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하고 더운데...싱가포르에는 왜 모기가 적을까?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3-09-01 18:3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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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 서식지에 유충과 알 적발되면 벌금 부과
'엄격관리'...불임모기 살포에 모기덫까지 놓고
▲싱가포르의 해안 주거단지 (사진=언스플래쉬)

가을 모기가 더 독하다는 말이 있다. 가을의 문턱이지만 여전히 모기는 기승한다. 지구온난화로 전세계적으로 모기 개체수가 증가하면서 말라리아, 뎅기열 등 모기 매개 감염병까지 늘고 있다.

그런데 뎅기열의 주무대인 동남아 국가 가운데 싱가포르는 뎅기열 발병률이 낮고, 모기가 없는 곳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가보면 덥고 습한 한여름 날씨에도 불구하고 사람에게 벌레가 날아들지 않는다. 공원 등 나무가 많은 녹지에는 그나마 벌레들이 있지만, 주거단지에서는 모기는커녕 파리나 날벌레 하나 찾기도 힘들다.

싱가포르는 주변의 다른 동남아 국가들과 다르게 뭔가 특별한 환경인 것일까. 이유는 싱가포르 정부의 강력한 관리에 있었다. 싱가포르는 '벌금의 나라'답게 모기에도 벌금을 부과한다. 모기들이 서식할만한 하수구나 웅덩이를 방치하다가 유충이나 알이 적발될 경우 해당 거주지 소유주 혹은 관리자는 엄청난 벌금을 물어야 한다.

이전에는 벌금이 적발건수와 상관없이 200싱가포르달러(약 19만원)였는데 2020년부터 처벌이 강화되면서 1건당 벌금 300싱가포르달러(약 29만원) 부과하고, 3번 반복 적발되면 기소돼 최대 3000싱가포르달러(약 292만원) 혹은 3개월 징역에 처해진다.

아파트단지는 더 엄격하다. 아파트단지는 적발되면 관리자가 5000싱가포르달러(약 487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건설현장은 첫 적발시 벌금 3000싱가포르달러, 3번 적발시 현장책임자가 기소돼 최대 2만싱가포르달러(약 1950만원)에 최대 3개월 징역에 처한다.

싱가포르 환경청(NEA)에서는 주기적으로 집집마다 방문해 모기 서식지 여부를 검사한다. 집이 비어있으면 날짜와 시간을 재고지한 뒤 재방문하고, 그래도 사람이 없으면 법적 절차에 따라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갈 수도 있다.

이렇게 방문한 검사관은 세면장 배수구, 물통, 화분, 쓰레기통, 변기까지 물이 고인 곳이라면 마당은 물론이고 가정집 실내까지 모기 유충 및 알의 유무를 확인한다. 벌금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아파트 등에서는 주기적으로 소독하고 관리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싱가포르 정부는 '불임 모기'를 투입해 적극적으로 모기 억제에 나서기도 했다. 싱가포르는 2020년 자국 내 뎅기열 감염이 급증하자 거주지 1455곳에 월바키아 박테리아 감염으로 불임 상태가 된 수컷 숲모기를 살포했다. 불임 모기와 교배해 낳은 알은 부화하지 않아 개체수 증식을 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방식으로 모기가 많이 서식하는 지역에서 90%까지 모기를 줄였다. 사전실험 결과 100개 채집망당 20∼30마리 잡히던 숲모기가 2마리가량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NEA는 싱가포르 전역의 주택단지에 약 7만개의 모기덫(Gravitraps)을 설치해 모기를 유인, 포획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가 이처럼 '모기방역'에 사력을 다하는 이유는 뎅기열, 지카 등 모기 매개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2020년 싱가포르 뎅기열 환자는 2만6000여명에 이르러 2013년 기록인 약 2만2000명을 넘어섰다. 2022년 환자 수는 1만123명이었다.

뎅기열은 고열과 두통, 몸살 등과 함께 관절 통증을 일으키며 심한 경우 내출혈과 호흡곤란, 장기부전 증세로 사망에 이르게 하기도 한다. 마땅한 백신이나 치료제도 없어 유일한 예방법은 매개원이 되는 모기의 퇴치다. 이렇다 보니 뎅기열 예방을 위한 모기 퇴치에 열을 올리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주 단위로 뎅기열 발생건수를 명시하고, 14일 안에 150m 이내 뎅기열 감염 사례가 2건 이상 발생하면 그 지역을 뎅기 클러스터(dengue Cluster)로 지정해 집중관리한다.

NEA는 집중관리 지역 가정마다 모기약과 모기서식지 제거도구를 나눠주고 자원봉사자를 배치해 건물 주변을 정비한다. 또 뎅기열 예방 행동요령이 담긴 포스터를 부착하는 등 뎅기열 예방 홍보에도 힘쓰고 있다.

우리나라도 모기 매개 감염병 환자 수가 매년 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말라리아 감염자 수는 312명으로 지난해 상반기 152명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질병관리청은 2021년에서 2023년까지 말라리아 감염 건수를 0건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도 내놨지만 현재까지 말라리아 환자 수는 300~400명 수준을 유지했고 올해는 오히려 더 늘었다.

아직까지 국내 모기 매개 감염병 환자는 해외에서 감염된 경우이고, 국내 모기로부터 감염된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기후변화, 엘니뇨 현상 등으로 기온이 오르면서 아열대에 서식하던 모기들로부터 우리나라도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도 "올해와 내년 모기 매개 바이러스 감염이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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