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전세계적으로 경기가 악화되면서 기업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뒷전으로 미루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구글(Google)이 지난 4월 전세계 16개국 1476명의 최고경영자(CEO)와 임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지속가능성 설문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경영진의 ESG 경영 의지가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ESG경영을 전면에 내세웠던 지난해와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조사에 의하면, 지난해 1순위로 꼽았던 ESG 문제를 올해는 3순위로 밀어냈다. 또 올해 기업이 실행중인 지속가능성 프로젝트의 수는 지난해보다 8% 감소했다.
설문에 응한 대부분의 경영진들은 "경제 환경과 외부의 압력으로 인해 지속가능성 비용을 절감하고 고객 관계와 수익 창출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고 답했다.
보고서는 "불안정한 거시경제 상황, 성장보다 이윤을 우선시하는 경향, 유럽의 에너지 위기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기업이 성장 제일주의를 선택했다"며 "더욱이 일부 지역에서는 ESG에 대한 공격으로 기업이 처음부터 약속을 완전히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해 변명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고 진단했다.
또 보고서는 "환경 및 기타 ESG 목표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소비자와의 관계가 깨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소비자가 ESG 기업의 제품을 선호한다는 것은 통계를 통해 밝혀진 사실이다. 2017년~2022년까지 소비자 소비성향을 조사한 맥킨지(McKinsey)와 닐슨아이큐(Nielsen IQ)의 보고서에 따르면 ESG 마케팅을 하는 제품은 그렇지 않은 제품에 비해 판매량이 1.7%포인트(p) 높았다.
맥킨지는 보고서에서 "이는 레드오션 산업에서 볼 때 상당한 수치다"며 "소비자들은 지속가능한 제품과 보다 공평한 기업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에게 기꺼히 지갑을 연다"고 평가했다.
또한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2021년 조사에서는 소비자가 일반 기업보다 친환경 기업의 제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80%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사실을 경영진들도 인식하고 있다. 이번 설문에 응답한 경영진 중 85%는 "고객이 지속가능한 브랜드에 더 많이 참여하고 거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인정한다"고 답했다.
문제는 계속되는 수익 악화 속에서 기업들이 '그린워싱'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기업 임원 72%는 대부분의 기업이 철저한 조사를 받으면 실제로 그린워싱이 적발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답했고, 59%는 자신이 소속된 회사의 지속가능성 활동이 과장되거나 부정확하다고 인정했다"는 것이다.
다만 경영진들은 "그린워싱은 우발적이고 단기적으로 발생한다"며 "그린워싱을 근절하는 방법으로 정확한 데이터 분석과 명확한 책임소재가 필요하다"고 했다.
보고서는 "응답자의 87%는 더 정확한 목표 달성을 위해 조직에 더 나은 측정 시스템을 도입하고 싶다고 답했다"며 "임원진의 84%는 ESG 전문이사 도입 등 책임 소재가 분명한 더 나은 구조를 갖추면 지속가능성이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ESG 경영이 기업의 살길"이라고 조언했다. ESG 데이터 관리 스타트업 노비스토(Novisto) 찰스 아사프(Charles Assaf) 대표는 "주요 대형 자산운용사들은 투자 결정을 내릴 때 ESG 요소를 통합하는 쪽으로 분명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심지어 구직자들도 지원할 기업을 결정할 때 기업이 ESG경영을 하는지 고려한다"고 했다. 그는 "ESG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며 "이미 기차는 오래 전에 역을 떠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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