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탄소거래소 본격 가동...'자발적 탄소시장' 탄력받을까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06-09 14:25:26
  • -
  • +
  • 인쇄
CIX 익스체인지 첫날 거래량 1만2000주
자발적 탄소시장 선도 '탄소 허브' 구상


싱가포르가 탄소배출권 거래소를 본격 가동하면서 민간에서 온실가스 감축실적을 거래하는 '자발적 탄소시장'(VCM)이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8일(현지시간) 싱가포르 국제탄소배출권 거래소 '클라이밋 임팩트 X'(CIX)가 스팟 거래플랫폼 'CIX 익스체인지'를 개설하고 첫 거래를 마쳤다. 하나증권,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중국국제금융공사, 셰브론 등이 참여한 첫날 거래량은 탄소배출권 1만2000주로 마무리됐다. 시작가격은 1주당 5.36달러(약 6940원)였다.

탄소배출권 1주는 검증된 온실가스 저감사업을 통해 확보한 1톤의 감축실적을 나타낸다. 검증된 저감사업은 케냐의 카시가우 회랑 REDD+프로젝트, 페루의 코르딜레라 아줄 국립공원 REDD+ 프로젝트, 인도네시아의 림바 라야 생물다양성 보호구역 프로젝트 등 11개 프로젝트다.

싱가포르는 그동안 구축해온 역내 '비즈니스 허브' 지위를 지렛대 삼아 세계적인 탄소거래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구상이다. 국제탄소배출권 거래주체들로부터 탄소배출권 유동성을 충분히 확보하고, 추후 활성화될 탄소선물시장에서 가격결정자 역할을 맡기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탄소배출권 거래활성화를 통해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상승시키는 일은 중요하다. 당분간 현행 저감기술이나 정책으로는 단기간에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치를 달성하기 어려워 탄소배출권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고, 탄소 저감기술과 사업에 대한 발굴의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당 기술이나 사업을 발굴하더라도 그에 따른 실적이 거래되는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하면 상품성이 떨어지고, 배출권 가격이 하락하면서 시장동력이 약화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실제로 환경 원자재 시장 인프라 플랫폼인 엑스팬시브(Xpansiv)가 출범시킨 탄소배출권 거래소 CBL에서 탄소배출권은 1주당 1.15달러(약 149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배출권 판매자들 입장에서는 5~10달러를 적정 수준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아직 공인된 국제시장이 없어 체계적인 검증시스템이 부재한 탓에 '그린워싱' 사례가 급증했고, 상품성이 떨어지는 탄소배출권 거래로 신뢰도가 무너져내렸다. 이에 따라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가격도 회복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싱가포르는 이같은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환경친화기업 '화이트리스트'를 관리하고, 이들의 실적을 세계은행이 출범시킨 데이터 플랫폼 기후행동데이터재단(Climate Action Data Trust)에 공시해 탄소배출권의 신뢰도를 높였다. 또 CIX는 CBL과 달리 거래량이 적더라도 양질의 상품성을 갖춘 탄소배출권을 발굴해 거래량을 안정화시키겠다는 차별화 전략을 채택했다.

탄소배출권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선진국이나 기업들에 대한 규제 측면이 강했지만, 교토의정서를 통해 탄생한 청정개발체제(CDM)가 오는 12월 31일부로 파리기후변화협정에 따른 지속가능발전체제(SDM)로 전환되면서 배출권 거래 주체가 모든 당사국, 기업, 기관, 개인 등으로 확장된다. 이에 따라 민간에서 탄소배출권을 거래하는 '자발적 탄소시장'(VCM)이 활성화될 전망이다. 맥킨지에 따르면 VCM 규모는 2030년에 이르면 2020년 대비 15배 성장하고, VCM 내 탄소배출권 수요는 20억톤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CIX가 공신력 있는 탄소배출권 거래플랫폼으로 자리잡게 되면 전세계 탄소자금이 몰리면서 싱가포르는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켈 라슨 CIX 대표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탄소배출권 시장은 침체기여서 더 나은 시기를 기다릴 수 있었지만, '탄소허브'로 거듭나는 일은 하루아침에 일어날 수 없다"며 "매번 외부요인에 휘둘리기만 하면 목표를 절대 이룰 수 없기 때문에 거래소를 지금 연 것"이라고 밝혔다.

