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 묻으면 6개월 내 사라져요"...진짜 생분해가 나타났다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3-06-01 08: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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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패키지솔루션의 100%식물성 'YUMU' 제품
일회용 플라스틱보다 견고하고 가격도 비슷해
▲안성훈 그린패키지솔루션 대표는 "6개월 이내에 상온에서 분해된다"고 확신했다.

"6개월만에 진짜 생분해가 되는 건가요?"
"그럼요! 땅에 묻어보세요, 약간의 물도 뿌려주시고요."

그린패키지솔루션 안성훈(55) 대표의 어조는 확신에 차 있었다. '100% 생분해성'으로 시판되는 제품의 상당수는 사실상 분해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기자는 의구심 가득한 눈길로 여러 차례 같은 질문을 던졌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았다.

유(有)에서 무(無)로 돌아간다고 해서 제품의 브랜드 명칭도 '유무(YUMU)'로 붙였다고 한다. 또 6개월 이내에 상온에서 분해돼 사라진다는 의미에서 슬로건도 '6OUT'으로 정했다. 브랜드나 슬로건 모두 존재했던 모든 것들이 사라진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그린패키지솔루션의 생분해성 제품들이 6개월 이내에 완전히 분해될 수 있는 것은 식물성 원료로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안 대표는 "제품의 주원료는 사탕수수와 대나무로 100% 식물성 재료"라며 "비(非)목재 식물성 소재이기 때문에 산림을 훼손할 일도 없고, 버려지는 사탕수수와 대나무를 사용하므로 자원을 재활용한다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 설립연도는 2018년 6월로 그리 길지 않지만, 삼성전자와 신세계, 이마트 등 이미 굵직한 대기업들과 거래하고 있는 그린패키지솔루션은 오는 7월부터 대나무와 사탕수수로만 만든 생분해성 일회용 접시 등을 시판할 계획이다. 연말까지 예상 판매량은 약 3억5000만개로 보고 있다. 가격도 일회용 플라스틱과 비슷하다.

안 대표는 "일회용품을 완전하게 퇴출시킬 수 없다면 유해물질을 배출하지 않고 환경도 오염되지 않는 제품으로 하루빨리 대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일회용품 대체할 생분해 "제품 옥석 가려야"

최근 환경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버리는 일회용품은 연간 13.6kg이다. 그만큼 일회용품을 많이 사용한다는 얘기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거치면서 배달음식이나 택배물량이 증가하면서 일회용품 사용량은 더 늘어났다.

한번 사용하고 버리는 일회용품은 대부분 플라스틱으로 만든다. 플라스틱은 소각하거나 매립하면 다량의 온실가스뿐만 아니라 유해물질이 배출된다. 처리되지 못한 일회용품 쓰레기는 토양이나 강 그리고 바다로 흘러가 미세플라스틱 오염원이 되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먹이사슬을 통해 인체로 유입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을 수도 없다. 종이컵을 비롯해 플라스틱 접시나 숟가락, 포크 등 일회용품은 이미 일상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하루빨리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소재가 절실한 상황이다. 

생분해 플라스틱도 대체재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분해 가능한 '58도' 조건을 갖춘 '퇴비화 시설'이 없는 국내에서 생분해 플라스틱은 그냥 쓰레기에 불과했다. 이같은 비판이 끊이질 않자, 환경부는 지난해 생분해 플라스틱을 '환경표지인증'(EL724) 대상에서 제외시켜 버렸다.

안 대표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모두 비친환경으로 몰아가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유해물질 배출 여부와 친환경성 등을 분석해 제품의 옥석을 가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린패키지솔루션의 'YUMU' 제품들은 이미 안전성과 친환경성에서 검증받았을 뿐만 아니라 산림자원보호와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을 위해 설립된 산림경영인증시스템인 국제삼림관리협의회(FSC) 100% 인증마크도 받았다. 또 한국평가데이터로부터 ESG 우수기업 인증서도 받았다.

