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동안 가스 아끼려했는데"...유럽 에너지독립, 폭염으로 좌초되나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2-07-21 16: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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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없는 폭염으로 에너지수급 전방위적 압박
가스 손대면 대안 없어..."따뜻한 겨울 바랄 뿐"
▲17일(현지시간)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방의 빌바오 거리에 설치돼 있는 온도계가 섭씨 46℃를 나타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름동안 가스를 비축해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려던 유럽의 계획이 폭염으로 좌초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올여름 전례없는 기온상승으로 유럽의 냉방수요가 급증하고 있는데다가 극심한 폭염이 전력공급망 인프라를 훼손시키면서 유럽의 에너지수급 현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글로벌 에너지조사기관 라이스타드의 파비안 뢴닝겐 분석가는 "여름이 되면 어느 정도 유럽 에너지시장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희망적인 전망이 있었지만, 이번 폭염으로 에너지대란이 더욱 악화하고 있다"며 "겨울 전망이 매우 좋지 않다. 거의 최악의 시나리오대로 흘러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폭염이 들이닥치면서 유럽 전역이 몸살을 앓고 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기온은 46℃를 넘어섰고, 산불과 무더위로 1700여명이 숨졌다. 프랑스는 산불로 3만명이 넘는 사람이 대피했고, 와인 산지로 유명한 지롱드는 산불로 2만헥타르(㏊) 규모의 임야가 불탔다. 영국은 사상 최고치인 40℃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폭염경보를 발령했다.

이에 따라 냉방수요가 폭등하면서 전력수급이 어느때보다 중요해졌지만, 폭염으로 전력공급망이 무너지고 있다. 일례로 프랑스는 전력수요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늘어나자 강물을 냉각수로 활용하는 4개 원전에 대한 일부 규정을 완화했다. 냉각수로 사용돼 달궈진 물이 다시 강으로 배출될 때 지역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특정 온도를 넘지 않도록 하는 규제가 있었지만, 전력 수급을 위해 한시적으로 제한을 없앤 것이다.

게다가 폭염은 재생에너지 발전에도 타격을 입혔다. 고기압의 더운 여름날씨가 이어지자 바람이 멈춰버리면서 풍력 발전량이 줄어들었고, 높은 온도로 태양광패널이 과열되면서 효율이 저하했다. 특히 저수지가 마르면서 프랑스의 수력발전량은 지난 17일 2.3GW로 일주일 전 4.1GW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결국 원전을 다수 보유한 프랑스는 유럽의 최대 에너지 수출국이었지만, 폭염으로 인한 원전 효율성 저하로 영국과 스페인 등지로부터 전기를 수입해야 수요와 공급의 간극을 메울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 19일 프랑스의 전기요금은 23% 급증해 메가와트시(MWh)당 640유로(약 85만6256원)를 기록했다. 지난 겨울전까지는 MWh당 100유로를 넘는 경우도 거의 없었다.

이밖에도 독일의 라인강 7월 수위가 10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석탄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내륙 선박운송업체 HGK운송 소속 업자 우베 키위트는 "수위가 내려가면서 운송 가능한 석탄의 양을 예측하는 일이 날로 어려워지고 있다"고 밝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폭염은 중국과 미국 등지에서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의 석탄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이미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석탄 가격을 더 끌어올리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를 비롯해 폭염 피해가 심각한 지역에서는 가스발전 수요가 늘어나면서 가스 가격도 동시에 늘고 있다. 결국 겨울을 나기 위한 가스 사용을 최대한 배제하고 다른 발전원으로 대체하려 해도, 혹은 러시아가 아닌 미국과 같은 대안 경로를 통해 가스를 수급하려 해도 추가적인 경제 피해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탈리아 천연가스 운송업체 스남(Snam)의 전 최고경영자(CEO) 마르코 알베라는 "이번 겨울의 날씨가 무엇보다도 중요할 전망이다"며 "따뜻한 겨울이 와 난방수요가 그대로 유지될 수 있도록 바라는 수밖에 방도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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