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로 인해 화재 위험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뭄과 건조한 기후 등으로 화재 발생률이 높아지는 날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7일(현지시간) 영국 스완지대학교 지리학과 교수 및 산불 연구 센터장인 스테판 도르(Stefan Doerr)와 연구팀은 세계의 화재 발생 사건들을 조사한 결과 1980년대 이후 이미 많은 지역에서 '화재 날씨' 기간이 평균적으로 27% 확장됐다고 밝혔다. '화재 날씨'가 발생하는 일수 또한 1.5배 많아졌다.
화재 날씨는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날씨를 뜻한다. 연구팀은 기상 관측과 기후 모델을 사용하여 과거 및 미래 화재 추세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극심한 가뭄과 낮은 습도가 화재 발생 가능성을 빠른 속도로 높이고 있다"며 "특히 아마존, 지중해, 북아메리카의 서부 숲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고 경고했다.
지구온도가 올라가면 가뭄 빈도가 높아지고 식물들이 건조해진다. 마른 잎들은 불의 장작으로 작용해 걷잡을 수 없는 큰 화재를 낳는다. 불을 끄는 속도보다 불이 붙는 속도가 빠른 것이다.
지난 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머도어카운티에서 발생한 산불이 하룻밤 새 규모가 몇 배 이상으로 커지며 여의도 면적의 4배인 약 12.3km²를 불태웠다. 장기화한 가뭄으로 초목이 바짝 말라 불길이 더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7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 찾아온 이탈리아 로마 수은주에서는 35°C가 넘는 폭염에 인근 공원에서 붙은 불이 뜨거운 바람을 타고 확산됐다.
지구의 온도는 이미 산업화 이전보다 1.1°C 따뜻해졌다. 기후 목표인 1.5°C에 매우 근접한 것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는 2030년까지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절반으로 줄어야 1.5°C 기후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연구팀은 "지구의 이산화탄소 수준이 산업화 이전보다 50%나 높다"며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빠르게 억제되지 못한다면 2100년까지 지구평균온도가 2.7°C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산불 빈도와 강도를 줄이기 위해서는 세계 각국이 배출하는 탄소를 더 적극적으로 감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화재 발생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하는 또 다른 요인이다. 국제연합(UN)의 '코페르니쿠스 대기 모니터링 서비스(Copernicus Atmosphere Monitoring Service, CAMS)에 따르면 지난해 산불로 인해 배출된 이산화탄소 양은 6450톤에 달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해 높아지는 지구 온도가 화재를 부르고 이것이 또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악순환의 고리다.
연구팀은 "지구 온난화의 정도가 증가할 때마다 산불과 같은 화재의 위험이 상당히 높아질 것"이라며 "지구 대기 중 이산화탄소와 다른 온실 가스를 감축하는 것이 화재 위험의 가속화를 늦출 수 있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다른 사람들은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엔지니어링 부교수 존 아바초글루(John Abatzoglou), 영국 이스트앵글리아 대학교 자연환경연구회(NERC) 자연지리학 연구위원 매튜 윌리엄 존스(Matthew William Jones) 그리고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 전무이사 펩 카나델(Pep Canadell)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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