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람선 운항증가·느슨한 캐나다 규제가 원인
알래스카를 왕복하는 미국 유람선들이 분뇨 등을 바다에 마구 투기하면서 캐나다 일대 바다가 오염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환경단체 스탠드어스(Stand.earth)와 웨스트코스트환경법(WCEL)은 미국 알래스카 왕복 유람선들이 해양보호구역(MPA)을 포함한 캐나다 서해안 일대에 분뇨를 비롯한 유독성 폐기물을 연간 310억 리터 이상 버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는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세계자연기금(WWF) 캐나다에서도 올 3월 캐나다 해안선 24만3042km에 걸쳐 매년 1470억 리터의 선박폐기물이 배출되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 폐기물의 양은 올림픽 수영장 5만9000개와 맞먹는 양이다. 보고서는 5000척 이상의 선박을 분석한 결과 유람선이 해상교통량의 2%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오염비중이 가장 높다고 밝혔다.
유람선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은 주로 화장실, 싱크대, 샤워실 및 세탁실에서 나오는 오수 그리고 배의 바닥에 고이는 유성 오수(bilge water)들이다. WWF 보고서는 이 가운데 가장 큰 오염원이 '스크러버'라는 장치인 것으로 확인했다. 스크러버는 선박용 연료유에서 배기가스와 미립자를 제거하는데, 이 과정에서 화학물질이 함유된 산성폐수가 발생한다. 스탠드어스·WCEL 보고서는 유람선이 1주일간 알래스카와 캐나다를 왕복할 때 스크러버에서 배출되는 폐기물은 약 2억 리터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그리고 대부분 스크러버 폐기물은 발생하는 즉시 바다에 버려지는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유람선에 대한 환경규제는 부실한 편이다. 특히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연안 태평양 수역의 오염이 심각한데, 마이클 비소네트(Michael Bissonnette) WCEL 변호사는 그 원인에 대해 "유람선뿐만 아니라 캐나다연방의 투기규제가 미국, 그 중에서도 워싱턴주와 알래스카주의 규제와 비교했을 때 훨씬 느슨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워싱턴주는 캐나다 국경 근처 후안 데 푸카(Juan de Fuca) 해협과 푸젯 만(Puget Sound)의 해양서식지 6000km² 이상을 투기금지구역으로 분류해 보호중이다. 알래스카는 유람선이 하수 배출을 신청하고 허가받도록 돼 있다.
반면 캐나다 해역의 경우 해안에서 12해리 밖에서는 유람선의 미처리 하수를 배출해도 합법이다. 화장실 및 싱크대, 세탁실 배출물을 포함한 처리된 하수는 해안에서 3해리 밖에 버릴 수 있다. 이로 인해 선박들이 폐기물을 미국 해역에 있을 때는 보관하고 있다가 캐나다 해역에 있을 때 버린다는 것이다.
시그리드 쿠네문트(Sigrid Kuehnmund) WWF캐나다 야생동물산업부 부사장은 "각 연방 MPA에는 자체규정이 있지만 캐나다는 선박의 운항폐기물 배출을 금지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MPA를 보호하는 규제들은 오히려 해운업계에 일종의 자유통행권을 주고 있으며, 이 경계 내에서 투기를 제한하는 명확한 규정은 없다"고 일침했다.
해양으로 방출된 오염물질들은 브리티시컬럼비아 해안에 서식하는 멸종위기종 해달과 범고래를 포함해 다양한 수중생물 및 이들의 서식지, 먹이사슬에 심각한 위협을 가한다. 비영리단체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의 분석에 따르면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앞바다에서 배출되는 스크러버 세척수의 약 10%가 주요 범고래 서식지 내에서 배출됐다.
유람선 오염투기에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지역은 캐나다 밴쿠버섬 북서부에 위치한 스콧제도해양국립공원이다. 유람선 항로에 위치한 스콧제도는 대규모 큰바다사자 서식지이자 캐나다 댕기바다오리(tufted puffins)의 90%와 전세계 카신오클레트(Cassin’s auklets)의 절반을 포함한 바닷새 100만 마리 이상의 번식지다. 쿠네문트 부사장은 이 지역을 '생물다양성의 핫스팟'이라고 묘사하며 이곳 야생동물들이 오염투기에 크게 위협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유람선 운항이 증가하면서 일부 해안지역사회에 미치는 위협도 증가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빅토리아, 시애틀 등 주요 항구도시들은 팬데믹 규제 해제 이후 유람선 운항재개에 항의했으며 알래스카 남동부의 어촌들 또한 주요 어종이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것을 염려하며 캐나다 국경수역 투기에 불만을 제기했다.
이에 공해규정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진행중이다. 올 4월 캐나다 교통부는 캐나다 해역에서 운항하는 유람선의 하수 배출을 제한하는 신규조치를 발표했다. 또 캐나다 해역의 스크러버 폐기물에 대한 우려를 인식하고 감축대책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캐나다 교통부 대변인은 신규대책이 시행됨에 따라 "캐나다는 이러한 유형의 배출요건이 가장 엄격한 국가 중 하나"라고 했다.
그러나 비소네트 변호사는 이러한 움직임을 환영하면서도, 해당 규정은 자발성에 의존하는 데다 정작 스크러버에는 적용되지 않아 이 조치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안나 바포드(Anna Barford) 스탠드어스 캐나다 해운활동가는 "캐나다가 의무적인 규제를 시행해야만 유람선 오염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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