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죽이는 폭염'...지난해 유럽에서 6만명 사망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3-07-11 12:45:23
  • -
  • +
  • 인쇄
▲지난해 7월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방의 빌바오 거리에 설치돼 있는 온도계가 섭씨 46℃를 나타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여름 유럽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폭염으로 6만명 이상이 사망했다.

바르셀로나 세계보건연구소(Barcelona Institute for Global Health, ISGlobal)와 스위스 제네바대학교 의과대학(Medical School of the University of Geneva) 등 공중보건 전문가로 구성된 연구진들은 기온 지수와 사망률 등 각종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역학모델을 사용해 폭염 사망자 수를 추적한 결과, 지난해 5월 30일~9월 4일 사이에 유럽에서만 6만1672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지난해 8월에 무더위와 가뭄, 격렬한 화재가 유럽 대부분을 휩쓸면서 이례적으로 많은 사람이 사망하는 것을 목격했다"며 "경종을 울리는 의미에서 연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사망자는 폭염이 가장 극심했던 남유럽에 위치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순으로 많았다. 연구진들은 "남유럽은 가장 급격하게 기온이 올라갔을 뿐만 아니라 열대야 폭염이 지속된 지역으로 이같은 결과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의 수석 저자인 조안 발레스터(Joan Ballester) 바르셀로나 세계보건연구소 부연구교수는 "다른 질병이나 자연사 등을 제외했는데도 사망수가 이 정도였다"면서 "극한기후로 인한 사망자가 6만명 이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사실 열사병으로 인한 사망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대부분의 경우 심장이나 폐 등 신체에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들이 폭염 등을 제때 대처하지 못해서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에 따르면 유럽에서 폭염이 가장 심했던 7월 18일~24일까지 1만1637명이 사망했다. 스페인 마드리드 라파스대학병원에 근무하는 앙헬 아바드(Ángel Abad) 의사는 "해당 기간에 사망한 사람 가운데 에어컨 없이 혼자 살던 86세의 마리아라는 여성이 있었다"며 "그녀는 7월 19일 피곤함을 호소하며 병원에 입원한지 5일만에 사망했다"고 말했다. 스페인의 병원에서는 여름철에 이같은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여름, 유럽 기온은 전세계 평균보다 거의 2배 빠르게 상승했다. 연구진들은 "정부가 더운 날씨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고, 온실가스를 더 적게 배출하지 않는 한 폭염은 더욱 치명적일 것이다"고 경고했다. 발레스터 교수는 "결국 사망률을 높이는 것은 온도"라고 말했다.

스위스 베른대학(University of Berne)의 기후 및 건강 연구그룹 책임자인 아나 마리아 비세도-카브레라(Ana Maria Vicedo-Cabrera) 박사는 "실제 사망자 수는 훨씬 더 많을 수 있다"며 "온도와 사망률에 대한 주간 데이터가 아닌 일일 데이터를 사용하면 더욱 많은 사망자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폭염에서는 고령여성이 고령남성보다 더 많이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위스의 노인여성 2000여명은 "연방 정부가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폭염으로 인한 건강 위험이 증가했다"며 스위스 정부를 유럽인권재판소에 제소하기도 했다.

적십자 기후 센터의 줄리 아리기(Julie Arrighi) 국장 대행은 "의료시스템을 강화하고 취약계층을 보호하면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며 "사람들이 이웃과 사랑하는 사람들, 특히 혼자 사는 사람들을 돌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10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의학(Nature Medicine)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삼천리 70년' 나눔과 봉사 실천..."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것"

올해로 창립 70주년을 맞은 삼천리는 지역사회 곳곳에서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면서 나눔상생을 실천하고 있다.20일 삼

네이버, 2024년 재생에너지 사용 통해 온실가스 9144톤 감축

네이버가 지난해 탄소배출량을 3만925톤(tCO2eq) 절감하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통해 감축한 온실가스가 9144톤에 달했다.네이버는 20일 발간한 '2024 통합보

사외이사 안건 찬성률 95.3%...상장사 이사회는 '거수기'로 전락?

사외이사 이사회 안건 찬성률이 95.3%에 달하는 등 올 상반기 국내 상장사들의 이사회 기능과 감사 독립성이 전반적으로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손기원의 ESG인사이드] 보여주기식 'ESG공시' 벗어나려면?

ESG 공시는 더이상 선택이 아니다. 지속가능성 정보가 자본과 규제의 흐름을 결정짓는 시대,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 수준을 점검하고 공시 역량을 평가

노동자 사망사고·압수수색 이후...SPC '컴플라이언스 위원회' 출범

노동자 끼임 사망 사고로 압수수색을 받았던 SPC그룹이 윤리·준법 체계를 감독하는 상설독립기구인 'SPC 컴플라이언스 위원회'를 구성하고 19일 출

틱톡, 광고 제작과정 탄소배출까지 체크한다

숏폼 플랫폼 틱톡(TikTok)이 송출되는 광고는 물론, 해당 광고가 제작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까지 측정한다.16일 틱톡에 따르면, 플랫폼 내 광고 캠

기후/환경

+

비 오면 벽체 내려앉아...세계문화유산 무령왕릉 5호분 보존처리 시급

단시간에 많은 비가 쏟아지는 '극한호우'가 이어지는 가운데 공주 무령왕릉 5호분이 장마철 등 강우량이 많은 시기에 토양에 수분이 증가하면서 벽체

지구 기온 4℃ 오르면...2100년 식량 생산량 절반으로 '뚝'

지구온난화로 인해 2100년에 이르면 식량 생산량이 절반가량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솔로몬 샹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연구팀은 지구 평균기온

항공권에 '비행세' 부과하면...기후기금 167조원 확보 가능

항공권에 '비행세'를 부과하면 기후피해 회복기금으로 연간 1060억유로, 우리돈 167조2000억원 이상을 모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19일(현지시간)

올해도 미국은 '열돔'에 갇혔다...다음주까지 폭염 시달려

올해도 미국의 폭염은 더 뜨겁고 길어질 전망이다. 19일(현지시간) 미국 기상청(NWS)에 따르면 이번 주말 중서부에서 동부 연안에 이르는 지역에 열돔 현

환경공익사업 지원금을 로비에 활용?...EU, NGO 자금조사 착수

환경 등 공익사업을 수행하라고 지급된 유럽연합(EU)의 보조금이 NGO들의 정치적 로비에 활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EU가 자금 흐름을 들여다보

퍼붓다 그쳤다 반복...수도권 '국지성 폭우'로 피해 속출

인천 등 수도권 곳곳에 강한 비가 쏟아졌다 그쳤다는 반복하는 국지성 호우로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기상청은 일부 지역을 제외한 인천 전역과 경기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