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바다에서 멸종위기종인 남방큰돌고래가 죽은 새끼를 등에 업고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17일 제주 서귀포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5일 낮 12시께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리 인근 해상에서 돌고래가 폐그물에 걸린 채 이동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경은 폐그물을 절단하기 위해 입수해 돌고래에 접근했는데, 가까이서 확인해보니 돌고래 등에 걸려있던 것은 폐그물이 아닌 새끼 돌고래의 사체였다. 구조대원이 접근하자 돌고래는 죽은 새끼를 뺏기지 않으려고 업고 있던 사체를 이리저리 옮기며 이동했다.
업혀있던 돌고래 사체는 1m 내외의 남방큰돌고래로, 고래연구팀에 문의한 결과 새끼 돌고래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지난 3월과 5월에도 태어난지 얼마 안돼 죽은 새끼를 등지느러미에 업고 다니던 돌고래가 발견된 적이 있었다.
이처럼 남방큰돌고래가 죽은 새끼를 머리에 이거나 업고 다니는 모습은 아주 드물게 포착되고 있다. 국내에선 2017년과 2018년에도 한 차례씩 관찰된 바 있다.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는 지난 2020년 6월 제주시 구좌읍 연안에서 남방큰돌고래 조사과정 중 죽은 새끼를 업고 다니는 어미 돌고래의 행동을 촬영해 공개한 적도 있다. 당시 어미는 자신의 몸에서 사체가 떨어지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새끼를 주둥이 위에 얹거나 등에 업고 유영하기를 반복했다고 한다.
새끼 사체는 지난 16일 대정읍 무릉리 해안가로 떠밀려와 해경이 지자체에 인계했다.
한편 동물보호단체 핫핑크돌핀스는 해당 돌고래 관측을 위해 찾아간 현장에서 관광선박 4척이 동시에 돌고래 관광을 하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단체 측은 성명서를 통해 "돌고래들을 따라 몰려다니는 관광선박으로 인해 남방큰돌고래들은 제대로 쉬지 못하고 먹이활동에도 지장을 받는다"며 "멸종위기종인 돌고래들이 제주 바다에서 인간과 오랫동안 공존할 수 있도록 서식처 일대를 해양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선박관광을 금지시켜야 한다"고 경고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