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화학물질도 '대물림’…아빠가 노출되면 3대가 영향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3-01-30 14:03:16
  • -
  • +
  • 인쇄
美 연구팀, 쥐 대상 실험서 최초 규명
DCHP 노출땐 자손의 대사장애 유발

신체에 노출된 플라스틱 화학물질이 2세대까지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2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리버사이드는 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부계가 플라스틱에 함유된 프탈레이트에 노출될 경우 2세대에 걸쳐 자손의 신진대사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했다.

프탈레이트는 플라스틱의 내구도를 높여주는 화학물질이나 만성질환 위험을 증가시키는 내분비교란화학물질(EDC)이 포함돼있다. 부모세대가 EDC에 노출되면 자손에게 비만, 당뇨병 등 대사장애를 유발한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지만 대부분의 연구는 산모의 EDC 노출이 자손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중점을 둬왔다. 반대로 이번 연구는 부계 EDC 노출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창청 저우(Changcheng Zhou) 캘리포니아대학 생물의학 교수 연구팀은 생쥐를 이용해 프탈레이트의 일종인 디사이클로헥실 프탈레이트(DCHP)에 대한 부계의 노출이 1세대와 2세대 자손의 대사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4주간의 실험결과 연구진은 부계가 DCHP에 노출될 경우 1세대 자손의 인슐린 저항성 증가 및 인슐린 신호전달 장애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2세대 자손 또한 보다 약한 강도이지만 동일한 영향이 나타났다. 저우 교수는 "아버지의 내분비교란 프탈레이트 노출이 자손의 신진대사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번 연구는 이러한 사실을 증명한 최초의 연구"라고 결론지었다.

연구진은 정자, 특히 정보를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 소형 RNA 분자에 초점을 맞춰 '판도라세크(PANDORA-seq)'를 사용했다. 판도라세크는 DCHP에 의한 정자의 소형 RNA 변형을 감지할 수 있는 기법으로 이는 기존 소형 RNA 시퀀싱 방법으로는 발견하지 못한다.

이 연구에서는 DCHP에 노출된 1세대 수컷 쥐와 노출되지 않은 암컷 쥐를 번식시켜 2세대를 생성했다. 연구팀은 부계의 DCHP 노출 결과 1세대 암수 모두에서 포도당내성저하 등의 대사장애가 나타났지만 2세대의 경우 암컷에서만 이러한 장애가 관찰됐다고 밝혔다. 저우 교수는 "2세대 수컷에게서 장애가 나타나지 않는 원인은 아직까지 모른다"며 "아버지의 DCHP 노출이 자손의 대사건강에 성별에 따른 유전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시사했다.

저우 교수는 이전 연구에서 쥐가 DCHP에 노출될 경우 혈장 콜레스테롤 수치가 증가한다는 사실도 증명했다. 그는 DCHP가 다양한 플라스틱 제품에 널리 사용되고 식품, 물, 실내 미립자물질 등에서 검출됐음에도 DCHP 노출이 인체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미 사람의 소변과 혈액 샘플에서도 DCHP가 발견된 바 있으며 최근 미 환경보호청은 DCHP를 위험도 평가가 시급한 20가지 물질 중 하나로 지정했다.

저우 교수는 "플라스틱 제품의 사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이는 플라스틱 환경오염을 줄이는데도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인바이어런먼트 인터내셔널(Environment International)' 학술지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삼천리 70년' 나눔과 봉사 실천..."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것"

올해로 창립 70주년을 맞은 삼천리는 지역사회 곳곳에서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면서 나눔상생을 실천하고 있다.20일 삼

네이버, 2024년 재생에너지 사용 통해 온실가스 9144톤 감축

네이버가 지난해 탄소배출량을 3만925톤(tCO2eq) 절감하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통해 감축한 온실가스가 9144톤에 달했다.네이버는 20일 발간한 '2024 통합보

사외이사 안건 찬성률 95.3%...상장사 이사회는 '거수기'로 전락?

사외이사 이사회 안건 찬성률이 95.3%에 달하는 등 올 상반기 국내 상장사들의 이사회 기능과 감사 독립성이 전반적으로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손기원의 ESG인사이드] 보여주기식 'ESG공시' 벗어나려면?

ESG 공시는 더이상 선택이 아니다. 지속가능성 정보가 자본과 규제의 흐름을 결정짓는 시대,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 수준을 점검하고 공시 역량을 평가

노동자 사망사고·압수수색 이후...SPC '컴플라이언스 위원회' 출범

노동자 끼임 사망 사고로 압수수색을 받았던 SPC그룹이 윤리·준법 체계를 감독하는 상설독립기구인 'SPC 컴플라이언스 위원회'를 구성하고 19일 출

틱톡, 광고 제작과정 탄소배출까지 체크한다

숏폼 플랫폼 틱톡(TikTok)이 송출되는 광고는 물론, 해당 광고가 제작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까지 측정한다.16일 틱톡에 따르면, 플랫폼 내 광고 캠

기후/환경

+

비 오면 벽체 내려앉아...세계문화유산 무령왕릉 5호분 보존처리 시급

단시간에 많은 비가 쏟아지는 '극한호우'가 이어지는 가운데 공주 무령왕릉 5호분이 장마철 등 강우량이 많은 시기에 토양에 수분이 증가하면서 벽체

지구 기온 4℃ 오르면...2100년 식량 생산량 절반으로 '뚝'

지구온난화로 인해 2100년에 이르면 식량 생산량이 절반가량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솔로몬 샹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연구팀은 지구 평균기온

항공권에 '비행세' 부과하면...기후기금 167조원 확보 가능

항공권에 '비행세'를 부과하면 기후피해 회복기금으로 연간 1060억유로, 우리돈 167조2000억원 이상을 모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19일(현지시간)

올해도 미국은 '열돔'에 갇혔다...다음주까지 폭염 시달려

올해도 미국의 폭염은 더 뜨겁고 길어질 전망이다. 19일(현지시간) 미국 기상청(NWS)에 따르면 이번 주말 중서부에서 동부 연안에 이르는 지역에 열돔 현

환경공익사업 지원금을 로비에 활용?...EU, NGO 자금조사 착수

환경 등 공익사업을 수행하라고 지급된 유럽연합(EU)의 보조금이 NGO들의 정치적 로비에 활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EU가 자금 흐름을 들여다보

퍼붓다 그쳤다 반복...수도권 '국지성 폭우'로 피해 속출

인천 등 수도권 곳곳에 강한 비가 쏟아졌다 그쳤다는 반복하는 국지성 호우로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기상청은 일부 지역을 제외한 인천 전역과 경기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