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 게시물 분석해보니...정유·화학·에너지 '그린워싱 심각'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08-29 00:00:02
  • -
  • +
  • 인쇄
인스타그램 계정 10개 중 4개가 '그린워싱'
이미지 남용, 혁신과장...소비자 무방비 노출
▲그린워싱 감시단 조사로 발견된 대표적 인스타그램 그린워싱 게시물들 (자료=그린피스)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국내 기업들의 그린워싱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28일 그린피스가 소셜미디어상 그린워싱 실태를 조사하고 분석결과를 담은 '소셜미디어로 침투한 대기업의 위장환경주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4월 1일~2023년 3월 31일 1년간 인스타그램에 그린워싱 게시물을 1건이라도 게재한 기업은 165곳(41.35%)에 달했다. 업종별로는 정유·화학·에너지 분야(80건)가 그린워싱 콘텐츠를 가장 많이 게시했고, 건설·기계·자재 분야(62건)가 뒤를 이었다. 이들 업종은 모두 온실가스 감축에 많은 노력이 필요한 산업으로 꼽힌다.

이번 조사는 2022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공시 대상 기업집단의 2886개 소속 회사 가운데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한 것으로 확인된 399개 회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그린워싱 게시물 유형별로는 제품의 실제 성능이나 기업의 노력과 무관하게 브랜드와 제품에 친환경 이미지를 더하는 '자연 이미지 남용'이 51.8%로 가장 많았다. 시민참여형 이벤트 등을 통해 기후위기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길 우려가 있는 '책임전가' 유형이 39.8%, 친환경 기술 개발과 혁신에 기여한다는 점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도 관련 정보는 불분명하게 표기한 '녹색혁신 과장' 유형은 18.3%를 차지했다. 2가지 이상의 그린워싱 유형이 복합적으로 더해진 게시물도 23.3%에 달했다.

▲업종별 그린워싱 게시물 수 (자료=그린피스)


조사에 적용한 그린워싱 유형은 2022년 그린피스 네덜란드 사무소가 하버드 대학교에 의뢰한 EU 기업의 소셜미디어 그린워싱 조사를 바탕으로 △자연이미지 남용 △녹색 혁신 과장 △책임 전가 3가지 기준을 반영했다. 497명의 일반 시민이 참여해 조사한 기록을 바탕으로 보고서가 작성되는 국내 최초의 시민참여형 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사에 참가한 시민들이 뽑은 최악의 '자연 이미지 남용' 사례는 롯데칠성음료 게시물이었다. 해당 게시물은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 그림을 플라스틱병 라벨에 삽입해 제품을 홍보했다. 하지만 플라스틱이 99% 이상 화석연료로 만들어지고,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해 해양 생물이 피해를 받는 실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자연 이미지가 반복적으로 사용될 경우, 소비자는 기업의 제품 및 서비스를 친환경적이라고 오인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시민들이 뽑은 '책임 전가' 유형 대표 사례는 GS칼텍스 게시물이다. 텀블러 사용으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를 소개하며 개인의 텀블러 사용을 권장하는 게시물이다. 문제는 정유업계가 전력, 철강, 시멘트와 함께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함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아닌, 효과가 미미한 개인의 실천만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책임 전가' 유형은 소비자가 기후위기 대응을 개인의 실천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인식할 소지가 커 위험하다. 게다가 이같은 게시물이 경품을 수반한 참여형 이벤트와 접목될 경우, 부정적 파급력은 더 클 수밖에 없다.

'녹색혁신 과장' 부문은 삼성전자의 에어컨이 친환경 냉매를 사용했고, '솔라셀'(태양광 충전) 리모컨을 갖췄다고 홍보한 삼성스토어가 차지했다. 정부의 친환경 인증을 받지 않았음에도, 자사가 만든 마크를 교묘하게 사용하면서 하단에 작은 글씨로 '자사 마크'라고 기재해 소비자에게 공인기관의 인증을 받은 것으로 착각하게 했다. 아울러 솔라셀 리모컨 하단에 매우 작은 글씨로 '태양광 충전만으로는 사용 불가'라고 기재하면서 USB-C타입 충전을 권장했다.