싱가포르에 있는 한 탄소배출권 거래업자는 "싱가포르가 배출권 거래자들이 신용할 수 없는 저감사업들을 배제시키면서 유가의 기준이 되는 '브렌트유'처럼 탄소에 있어서도 핵심 벤치마크를 만들어내려는 시도로 읽힌다"고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한국노총·민주당·쿠팡 '한자리'..."택배산업 발전 위해 소통" 다짐

택배산업 발전을 통해 노사가 윈윈하기 위해 노사정이 머리를 맞댔다.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과 김사성 한국노총 택배산업본부 위원장,

'참붕어빵' 제품에서 곰팡이...오리온 "전량 회수조치"

오리온 '참붕어빵' 제품 일부에서 곰팡이가 검출돼 전량 회수 조치가 내려졌다.오리온은 참붕어빵 제품 일부에서 곰팡이 발생 사례가 확인돼 시중에

F1 '넷제로' 향한 질주 5년만에 탄소배출량 26% 줄였다

영화 'F1 더 무비' 개봉과 함께 서킷 위 스피드에 열광하는 팬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포뮬러1(F1)은 탄소중립을 향한 질주도 이어가고 있다. F1은 2019년 '20

수자원공사, 재난구호용 식수페트병 '100% 재생원료'로 전환

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재난구호용으로 지급하는 식수페트병을 100% 재생원료로 만든 소재를 사용한다고 23일 밝혔다. 수자원공사가 제공하는 이 생

친환경 사면 포인트 적립...현대이지웰 '그린카드' 온라인으로 확대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의 토탈복지솔루션기업 현대이지웰이 녹색소비생활을 촉진하기 위해 친환경 구매시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그린카드 적립서비스

SK AX, ASEIC과 51개국 제조업 탄소중립 전환 나서

SK AX가 'ASEIC'과 손잡고 국내외 51개국 중소·중견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공급망 탄소관리, 기후공시 등 탄소중립 전환을 돕는다. SK AX은 ASEIC(아셈중

기후/환경

+

'양산' 쓰는 남자가 늘고 있다..."사막같은 햇빛 그늘막으로 제격"

여자들만 주로 사용하던 '양산'이 38℃를 넘나드는 폭염에 남자들도 여름 필수템으로 이용하기 시작했다.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패션 플랫폼 무신사

AI로 탄소포집하는 콘크리트 찾아냈다

수백 년간 공기 중 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콘크리트 소재를 인공지능(AI)를 활용해 찾아냈다.23일(현지시간)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 비터비공과대

불볕더위 '아차'하면 온열질환에 쓰러져...폭염 안전수칙은?

전국 곳곳에 폭염경보 혹은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온열질환을 예방하려면 폭염 안전수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폭염주의보는 최고 체감온도 33

EU·중국 '기후리더십' 주도권 노리나?…'기후협력' 공동성명 채택

미국과 대척점에 서있는 중국과 유럽연합(EU)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녹색기술을 공동보급하기로 하는 등 협력관계를 더욱 밀착시키고 있다.24일(

산불 1년만에 한달 두차례 홍수...美 뉴멕시코주 마을의 수난

미국 뉴멕시코주 루이도소 마을이 또 물에 잠겼다. 이달에만 벌써 두번째 홍수다. 24일(현지시간) AP통신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후 루이도소 일

폭염에 차량 방치하면 실내온도 90℃까지...화재·폭발 막으려면?

차량이 직사광선에 노출되면 실내온도가 90℃까지 치솟으면서 화재나 폭발 위험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폭염시 차량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25일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