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와 ETN 허용...2025년 선물시장도 연다
내년부터 주식처럼 개인도 온실가스 배출권을 사고 팔 수 있는 배출권 시장이 열린다.
정부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8차 배출권할당위원회에서 내년부터 온실가스 배출권 상장지수펀드(ETF), 2025년부터 선물시장 도입을 골자로 담은 '배출권 거래 시장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배출권거래제는 일정량 이상 온실가스를 내뿜는 사업장에 특정 배출량을 할당한 뒤, 할당량이 넘어서면 배출권을 사도록, 할당량이 남으면 배출권을 팔 수 있도록 하는 시장원리가 적용된 온실가스 감축방안이다.
하지만 국내 배출권 시장은 거래량이 매우 적고 가격변동성은 주식시장 4배가 넘을 정도로 커서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 이에 정부가 시장 활성화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배출권 거래제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한 핵심수단이지만 과도한 규제 등으로 배출권 가격변동성이 확대되는 등 한계를 보이고 있다"며 "기업의 자유로운 배출권 운용을 저해하는 규제를 대폭 개선하고 폐쇄적인 배출권 시장을 개방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시장 활성화를 위해 내년부터 ETF와 상장지수증권(ETN) 출시를 허용하기로 했다. ETF와 ETN은 각각 자산운용사와 증권사의 간접투자상품으로, 누구나 쉽게 배출권 시장에 참가할 수 있게 문을 넓히겠다는 취지다.
2025년부터 배출권 선물시장도 만든다. 선물시장 세부운영방안은 내년까지 마련된다. 선물시장이 도입되면 시장 참가자들은 배출권 가격 등락에 따른 위험을 회피할 수 있고, 배출권 가격변동성 자체가 완화되는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배출권 위탁거래도 도입하기로 했다. 기업이 증권사 등에 배출권 거래를 맡길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으로, 배출권 거래 절차가 복잡해 거래를 꺼리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기준 배출권 거래소에 가입한 697개 기업 가운데 82개사(12%)는 거래를 한 적이 없으며, 384개사(55%)는 연중 단 한달만 거래에 참여했다. 20개 증권사가 2021년 10월부터 배출권 시장에 참가하고 있지만, 기업으로부터 배출권을 수탁받아 거래하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전체 배출권 거래 가운데 증권사 매매 비중은 2.15%에 그쳤다. 위탁거래를 위한 배출권거래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정부는 증권사를 시작으로 자산운용사 등 다른 금융기관, 개인순으로 위탁거래 대상을 늘릴 방침이다. 개인도 증권사에 계좌를 연 뒤 주식처럼 배출권을 사고팔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정부는 위탁거래 시행에 앞서 금융시장과 비슷한 수준의 감독체계를 구축하고 관련 교육도 강화할 방침이다. 증권사의 배출권 보유에 대한 위험도 평가값도 유사한 금융상품과 같은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다.
현재 7곳인 배출권 시장 시장조정자 수와 인센티브를 늘리는 계획도 이번 시장 활성화 방안에 포함됐다. 지난해 전체 배출권 거래에서 시장조정자 매매가 차지한 비중은 8.41%이다.
정부는 기업이 외부에서 달성한 탄소배출량 감축 실적을 '상쇄배출권'으로 전환해야 하는 기한도 2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기로 했다. 배출권 이월 한도도 '순매도량 3배'로 '순매도량만큼'인 현재보다 늘린다. 배출권 이월 한도 확대는 배출권 정산 시기인 6∼8월에 기업들이 이월이 어려운 배출권을 대거 내다 팔면서 가격이 요동치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이월 한도 확대는 올해 거래부터 바로 적용된다.
정부는 유상할당 경매 물량도 매년 조정하고, 배출권 수급에 맞춰 정해진 규칙에 따라 경매량을 조절하는 '중장기 한국형 시장안정화제도'도 내년에 도입하기로 했다.
이날 정부는 상향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반영하는 제3차 배출권 거래제 계획 기간 배출허용 총량 조정안도 논의했다. 국내 배출권 시장에는 배출권 할당 대상 700여곳을 비롯해 시장조성자 7곳과 증권사 20곳이 참가하고 있다.
연도별 배출권 평균 가격을 보면 2015년 1톤당 1만2028원에서 2019년 2만9126원까지 올랐다가 지난해 2만6033원으로 떨어졌다. 2020년부터 배출권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는 중으로 올해 7월 24일 가격은 1톤에 7020원으로 가장 높았던 때(2019년 12월 4만950원)의 5분의 1에도 못미친다.
배출권 가격이 낮으면 기업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보다 값싼 배출권을 사서 온실가스 배출을 지속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배출권 거래량은 2021년 기준 550만톤으로 전체 할당량의 9.4%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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