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수거처리 등 후방에 전폭 지원 필요
산업계가 ESG경영의 새로운 돌파구로 '생분해성 플라스틱'에 주목하고 있다.
7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산업통상자원부와 인천광역시 주최로 열린 '2023년 국제 생분해성 플라스틱 컨퍼런스'에서 소재, 부품, 장비 등 탄소중립 핵심으로 인식돼 각국에서 신성장동력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에 대해 산업계의 비전을 구체화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소재, 부품, 장비 등 석유를 원료로 하는 플라스틱이 없는 곳이 없지만, 유럽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유엔 국제플라스틱 협약 등 탈(脫)플라스틱 통상규제가 옥죄어오면서 산업계에 가해지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친환경 제품을 추구하는 소비추세가 2년새 10% 증가했고, 기후위기에 따른 탄소중립 요구로 ESG경영 차원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플라스틱 생산량이 매년 8.4%씩 증가하면서 탄소배출량과 함께 폐기물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퓨 자선신탁(Per Charitable Trust)에 따르면 2040년에 이르러도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20%에 그칠 전망이다. 나머지는 소각, 매립되거나 유실되면서 미세플라스틱을 비롯한 각종 오염물질에 따른 환경문제를 야기한다.
이에 따라 소재 기업을 중심으로 재활용의 한계를 보완하고, 환경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미생물 기반의 연성이 강한 PHA와 투명하고 강도가 강하지만 분해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식물원료 기반의 PLA를 접목시킨 공중합체를 만들어 활용처를 넓히고 있다.
일례로 높은 기온과 습도 등 특정 조건에서만 분해가 용이한 PLA 소재를 PHA와 5대5 비율로 혼합시키면 특정 조건 없이도 상온 수준에서 12주만에 최대 75.3%가 분해된다. 소재의 전체 생애주기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평가할 때 원료가 되는 식물이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를 반영하면 CJ제일제당이 개발한 'P3HB' 소재의 경우 생산량 1톤당 최대 2.3톤의 대기중 이산화탄소를 저감하는 탄소포집 효과까지 나타났다.
원료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LG화학은 지난해 8월 미국 3대 식품 가공 및 유통업체인 ADM과 PLA 생산 7만5000톤을 목표로 합작벤처를 세우는 데 합의했다. ADM은 여타 비식용 바이오매스에 비해 효율이 최대 4.5배 높은 옥수수를 2021년 기준 4억톤을 생산했다. 향후 기후위기에 따른 식량수요가 늘어날 전망이지만, 내연기관차 연료인 바이오에탄올에 투입되는 옥수수 비중이 전기차 전환에 따라 줄어들면서 안정적인 원료 공급처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LG화학은 일본 첨가제회사 바이오웍스 지분투자를 통해 PLA로 기존 플라스틱 섬유를 대체해 단섬유뿐 아니라 장섬유까지도 상용화할 수 있는 소재 'PlaX Fiber'를 확보했다. CJ푸드빌은 2023년 자사가 구매한 빨대, 비닐쇼핑백, 빵필름봉투와 같은 기존 일회용 포장재의 50%가 PHA 소재로 대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기존 소재를 대체할 뿐 아니라 새로운 분야도 개척하고 있다. LG화학은 혐기소화 시설에서 PLA와 음식물쓰레기로부터 바이오가스를 뽑아내기 위해 이스라엘 업체 트리플 W와 함께 시범운영을 공동진행할 예정이다. CJ제일제당은 동물복지를 위해 붓솔을 대체할 수 있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적용방안을 고려중이다. SK티비엠지오스톤(TBMGEOSTONE)은 생분해성 플라스틱과 석회석을 배합해 종이를 대체할 수 있는 소재를 개발중이다.
제품을 직접 제조하지 않더라도 ESG경영 차원에서 유통사들도 적극적인 탈플라스틱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마트는 2030년 플라스틱 사용량의 50%를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지속가능 포장 평가지표'를 도입해 취급 상품들에 대한 점수를 매기고 있다. 포장공간 비율, 포장 횟수, 이미 재활용된 재생 소재 비중, 재활용 가능 소재, 바이오 소재 비중 등을 평가한다.
이처럼 원료단에서는 대기업들 위주로 활발한 투자와 개발이 이뤄지고 있지만, 정작 실제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제품을 보면 비닐 쇼핑백, 농업용 멀칭필름, 횟집 식탁보 등 필름류로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김근모 동성케미컬 바이오플라스틱 사업부 상무는 "가공단으로 내려가면 중소기업 위주로 투자에 취약하기 때문에 부담을 느끼는 업체들이 많고, 뒷단 수거처리가 전무해 순환경제 사이클이 만들어지지 못한 탓"이라며 "샌드박스 운영 등 개별 시범사례를 확대해 시행착오 끝에 전면 도입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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