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 회수율 떨어져 취지 무색
환경부가 지난 10월 일회용컵 보증금제 전국시행을 연기한데 따라 내일부터 세종과 제주에서만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축소 시행된다. 하지만 매장별 일회용컵 '교차반납'이 허용되지 않으면서 제도의 실효성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식음료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일회용컵에 음료를 받으려면 음료값을 결제할 때 컵 보증금 300원을 같이 결제하도록 하고 보증금은 컵을 반납하면 돌려주는 제도다.
1일 환경부와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에 따르면 2일부터 스타벅스와 맥도날드 등 51개(10월 17일 기준)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세종과 제주에서 운영하는 532개 매장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시행된다.
보증금제 대상 브랜드 세종·제주 매장은 총 620여개인데 파스쿠찌와 맘스터치 제주 매장 등 일부 매장이 보증금제 시행에 맞춰 매장에서 일회용컵을 아예 안 쓰기로 하면서 제외됐다.
문제는 'A업체 컵을 B업체 매장에 반납'하는 이른바 '교차반납'이 일단 안된다는 점이다. 사용된 컵의 수거 및 재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허용된 교차반납이 금지되면서 사실상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취지가 퇴색됐다. 손님들은 컵을 반납하기 위해서는 음료를 주문했던 매장을 다시 방문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컵 회수율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또한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계산하는 것처럼 직원이 컵의 바코드를 인식한 뒤 보증금을 내줘야 하므로 음료를 구매할 때와 비슷하게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바코드는 보증금 중복 반환을 막고자 컵에 스티커로 부착된다.
환경부는 보증금제 시행 매장에 손님 혼자 컵을 반납하고 보증금을 받아 갈 수 있는 간이 무인회수기를 설치할 방침이다. 또 신청한 매장에는 '컵 반환 도우미'를 배치한다.
이와 함께 세종엔 정부청사와 세종시청, 주민센터, 공영주차장 등에 '매장 외 컵 반납처' 30곳 이상을 마련하고 제주에는 공항과 여객터미널(항만), 렌터카 주차장, 주요 관광지 재활용 도움센터 등에 컵 반납처 40곳 이상을 조성한다.
환경부는 KTX역 등에도 무인회수기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아직 정부가 제시한 성능 기준을 충족한 제품이 아직 없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난 9월 "이번달 말에 무인회수기 개발 여부가 판가름 날 수도 있다"고 말했지만 결국 적절한 무인회수기가 만들어지지 못한 것이다. 현재 매장에 설치하는 무인회수기 기준에 맞는 성능을 지닌 제품만 나와 있다.
보증금을 현금으로 받지 않고 계좌로 입금받기 위해서는 '자원순환보증금 애플리케이션'에 미리 계좌번호를 등록해야 한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일회용컵 재활용률을 높이고 궁극적으로는 사용률을 줄이고자 도입됐다. 일회용컵은 다른 쓰레기와 섞어 버리면 그냥 매립·소각되지만 재활용될 경우 플라스틱 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식음료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1년간 쓰이는 일회용컵은 28억개 정도로 추정되는데, 환경부는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통해 컵 회수율 목표를 90%로 잡고 있다.
김나라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이너는 "일회용컵 보증금제에서 교차반납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결국 제도의 실효성을 크게 떨어트릴 것"이라며 "환경부가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에 앞서 6개월의 유예와 지역 축소 등 시간 벌기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교차반납에 대한 준비를 마련하지 않은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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