안 대표는 "환경부 기준을 준수하면서도 정부지침만 기다리지 않고 독자적으로 연구해온 결과 지금의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며 "일회용품 사용규제에 있어 친환경과 비친환경을 구분하고 친환경 일회용품은 규제에서 예외로 둔다면 생분해성 시장은 좀 더 활성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린패키지솔루션이 7월 시판하는 'YUMU' 일회용 접시는 대나무와 사탕수수로만 만들어져 종이류로 분리배출할 수 있다.



◇ 상온에서 완전분해···"6개월이면 흙으로"

안성훈 대표가 생분해성 포장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 재직할 당시 스마트폰 친환경 포장재를 접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는 플라스틱과 스티로폼을 대체할 포장재를 찾기 시작하면서 생분해성 포장재에 대한 성장 가능성을 엿본 것이다. 이듬해 그는 삼성전자를 박차고 나와 연구소기업 형태로 '그린패키지솔루션'을 창업했다.

안 대표는 "2016년부터 소재 개발에 나섰지만 원하는 결과물이 나오기까지의 여정은 쉽지 않았다"며 "식물성 원료이기 때문에 분해되는데는 문제가 없었지만 실용적이려면 튼튼해야 했다"며 개발 당시의 고충을 털어놨다. 수많은 시행착오끝에 분해성과 내구성을 모두 갖춘 신소재를 개발하기까지 2년이 넘게 걸렸다고 했다.

실제 기자가 그린패키지솔루션에서 만든 생분해성 접시와 밀키트 용기, 도시락 등을 만져본 결과, 일회용 플라스틱 재질보다 훨씬 단단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제품의 바닥과 가장자리는 엠보싱으로 처리해 견고함을 높였다. 안 대표는 "밀키트는 냉장보관해야 하기 때문에 습도에 의해 흐물거리면 안된다"면서 "우리 제품은 어떤 상태에서도 용기의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물과 기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옥수수전분을 이용한 폴리락타로이드(PLA)를 이용해 방수·방유 코팅처리도 해결했다. 안 대표는 "우유팩이나 종이컵 등은 식물성 원자재로 만들었지만 액체를 담았을 때 내구성을 유지하기 위해 플라스틱으로 얇은 막을 입히고 있다"면서 "이 코팅처리 때문에 재활용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했다.

우유팩이나 컵라면 등은 종이류로 분리배출해도 방수를 위해 내부에 폴리에틸렌(PE) 플라스틱으로 얇게 코팅돼 있기 때문에 열을 가하면 미세플라스틱·화학물질이 방출된다. 반면에 그린패키지솔루션에서 만든 일회용컵이나 용기는 PLA로 코팅했기 때문에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유해물질이 배출되지 않는다. 제품을 폐기할 때는 종이류로 분리배출하면 된다.

▲'YUMU' 제품을 흙으로 덮어뒀더니 4개월 후 사라진 것을 볼 수 있다. (제공=그린패키지솔루션)

이같은 강점을 지닌 그린패키지솔루션의 YUMU 제품은 이미 시장에서도 상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패키지로 납품하는 것을 비롯해서 이마트와 신세계푸드 밀키트 용기로도 납품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등에 선물용 상자를 만들어 납품한 이력도 있다.

무엇보다 제품의 강점은 땅에 묻어두면 상온에서 3~6개월이면 사라진다는 점이다. 안 대표는 "땅에 묻어두면 3개월 후에 상당부분 분해된다"면서 "아무리 길어도 6개월이면 모두 분해된다"고 말했다. 분해되는 필요한 것은 흙과 약간의 물뿐이라고 했다.

또 안 대표는 "버려지는 대나무와 사탕수수를 이용하기 때문에 원자재 비용도 저렴하다"며 "가공법도 단순해서 생산비용이 크기 않기 때문에 일회용 플라스틱보다 가격이 비싸지 않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미에 제조시설을 두고 있는 그린패키지솔루션은 식품 포장재뿐만 아니라 의약품, 전자제품 등 여러 분야에서 이용할 수 있는 친환경 포장재를 개발해 기존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것이 목표다. 안 대표는 "친환경 포장업계의 선두주자로서 젊은 세대의 건강을 책임질 것"이라는 포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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