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환경단체 글로벌 위트니스(Global Witness)가 지난4월 468명의 전세계 기후과학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0편 이상의 논문을 출판한 과학자 중 절반이 기후 연구로 인해 SNS에서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사이버 불링을 당한 여성과학자 8명 중 1명은 성폭력 위협을 받은 적 있다고 답했다. 글로벌 위트니스는 "저명한 과학자들이 학대에 직면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이후 트위터의 극우화가 심각해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머스크는 트워터 인수 후, 지속가능성 및 SNS 윤리부서 직원들이 대량 해고된 바 있다. 한 기후과학자는 "이들이 맡은 업무는 사이버 불링과 가짜뉴스를 올리는 계정들을 차단하고 신뢰할 만한 뉴스를 올리던 과학자들의 계정이 더 노출되도록 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같은 시기에 도널드 트럼프와 조던 피터슨 등 기후위기에 대한 가짜뉴스를 퍼뜨렸던 일부 사용자들의 계정차단이 해제됐다. 트위터에서 이들이 거느린 팔로워는 수만명에서 수백만명에 달한다.
기후과학자들은 "이같은 변화는 극명하게 드러났으며, 종종 적대적인 댓글 공세에 맞서 싸우기도 한다"고 말했다. 런던대학교(UCL) 지구과학 교수이자 많은 저서를 집필한 마크 매슬린(Mark Maslin) 박사는 "지금 욕설과 무례한 댓글을 너무 많이 받는다"며 "우리 모두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지만 나는 SNS에서 기후 부정론자들에게 이의를 제기하기하는 글로 사이버 불링의 표적이 됐다"고 말했다.
매슬린 박사는 "나는 트위터의 지속가능성 책임자와 가짜뉴스를 거르는 방법에 대한 회의를 하기도 했다"며 "그러나 이들이 모두 해고된 후 트위터는 무법지대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트위터에 남아 과학적 증거를 바탕으로 음모론에 맞서겠다"며 "아무리 악의적인 반응이 있더라도 SNS에서 진실을 옹호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몇몇 과학자들은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받기도 한다. 엑서터대학교(Exeter University) 기상연구센터에서 근무하는 통계학자 더그 맥닐(Doug McNeall) 박사는 "트위터가 정신 건강에 확실한 영향을 미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수많은 계정을 차단했다"고 말했다. 맥닐 박사는 "나는 돈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을 포함해 기후 회의론자들과 수년간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며 "그러나 이 모든 싸움에는 개인적인 비용이 너무 소모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트위터에서 허위정보를 가려내는 방법을 알아내는 것이 어렵다"며 "사람들이 가짜뉴스를 보고 있는지, 아니면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한 올바른 과학적 정보를 얻고 있는지 알 수 없는 것이 매우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
같은 대학에서 기후 영향을 연구하는 리처드 베츠 교수(Richard Betts)는 '최근 몇 주 동안 노골적인 적대감이 증가했다"며 "대부분 사람들은 나를 두고 쓰레기를 생산한다고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츠 교수는 "그들은 대화를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레딩대학교(Reading University)에서 기후과학을 가르치는 에드 호킨스(Ed Hawkins) 교수는 "기후를 부정하는 계정에서 종종 음모론이나 이전에 이미 반박된 주제와 관련된 트윗이 크게 증가했다"며 "댓글의 상당부분이 개인적이고 모욕적인 내용이고 대부분에 트윗에 악플이 달린다"고 말했다.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인수 이후 바뀐 트위터 운영 정책이 가짜뉴스를 부추킨다는 말이 돌고 있다. 트위터는 기존의 가짜뉴스 선별직원을 해고한 후 '트위터 블루'라는 유료계정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 서비스에는 트위터 블루를 구매한 사람의 게시글이 더 우선적으로 많이 보이게 하는 기능이 들어있다. 즉 계정의 신뢰성과는 상관없이 돈을 내면 해당 계정이 쓴 글이 더 자주 노출된다는 것이다. 호킨스 교수는 "기후변화 부정론자들이 트위터 블루를 조직적으로 구매해 기후 부인이 실제보다 더 퍼져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트위터는 이러한 문제를 두고 "딱히 밝힐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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