 선물시장이 도입되면 시장 참가자들은 배출권 가격 등락에 따른 위험을 회피할 수 있고, 배출권 가격변동성 자체가 완화되는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배출권 위탁거래도 도입하기로 했다. 기업이 증권사 등에 배출권 거래를 맡길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으로, 배출권 거래 절차가 복잡해 거래를 꺼리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기준 배출권 거래소에 가입한 697개 기업 가운데 82개사(12%)는 거래를 한 적이 없으며, 384개사(55%)는 연중 단 한달만 거래에 참여했다. 20개 증권사가 2021년 10월부터 배출권 시장에 참가하고 있지만, 기업으로부터 배출권을 수탁받아 거래하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전체 배출권 거래 가운데 증권사 매매 비중은 2.15%에 그쳤다. 위탁거래를 위한 배출권거래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정부는 증권사를 시작으로 자산운용사 등 다른 금융기관, 개인순으로 위탁거래 대상을 늘릴 방침이다. 개인도 증권사에 계좌를 연 뒤 주식처럼 배출권을 사고팔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정부는 위탁거래 시행에 앞서 금융시장과 비슷한 수준의 감독체계를 구축하고 관련 교육도 강화할 방침이다. 증권사의 배출권 보유에 대한 위험도 평가값도 유사한 금융상품과 같은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다.

현재 7곳인 배출권 시장 시장조정자 수와 인센티브를 늘리는 계획도 이번 시장 활성화 방안에 포함됐다. 지난해 전체 배출권 거래에서 시장조정자 매매가 차지한 비중은 8.41%이다.

정부는 기업이 외부에서 달성한 탄소배출량 감축 실적을 '상쇄배출권'으로 전환해야 하는 기한도 2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기로 했다. 배출권 이월 한도도 '순매도량 3배'로 '순매도량만큼'인 현재보다 늘린다. 배출권 이월 한도 확대는 배출권 정산 시기인 6∼8월에 기업들이 이월이 어려운 배출권을 대거 내다 팔면서 가격이 요동치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이월 한도 확대는 올해 거래부터 바로 적용된다.

정부는 유상할당 경매 물량도 매년 조정하고, 배출권 수급에 맞춰 정해진 규칙에 따라 경매량을 조절하는 '중장기 한국형 시장안정화제도'도 내년에 도입하기로 했다.

이날 정부는 상향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반영하는 제3차 배출권 거래제 계획 기간 배출허용 총량 조정안도 논의했다. 국내 배출권 시장에는 배출권 할당 대상 700여곳을 비롯해 시장조성자 7곳과 증권사 20곳이 참가하고 있다.

연도별 배출권 평균 가격을 보면 2015년 1톤당 1만2028원에서 2019년 2만9126원까지 올랐다가 지난해 2만6033원으로 떨어졌다. 2020년부터 배출권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는 중으로 올해 7월 24일 가격은 1톤에 7020원으로 가장 높았던 때(2019년 12월 4만950원)의 5분의 1에도 못미친다.

배출권 가격이 낮으면 기업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보다 값싼 배출권을 사서 온실가스 배출을 지속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배출권 거래량은 2021년 기준 550만톤으로 전체 할당량의 9.4% 그쳤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슈퍼주총' 시즌 자사주 소각 서두르는 기업들...기업가치 개선될까?

3월 '슈퍼주총'을 앞두고 기업들이 앞다퉈 자사주 소각에 나서고 있다. 3차 상법 개정안이 지난 2월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상장사들은 보유하

"재생에너지 비중 높을수록 국제유가 충격 줄어든다"-英CCC 분석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국제유가 불안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재생에너지 확대가 에너지 가격 충격을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11일(현지시간) 영국 기

현대차, 中업체와 손잡고 인니 EV배터리 재활용 순환체계 확보

현대차그룹이 인도네시아에서 배터리 순환경제 거점을 마련한다.현대차그룹은 중국 '저장화유리사이클링테크놀로지(화유리사이클)'와 12일 서울 양재

국민연금 기후 주주관여 '반토막'…대상 기업 29개에서 13개로

기후리스크가 주요 투자위험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국민연금의 기후관련 주주관여 활동이 최근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11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

"기후는 핵심 재무리스크"…스튜어드십 코드 개정 논의

금융위원회가 상반기 중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을 예고한 가운데 국내 스튜어드십 코드에 기후관련 원칙과 지침이 사실상 빠져있다는 지적이 국회 토

KCC, 서초구 주거환경 개선 힘쓴다...9년째 맞은 '반딧불 하우스'

KCC가 서초구와 손잡고 올해도 지역사회 주거환경 개선에 나선다. 양 기관은 2026년 '반딧불 하우스'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9년째 이어

기후/환경

+

봄 건너뛰고 초여름?...美서부, 3월에 30℃ 이례적인 봄날씨

미국 서부지역에 이례적인 3월 폭염이 예보되면서 봄철 기온 패턴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12일(현지시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

커피값 또 오르나?...기후변화에 브라질 커피벨트 '물폭탄'

브라질 커피 생산의 중심지에 기록적인 폭우와 홍수가 잇따르면서 인명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기후변화로 인해 이러한 극단적 강우가 더욱 심해질 수

호주, 석탄광산 채굴 2038년까지 연장…1.5℃ 기후목표 '흔들'

호주에서 대형 석탄광산의 채굴기간 연장이 승인되면서 1.5℃ 기후목표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12일(현지시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호주 퀸

[주말날씨] 드디어 '봄이 왔다'…일교차는 15℃ 이상

이번 주말부터 기온이 크게 오르면서 완연한 봄날씨를 만끽할 수 있겠다. 다만 일교차는 매우 커서 감기 조심해야 한다.토요일인 14일에는 이동성 고기

온난화로 심해까지 '뜨끈'...미생물은 오히려 활발해진다?

온난화가 심해까지 수온이 올라가면서 해양생태계 변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해양 미생물 일부가 이러한 환경변화에 적응하고 있을 가

기후변화에 전쟁까지 '겹악재'...이란 '물부족' 사태 더 심해져

기후변화로 수년째 심각한 가뭄을 겪고 있는 이란이 미국과의 전쟁으로 물 부족 사태가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전쟁이 발생하기전부터 가뭄과 폭염으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