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회사채 발행? '폭탄돌리기' 불과...해법은 전기료 정상화"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2-12-27 19:11:38
  • -
  • +
  • 인쇄
에너지 시장 정상화 긴급 토론회
"한전채가 자본시장 뇌관 될 수도"
▲27일 오전 9시 30분 서울 중구 KG타워 하모니홀에서 에너지전환포럼 등이 주최한 '에너지 시장 정상화를 위한 긴급 토론회'에서 개회사를 하는 양이원영 국회 기후위기그린뉴딜연구회 연구책임의원(더불어민주당)


유럽발 에너지 대란으로 또 다시 불거진 한국전력공사 적자 문제가 개별 기업의 부차적인 문제가 아닌 시장 전체를 뒤흔드는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어 대책 마련을 더는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최한수 경북대 경제학과 교수는 27일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열린 '에너지 시장 정상화를 위한 긴급 토론회'에서 "한전채 문제는 자본시장의 블랙홀이 될 공산이 크다"며 "언제나 그렇듯 정공법은 인기가 없지만, 결국 정부가 전기요금을 올리면 해결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2022년 한전의 영업적자는 34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 2021년 한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기준 한전의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액은 45조9000억원이다. 올해 적자가 반영되면 한전 자본금과 적립금은 순식간에 12조원 수준으로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적자가 계속되면 조만간 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이에 한전은 지난 11일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액의 2배로 제한된 한전채 발행 한도를 5배로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한국전력공사법'(한전법) 개정안을 국회가 통과시켜줘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전 회사채 발행은 '폭탄 돌리기'에 불과하며, 전기요금 정상화를 통해 재무건전성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하고 있다.

최 교수도 "공기업은 민간기업과 달리 '공마불사' 믿음이 존재한다"면서 "부실의 크기가 얼마인지간에 정부가 메워줄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와 확신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적자 규모가 큰 한전의 회사채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기현상이 발생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공마불사'의 믿음으로 한전은 낮은 이자비용으로 특수채를 발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채권 발행으로 1억원 조달한다고 쳤을 때 민간기업보다 150만원 정도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한 부담은 사회 전체가 떠안게 되고, 심하면 자본시장 전체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저금리 특수채를 과도하게 발행하면 투자자들의 쏠림현상이 발생하고, 재무적 곤경상태에 있는 한계기업들은 파산하게 된다. 이에 따라 시장 불안이 고조되면서 다시 특수채 쏠림현상으로 이어지고, 재차 한계기업들을 솎아내면서 시장 위기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한전이 경영부실에 빠진 근본원인은 전기요금이 지나치게 낮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전기요금에 대한 권한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는 물가관리 관점에서만 전기요금을 다루다보니 이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가 이하로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은 적자를 낼 수밖에 없다는 시장논리를 무시한 결과라는 얘기다.

이어 최 교수는 "결국 용산 대통령실이 풀어야 할 문제"라며 "전기료 인상 로드맵을 밝히고 국민에게 고통 감내가 불가피하다는 설명과 함께 에너지를 아끼자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값싼 전기에 익숙해진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하고, 이는 결국 정치권의 숙제"라고 덧붙였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전기요금뿐만 아니라 가스요금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인위적으로 가격을 조정할 것이 아니라 시장경제에 맞게 원가와 수요를 관리했더라면 한전의 적자폭이 단기간에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한전이 가스공사 비용을 부담하면서 결국 적자폭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또 석 전문위원은 "공기업이 전기와 도시가스를 독점운영하는 방식에서는 에너지 요금을 정상화할 수 없다"며 "장기적으로 송배전을 제외한 한전과 가스공사의 판매시장을 개방하고 단기적으로는 풍력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망에 민간경쟁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전제 하에 한전채나 가스공사채 발행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진단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현대백화점, 추석 선물세트 포장재 종이로 교체 'ESG 강화'

이번 추석 선물세트 시장에서 현대백화점은 과일세트 포장을 100% 종이로 전환하며 ESG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현대백화점은 기존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K-컬쳐 뿌리 '국중박' 하이브와 손잡고 글로벌로 '뮷즈' 확장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하는 반려호랑이 '더피'의 굿즈를 판다는 소문이 나면서 전세계에서 가장 핫해진 국립중앙박물관이 방탄소년단(BTS)의 하

하나은행, 美글로벌파이낸스 선정 '2025 대한민국 최우수 수탁은행' 수상

하나은행은 미국의 글로벌 금융·경제 전문지 '글로벌파이낸스지(誌)'로부터 '2025 대한민국 최우수 수탁은행(Best Sub-Custodian Bank in Korea 2025)'으로 선

LG생활건강, 청년기후환경 프로그램 '그린밸류 유스' 활동 성료

LG생활건강이 자사의 청년기후환경활동가 육성 프로그램 '그린밸류 유스(YOUTH)'가 2025년 활동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2일 밝혔다. LG생활건강은 지

쏟아지는 추석선물세트...플라스틱·스티로폼 포장 '여전하네'

추석을 맞아 다양한 선물세트가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대를 장식하고 있는 가운데 아직도 플라스틱이나 스티로폼 포장재를 사용하고 있는 선물세트들

쿠팡 '납치광고' 반복한 파트너사 10곳 형사고소...수익금 몰수

쿠팡이 이용자 의사와 무관하게 쿠팡사이트로 이동시키는 이른바 '납치광고'를 해온 악성파트너사 10곳에 대해 형사고소를 진행한다고 1일 밝혔다.납

기후/환경

+

수령 어려진 열대우림...탄소저장공간 1억4000만톤 사라져

열대지역 나무들의 수령이 어려지면서, 숲에 저장돼있다 방출된 탄소가 1억4000만톤에 이른다는 연구가 나왔다.2일(현지시간) 독일 GFZ헬름홀츠 지구과

스위스 빙하, 2015년 이후 1000개 사라졌다...'전체의 25%'

스위스 빙하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2일(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 빙하연구소(GLAMOS) 연구팀은 2015년 이후 스위스 빙하가 약 25% 사라졌다

10억달러 피해 입힌 '괴물산불' 43%가 최근 10년에 발생

피해 금액이 10억달러가 넘는 대규모 산불의 약 절반이 최근 10년 사이에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2일(현지시간) 칼럼 커닝햄 호주 태즈메이니아대학 박

"고기는 일주일 한번"...'지구건강식단' 하루 사망자 4만명 줄인다

고기를 적당히 먹어도 식량 부문 탄소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하루 전세계 사망자를 최소 4만명씩 줄일 수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2일(현지시간) 요

유럽의 녹지, 매일 축구장 600개만큼 사라진다

유럽 대륙의 녹지가 개발로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영국과 유럽 전역의 위성 이미지를 분석한

기후대응 촉구한 교황...트럼프 겨냥한듯 "지구 외침에 귀기울여야"

교황 레오 14세가 사실상 기후회의론자들을 겨냥해 "지구의 외침에 귀를 기울이라"며 일침을 가했다.교황은 1일(현지시간) 로마 바티칸에서 열린 생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