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용량을 3배 확대하자는데 합의했지만 석유와 가스 퇴출에는 침묵하면서 비판을 받고 있다.
인도 뉴델리에서 지난 9일~10일(현지시간) 진행된 G20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은 2030년까지 전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용량을 3배로 늘리고 탄소포집에 적극 나서자는데 합의했다.
합의문은 탄소포집·저장기술(CCS)에 초점을 맞춰 탄소감축 및 저배출기술의 개발 노력을 강조했다. 기존 목표와 정책을 통해 재생에너지 용량 확대를 추진하고 수소, 바이오연료 등 에너지기술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합의문에서는 "국가상황에 따라 석탄을 단계적으로 감축한다"는 내용만 넣고 석유와 가스에 대한 언급을 전혀 하지 않았다.
더욱이 합의문에서 강조한 CCS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산유국이 선호하는 기술이나 비용이 많이 들고 실제 효과가 검증된 것도 없어 논란이 되고 있다. 많은 기후운동가들은 CCS가 화석연료 기업으로 하여금 화석연료를 계속 추출할 명분을 주는 구실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보급을 여전히 자발적 행동에 맡겼다는 측면도 있다.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서는 석탄뿐만 아니라 석유와 가스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않다. 최근 국제연합(UN)이 200여개국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전수조사한 결과, 석유와 가스 사용량을 줄이는 것은 필수불가결하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번 유엔 보고서는 "지구온난화를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2℃ 또는 1.5℃로 제한하는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밝혔다.
기후단체들은 "G20 정상들이 배출량 감축을 명시하지 않음으로서 화석연료 사용을 끝내기 위한 일정을 설정하는 데 실패했다"며 "기후변화를 제한하는 가장 중요한 측면을 침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후 컨설팅업체 E3G의 선임연구원 알든 마이어(Alden Meyer)는 "파리기후변화협약의 1.5°C 제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모든 화석연료의 생산과 사용을 급격히 줄이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그렇지만 G20 지도자들은 행동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오는 11월 두바이에서 개최될 예정인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각국이 모든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에 합의할 수 있을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그런데 몇몇 국가들이 이를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져 실제 의미있는 결과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가령 사우디아라비아와 중국은 올 7월 열린 G20 기후 및 에너지장관 회의에서 화석연료 사용중지 및 감축을 적극 반대한 적이 있다.
관계자들은 "사우디아라비아는 재생에너지 목표에 반대하는 한편 석유와 가스를 계속 생산할 수 있는 탄소포집 및 저장 기술의 사용을 더 많이 장려할 것을 촉구했다"고 했다. 반면 유럽연합과 인도 등의 국가들은 COP28에서 단계적 퇴출을 추진할 전망이다. 특히 인도의 경우 지난 COP27에서도 "화석연료를 단계적으로 퇴출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다만 이번 정상회의에서 G20국가들의 친환경 에너지 확대 공약은 큰 환영을 받았다.
알 자베르(Al-Jaber) COP28의장은 "이번 G20 정상들의 야심찬 재생 에너지 목표와 관련하여 깊은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국제 환경단체 350.org 안드레아스 시버(Andreas Sieber) 정책 및 캠페인 담당 부국장은 "재생에너지를 3배로 늘리기로 한 이번 합의는 기후 혼란과의 싸움에서 한 줄기 희망인 역사적인 발걸음"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번 G20 선언문에서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각국은 2030년까지 국가상황에 맞춰 탄소포집 기술을 포함한 온실가스 저감 노력도 병행할 것"이라는 내용이 실렸다. 또한 선언문에서 각국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개발도상국의 청정 에너지 기술에 2030년까지 연간 4조달러의 재원을 동원할 필요성"이 있다"고 합의했다. 더불어 "G20 국가들은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은행과 같은 다자 개발 은행의 개혁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정상회의에서 G20은 아프리카 연합을 회원국으로 포함하기로 결정했다. 아프리카 에너지 싱크탱크 파워시프트아프리카(Powershift Africa, PSA)의 모하메드 아도우(Mohamed Adow) 이사는 "기후위기의 최전선에 있는 국가들이 G20에 포함됨으로써 기후 변화에 대한 G20의 대응 능력과 긴급성을 향상시키는 원동력을 제공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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