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유럽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폭염으로 6만명 이상이 사망했다.
바르셀로나 세계보건연구소(Barcelona Institute for Global Health, ISGlobal)와 스위스 제네바대학교 의과대학(Medical School of the University of Geneva) 등 공중보건 전문가로 구성된 연구진들은 기온 지수와 사망률 등 각종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역학모델을 사용해 폭염 사망자 수를 추적한 결과, 지난해 5월 30일~9월 4일 사이에 유럽에서만 6만1672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지난해 8월에 무더위와 가뭄, 격렬한 화재가 유럽 대부분을 휩쓸면서 이례적으로 많은 사람이 사망하는 것을 목격했다"며 "경종을 울리는 의미에서 연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사망자는 폭염이 가장 극심했던 남유럽에 위치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순으로 많았다. 연구진들은 "남유럽은 가장 급격하게 기온이 올라갔을 뿐만 아니라 열대야 폭염이 지속된 지역으로 이같은 결과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의 수석 저자인 조안 발레스터(Joan Ballester) 바르셀로나 세계보건연구소 부연구교수는 "다른 질병이나 자연사 등을 제외했는데도 사망수가 이 정도였다"면서 "극한기후로 인한 사망자가 6만명 이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사실 열사병으로 인한 사망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대부분의 경우 심장이나 폐 등 신체에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들이 폭염 등을 제때 대처하지 못해서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에 따르면 유럽에서 폭염이 가장 심했던 7월 18일~24일까지 1만1637명이 사망했다. 스페인 마드리드 라파스대학병원에 근무하는 앙헬 아바드(Ángel Abad) 의사는 "해당 기간에 사망한 사람 가운데 에어컨 없이 혼자 살던 86세의 마리아라는 여성이 있었다"며 "그녀는 7월 19일 피곤함을 호소하며 병원에 입원한지 5일만에 사망했다"고 말했다. 스페인의 병원에서는 여름철에 이같은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여름, 유럽 기온은 전세계 평균보다 거의 2배 빠르게 상승했다. 연구진들은 "정부가 더운 날씨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고, 온실가스를 더 적게 배출하지 않는 한 폭염은 더욱 치명적일 것이다"고 경고했다. 발레스터 교수는 "결국 사망률을 높이는 것은 온도"라고 말했다.
스위스 베른대학(University of Berne)의 기후 및 건강 연구그룹 책임자인 아나 마리아 비세도-카브레라(Ana Maria Vicedo-Cabrera) 박사는 "실제 사망자 수는 훨씬 더 많을 수 있다"며 "온도와 사망률에 대한 주간 데이터가 아닌 일일 데이터를 사용하면 더욱 많은 사망자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폭염에서는 고령여성이 고령남성보다 더 많이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위스의 노인여성 2000여명은 "연방 정부가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폭염으로 인한 건강 위험이 증가했다"며 스위스 정부를 유럽인권재판소에 제소하기도 했다.
적십자 기후 센터의 줄리 아리기(Julie Arrighi) 국장 대행은 "의료시스템을 강화하고 취약계층을 보호하면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며 "사람들이 이웃과 사랑하는 사람들, 특히 혼자 사는 사람들을 돌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10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의학(Nature Medicine)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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