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곳곳 '극한기후'인데...석유기업들 "감산안해" 배짱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3-07-17 15: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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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가 폭염과 홍수 등 '극한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주요 화석연료 기업들은 일제히 감산 목표를 하향조정하거나 매각 등의 '꼼수'를 부린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몇 년동안 화석연료 기업들은 기후위기에 대한 우려를 이유로 "석유 및 가스 생산량을 줄이고 배출량을 감소시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많은 기업이 이같은 계획을 철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2월, 영국 석유회사 비피(BP)는 "2030년까지 배출량을 35% 줄이겠다는 기존 목표를 축소하고, 대신 20~30% 감축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유럽은 기록적으로 따뜻한 겨울로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음에도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엑슨모빌(ExxonMobil)은 "저탄소 연료를 만들기 위해 해조류를 사용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정작 관련부서의 예산을 전액 삭감한 사실이 들통났다. 쉘(Shell)의 경우 이전에 탄소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해놓고 "올해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늘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들 기업이 관심있는 것은 기록적인 온난화가 아니라 기록적인 이익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나오미 오레스케스(Naomi Oreskes) 과학사 교수는 "화석연료 산업은 위험한 제품을 판매해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며 "이제 전세계의 무고한 사람들과 정부가 이들 기업의 희생양이 됐다"고 말했다.

또한 화석연료 기업들은 석유 시추도 더 확대하고 있다. 쉘은 "2030년까지 석유생산량을 20% 줄이겠다"는 자사의 공약에 "올해 일부 사업장을 다른 석유회사에 매각함으로써 그 목표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다른 회사에 매각한 사업장도 생산을 계속하는 것으로 나타나 실제 쉘은 어떠한 감축도 하지 않은 것이다. 또 비피는 가스 시추를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대런 우즈(Darren Woods) 엑슨모빌 CEO는 올 6월 한 컨퍼런스에서 "향후 5년 내에 미국 셰일에서 생산되는 석유 양을 2배로 늘릴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 시기에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6월 해수면 온도가 3개월 연속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우려했다. 

쉘 대변인은 "우리 회사는 사회가 기후변화에 대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며 "자사의 탄소감축 기후공약에 근본적인 변화는 없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어 "전세계 에너지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며 석유와 가스를 포함한 다양한 유형의 에너지로 충족될 것"이라며 "이러한 시나리오에서 균형잡힌 에너지 전환은 성능, 규율 및 단순화에 중점을 두어 더 적은 배출량으로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쉘의 이같은 발언에 많은 기후과학자들과 기후연구가들은 즉각 반박했다. 에너지경제 및 금융분석연구소의 댄 콘(Dan Cohn) 연구원은 "석유업계의 기후계획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며 "그들의 공약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배치됐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화석연료 수요가 하룻밤 사이에 사라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그래도 몇 년동안 화석연료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충분한 증거가 있으며, 실제로 살기좋은 기후를 확보하려면 반드시 그래야 한다"고 말했다.

티몬스 로버츠(Timmons Roberts) 브라운대학교(Brown University) 환경 및 사회학 교수는 "이들 기업의 기후공약은 자발적인 약속이 충분하기 때문에 규제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대외적으로 말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확실하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스 가격이 상승했으며 실제로 화석연료 회사들은 지난해 기록적인 수익을 올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익을 극대화하지 못하면 상장기업 CEO가 해임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움직임은 놀랄 일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또한 화석연료 기업들의 경영진은 "석유생산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해 물의를 빚고 있다. 13일(현지시간) 패트릭 푸얀(Patrick Pouyanne) 토탈에너지(TotalEnergies) CE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회사가 계속해서 화석연료에 대부분의 투자를 쏟아 부을 것"이라며 "오늘날 우리 사회는 석유와 가스를 필요로 하고 하룻밤 사이에 이 모든 것을 없앨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푸얀 CEO가 인터뷰한 날은 지구가 사흘 연속으로 역대 가장 더운 날이라는 기록을 경신한 때다.

앞서 6일(현지시간)에는 쉘(Shell)의 와엘 사완(Wael Sawan) CEO가 "석유와 가스 생산을 억제하는 것은 위험하고 무책임한 일"이라며 "현실은 오늘날의 에너지 시스템이 계속해서 석유와 가스를 절실히 필요로 한다"고 말해 뭇매를 맞기도 했다.

오레스케스 교수는 "이들 화석연료 기업은 기후행동을 차단하고 우리가 그들의 제품에 계속 의존하도록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왔다"고 말했다. 

로버츠 교수는 "이러한 발언은 화석연료 업계가 의도적으로 기후행동을 미루기 위해 사용하는 '기후 지연 담론'의 전형적인 예시"라며 "이것은 현재의 상태를 합리화하고 사회가 대규모 사회경제적 변화를 조직할 수 있는 능력을 부정하는 담론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청정에너지 전환의 즉각적인 수익성이 떨어지자, 이들은 변화는 불가능하다와 같은 전술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로버츠 교수는 "진정한 에너지 전환을 촉진하려면 에너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바꿀 것이라는 믿음을 버려야 한다"며 "석유 기업이 가지고 있는 공을 빼앗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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