시민들이 조사한 데이터를 분석한 정다운 그린피스 데이터 액티비스트는 "그린워싱은 생활 소비재에 국한되지 않고 금융, 건설, 철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군에서 발견되며, 단순 환경 친화적인 단어를 사용하는 수준을 넘어 훨씬 더 복잡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면서 "그린워싱 방식이 교묘해질수록 소비자는 진짜 친환경 기업을 구분하기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양연호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조사 참여자 모두 그린워싱이 만연하게 일어나는 이유로 소비자와 기업 사이의 정보 불균형을 꼽았다"면서 "기업은 그린워싱 여부를 검증할 수 있도록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를 위해 시민이 직접 비교 가능하며, 신뢰할 수 있는 수준으로 기업의 기후 대응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ESG 공시 제도가 하루빨리 도입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슈퍼주총' 시즌 자사주 소각 서두르는 기업들...기업가치 개선될까?

3월 '슈퍼주총'을 앞두고 기업들이 앞다퉈 자사주 소각에 나서고 있다. 3차 상법 개정안이 지난 2월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상장사들은 보유하

"재생에너지 비중 높을수록 국제유가 충격 줄어든다"-英CCC 분석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국제유가 불안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재생에너지 확대가 에너지 가격 충격을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11일(현지시간) 영국 기

현대차, 中업체와 손잡고 인니 EV배터리 재활용 순환체계 확보

현대차그룹이 인도네시아에서 배터리 순환경제 거점을 마련한다.현대차그룹은 중국 '저장화유리사이클링테크놀로지(화유리사이클)'와 12일 서울 양재

국민연금 기후 주주관여 '반토막'…대상 기업 29개에서 13개로

기후리스크가 주요 투자위험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국민연금의 기후관련 주주관여 활동이 최근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11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

"기후는 핵심 재무리스크"…스튜어드십 코드 개정 논의

금융위원회가 상반기 중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을 예고한 가운데 국내 스튜어드십 코드에 기후관련 원칙과 지침이 사실상 빠져있다는 지적이 국회 토

KCC, 서초구 주거환경 개선 힘쓴다...9년째 맞은 '반딧불 하우스'

KCC가 서초구와 손잡고 올해도 지역사회 주거환경 개선에 나선다. 양 기관은 2026년 '반딧불 하우스'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9년째 이어

기후/환경

+

봄 건너뛰고 초여름?...美서부, 3월에 30℃ 이례적인 봄날씨

미국 서부지역에 이례적인 3월 폭염이 예보되면서 봄철 기온 패턴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12일(현지시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

커피값 또 오르나?...기후변화에 브라질 커피벨트 '물폭탄'

브라질 커피 생산의 중심지에 기록적인 폭우와 홍수가 잇따르면서 인명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기후변화로 인해 이러한 극단적 강우가 더욱 심해질 수

호주, 석탄광산 채굴 2038년까지 연장…1.5℃ 기후목표 '흔들'

호주에서 대형 석탄광산의 채굴기간 연장이 승인되면서 1.5℃ 기후목표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12일(현지시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호주 퀸

[주말날씨] 드디어 '봄이 왔다'…일교차는 15℃ 이상

이번 주말부터 기온이 크게 오르면서 완연한 봄날씨를 만끽할 수 있겠다. 다만 일교차는 매우 커서 감기 조심해야 한다.토요일인 14일에는 이동성 고기

온난화로 심해까지 '뜨끈'...미생물은 오히려 활발해진다?

온난화가 심해까지 수온이 올라가면서 해양생태계 변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해양 미생물 일부가 이러한 환경변화에 적응하고 있을 가

기후변화에 전쟁까지 '겹악재'...이란 '물부족' 사태 더 심해져

기후변화로 수년째 심각한 가뭄을 겪고 있는 이란이 미국과의 전쟁으로 물 부족 사태가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전쟁이 발생하기전부터 가뭄과 폭염으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