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라인' 설정해 추가가동 막아야
철강의 원료인 석탄을 채굴하는 것만으로 보잉747 비행기 300만대 무게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고 있어 철강산업의 탈탄소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철강산업 탈탄소화를 목표로 하는 시민단체 스틸워치(SteelWatch)가 11일(현지시간) 이같은 내용을 담은 '저무는 석탄기반 제철의 시대' 보고서를 발간했다. 철강산업은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7%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인도의 국가 총배출량과 맞먹는 수치다.
철강 부문은 2020년 이후 배출량이 가장 빠르게 증가한 산업 분야다. 철강업계가 석탄기반 제철생산을 통상업무수준(BAU)으로 지속할 경우 2030년에 이르면 철강업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1.5℃ 이내로 억제하기 위한 IPCC 경로에서 1.8기가톤을 초과하고, 2050년에 이르면 지구 전체 탄소예산(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범위 내에서 사용가능한 탄소배출량)의 4분의 1가량을 소진하게 된다.
이마저도 원료탄 채굴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포함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021년 전세계 철강업계에서 원료탄 채굴로 1198만톤의 메탄이 배출됐다. 메탄은 이산화탄소에 비해 온실효과가 훨씬 더 강력하기 때문에 IPCC 온난화지수(GWP)를 적용해 82.5배로 환산하면 1기가톤가량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 셈이다. 이는 전 지구상에 서식하고 있는 모든 포유류, 혹은 보잉747 비행기 300만대의 중량과 같다.
게다가 석탄기반 제철은 기후위기뿐 아니라 대기오염과 수질오염 등을 유발해 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한다.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지난 2021년 포스코 포항·광양제철소,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등 3곳의 대기오염으로 506명이 조기사망했고, BAU 시나리오로 가면 2022~2050년 누적 조기사망자는 1만9400명에 달할 전망이다.
스틸워치는 향후 7년을 철강산업을 1.5℃ 경로로 진입시키고,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마지노선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2030년까지 전세계에서 수명이 종료될 예정인 철강 고로의 비중은 전체의 71%에 달한다. 이를 그대로 '개수'해 수명을 연장할 경우 15~25년 추가 가동하게 되면서 2050년까지 철강 탄소배출에 의해 지구가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는 것이다.
이에 스틸워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석탄기반의 고로 신설 및 기존 고로의 개수의 즉각적인 금지 △신흥경제국의 경우 2028년 고로 신설 및 개수 금지 등 각국이 철강의 탈석탄을 위한 '레드라인'을 설정할 것을 촉구했다.
캐롤라인 애슐리 스틸워치 대표는 "인플레이션감축법, 탄소국경조정제도, 수소가격의 하락세 등 경제성의 논리로 보더라도 미래가 예견돼 있어 유럽에서는 벌써부터 많은 변화를 목도할 수 있다"며 "볼보와 벤츠 등 완성차업체들도 100% 재생에너지 전력이나 수소로 생산된 '그린스틸'을 적극 도입해 시제품 생산 및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애슐리 대표는 이어 "다만 청정전력 인프라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에 철강산업의 전환이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사회정치적 모멘텀을 마련하고, 투자를 이끌어내는 정부의 지원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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