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남용, 혁신과장...소비자 무방비 노출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국내 기업들의 그린워싱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28일 그린피스가 소셜미디어상 그린워싱 실태를 조사하고 분석결과를 담은 '소셜미디어로 침투한 대기업의 위장환경주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4월 1일~2023년 3월 31일 1년간 인스타그램에 그린워싱 게시물을 1건이라도 게재한 기업은 165곳(41.35%)에 달했다. 업종별로는 정유·화학·에너지 분야(80건)가 그린워싱 콘텐츠를 가장 많이 게시했고, 건설·기계·자재 분야(62건)가 뒤를 이었다. 이들 업종은 모두 온실가스 감축에 많은 노력이 필요한 산업으로 꼽힌다.
이번 조사는 2022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공시 대상 기업집단의 2886개 소속 회사 가운데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한 것으로 확인된 399개 회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그린워싱 게시물 유형별로는 제품의 실제 성능이나 기업의 노력과 무관하게 브랜드와 제품에 친환경 이미지를 더하는 '자연 이미지 남용'이 51.8%로 가장 많았다. 시민참여형 이벤트 등을 통해 기후위기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길 우려가 있는 '책임전가' 유형이 39.8%, 친환경 기술 개발과 혁신에 기여한다는 점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도 관련 정보는 불분명하게 표기한 '녹색혁신 과장' 유형은 18.3%를 차지했다. 2가지 이상의 그린워싱 유형이 복합적으로 더해진 게시물도 23.3%에 달했다.
조사에 적용한 그린워싱 유형은 2022년 그린피스 네덜란드 사무소가 하버드 대학교에 의뢰한 EU 기업의 소셜미디어 그린워싱 조사를 바탕으로 △자연이미지 남용 △녹색 혁신 과장 △책임 전가 3가지 기준을 반영했다. 497명의 일반 시민이 참여해 조사한 기록을 바탕으로 보고서가 작성되는 국내 최초의 시민참여형 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사에 참가한 시민들이 뽑은 최악의 '자연 이미지 남용' 사례는 롯데칠성음료 게시물이었다. 해당 게시물은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 그림을 플라스틱병 라벨에 삽입해 제품을 홍보했다. 하지만 플라스틱이 99% 이상 화석연료로 만들어지고,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해 해양 생물이 피해를 받는 실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자연 이미지가 반복적으로 사용될 경우, 소비자는 기업의 제품 및 서비스를 친환경적이라고 오인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시민들이 뽑은 '책임 전가' 유형 대표 사례는 GS칼텍스 게시물이다. 텀블러 사용으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를 소개하며 개인의 텀블러 사용을 권장하는 게시물이다. 문제는 정유업계가 전력, 철강, 시멘트와 함께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함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아닌, 효과가 미미한 개인의 실천만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책임 전가' 유형은 소비자가 기후위기 대응을 개인의 실천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인식할 소지가 커 위험하다. 게다가 이같은 게시물이 경품을 수반한 참여형 이벤트와 접목될 경우, 부정적 파급력은 더 클 수밖에 없다.
'녹색혁신 과장' 부문은 삼성전자의 에어컨이 친환경 냉매를 사용했고, '솔라셀'(태양광 충전) 리모컨을 갖췄다고 홍보한 삼성스토어가 차지했다. 정부의 친환경 인증을 받지 않았음에도, 자사가 만든 마크를 교묘하게 사용하면서 하단에 작은 글씨로 '자사 마크'라고 기재해 소비자에게 공인기관의 인증을 받은 것으로 착각하게 했다. 아울러 솔라셀 리모컨 하단에 매우 작은 글씨로 '태양광 충전만으로는 사용 불가'라고 기재하면서 USB-C타입 충전을 권장했다.
시민들이 조사한 데이터를 분석한 정다운 그린피스 데이터 액티비스트는 "그린워싱은 생활 소비재에 국한되지 않고 금융, 건설, 철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군에서 발견되며, 단순 환경 친화적인 단어를 사용하는 수준을 넘어 훨씬 더 복잡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면서 "그린워싱 방식이 교묘해질수록 소비자는 진짜 친환경 기업을 구분하기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양연호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조사 참여자 모두 그린워싱이 만연하게 일어나는 이유로 소비자와 기업 사이의 정보 불균형을 꼽았다"면서 "기업은 그린워싱 여부를 검증할 수 있도록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를 위해 시민이 직접 비교 가능하며, 신뢰할 수 있는 수준으로 기업의 기후 대응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ESG 공시 제도가 하루빨리 도입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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