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더위 폭력성 높인다...1℃ 오르면 폭력발생 6.3% 상승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3-06-29 14:37:06
  • -
  • +
  • 인쇄
인도와 파키스탄, 네팔 女상대로 조사결과
열 노출은 아드레날린 분비 촉진해 '공격적'


기온이 상승하면 여성에 대한 가정폭력이 늘어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28일(현지시간) 중국 푸단대학과 독일 환경·건강연구센터(German Research Center for Environmental Health, GMBH) 등 국제연구진이 미국의사협회 정신의학회지(JAMA Psychiatry)에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남아시아 3개국을 대상으로 분석해보니 연평균 기온이 1℃ 상승하면 신체적·성적 가정폭력이 6.3% 이상 증가했다.

연구진은 이를 입증하기 위해 2010년~2018년 인도, 파키스탄, 네팔의 15~49세 여성 19만4871명을 대상으로 그들이 겪은 정서적, 신체적, 성적 폭력 경험을 조사했다. 이 조사데이터를 같은기간의 기온 변동과 비교했다. 그 결과, 가정·성폭력이 빈번한 인도의 경우 기온이 1℃ 상승할 때마다 신체적 폭력은 8%, 성폭력은 7.3% 증가했다. 이달 인도에서는 최고 45℃까지 치솟는 극한고온으로 수십 명의 열사병 사망자가 나왔다. 

연구의 공동저자 미셸 벨(Michelle Bell) 예일대학교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고온이 폭력 위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생리적, 사회학적 잠재적 경로가 많다"며 "폭염은 농작물 피해를 유발하고, 기반 시설을 붕괴시키며, 경제에 타격을 입히고, 사람들을 실내에 가두어 일을 할 수 없게 만드는 등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폭력 발생률을 높일 수 있는 요인을 유발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현지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도 우타 프라데시주 여성위원회에 소속 수니티 가르기(Suniti Gargi) 활동가는 "극한기온은 가정에 엄청난 경제적 스트레스를 유발한다"며 "남성이 다른 주로 이주해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럴 수 없다면 아내와 아이들은 남편의 분노를 감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인도 여성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5월과 6월에 더위가 닥쳐 남편이 밭에서 일할 수 없게 되면 유일한 수입원을 잃게 된다"며 "이로 인해 남편의 좌절감이 쌓이면 나와 아이들을 때리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이에 학계에서는 "극한기후는 여성 등 사회적 소수자·약자를 더욱 취약하게 만든다"면서 기후위기를 젠더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했다.

스페인 국립 공중보건대학(National School of Public Health, Spain)의 연구에 따르면 폭염이 닥쳤을 때 연인과 아내 등 친밀한 관계의 여성이 살해당할 위험이 40% 이상 증가했다. 또 미국 성캐서린대학교(St. Catherine University) 연구진은 케냐에서는 폭염을 포함한 극심한 기상 이변을 경험한 여성이 가정·데이트 폭력을 신고할 확률이 60% 더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벨 교수는 "극심한 더위가 스트레스를 주고, 억제력을 낮추며, 공격성을 높이고, 정신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증거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며 "급성 열 노출은 아드레날린 생산 증가와 관련이 있는데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면 공격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폭염으로 인한 가정폭력 사건으로 인한 여성 사망자 증가 등의 피해는 아직 국가적 차원에서 집계되지 않고 있다"며 "기후변화의 진정한 공중 보건 영향은 과소 평가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인도의 가정폭력 피해자 지원 비정부기구 부부미카 비하르(Bhoomika Vihar) 실피 싱(Shilpi Singh)은 "기후위기가 전통적으로 불평등했던 남성과 여성의 관계를 악화시켰다"며 "남편이 극심한 날씨로 인해 일하러 가지 못해 집에 머물러야 하면 가정폭력이 극심해진다"고 말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현대백화점, 추석 선물세트 포장재 종이로 교체 'ESG 강화'

이번 추석 선물세트 시장에서 현대백화점은 과일세트 포장을 100% 종이로 전환하며 ESG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현대백화점은 기존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K-컬쳐 뿌리 '국중박' 하이브와 손잡고 글로벌로 '뮷즈' 확장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하는 반려호랑이 '더피'의 굿즈를 판다는 소문이 나면서 전세계에서 가장 핫해진 국립중앙박물관이 방탄소년단(BTS)의 하

하나은행, 美글로벌파이낸스 선정 '2025 대한민국 최우수 수탁은행' 수상

하나은행은 미국의 글로벌 금융·경제 전문지 '글로벌파이낸스지(誌)'로부터 '2025 대한민국 최우수 수탁은행(Best Sub-Custodian Bank in Korea 2025)'으로 선

LG생활건강, 청년기후환경 프로그램 '그린밸류 유스' 활동 성료

LG생활건강이 자사의 청년기후환경활동가 육성 프로그램 '그린밸류 유스(YOUTH)'가 2025년 활동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2일 밝혔다. LG생활건강은 지

쏟아지는 추석선물세트...플라스틱·스티로폼 포장 '여전하네'

추석을 맞아 다양한 선물세트가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대를 장식하고 있는 가운데 아직도 플라스틱이나 스티로폼 포장재를 사용하고 있는 선물세트들

쿠팡 '납치광고' 반복한 파트너사 10곳 형사고소...수익금 몰수

쿠팡이 이용자 의사와 무관하게 쿠팡사이트로 이동시키는 이른바 '납치광고'를 해온 악성파트너사 10곳에 대해 형사고소를 진행한다고 1일 밝혔다.납

기후/환경

+

스위스 빙하, 2015년 이후 1000개 사라졌다...'전체의 25%'

스위스 빙하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2일(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 빙하연구소(GLAMOS) 연구팀은 2015년 이후 스위스 빙하가 약 25% 사라졌다

10억달러 피해 입힌 '괴물산불' 43%가 최근 10년에 발생

피해 금액이 10억달러가 넘는 대규모 산불의 약 절반이 최근 10년 사이에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2일(현지시간) 칼럼 커닝햄 호주 태즈메이니아대학 박

"고기는 일주일 한번"...'지구건강식단' 하루 사망자 4만명 줄인다

고기를 적당히 먹어도 식량 부문 탄소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하루 전세계 사망자를 최소 4만명씩 줄일 수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2일(현지시간) 요

유럽의 녹지, 매일 축구장 600개만큼 사라진다

유럽 대륙의 녹지가 개발로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영국과 유럽 전역의 위성 이미지를 분석한

기후대응 촉구한 교황...트럼프 겨냥한듯 "지구 외침에 귀기울여야"

교황 레오 14세가 사실상 기후회의론자들을 겨냥해 "지구의 외침에 귀를 기울이라"며 일침을 가했다.교황은 1일(현지시간) 로마 바티칸에서 열린 생태

"산불특별법, 산림 난개발 우려...대통령 거부권 행사해야"

최근 국회에서 통과된 '산불방지법'에 대해 환경단체들이 반발하면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그린피스 서울사무소, 환경운동연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