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단계 발령되면 태풍처럼 이름붙인다
'침묵의 살인자'로 일컬어지는 폭염의 빈도가 갈수록 잦아지자, 스페인 남부도시 세비야가 세계 최초로 '폭염등급제'를 도입하고 3단계 폭염에 태풍처럼 이름을 붙이기로 했다.
26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오스트레일리아, 그리스, 미국 등지에서 폭염이 극심한 가운데 스페인 세비야시에서 폭염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폭염등급제'를 시범운영한다.
올 5월 스페인은 58년만에 가장 더운 날씨를 기록했다. 스페인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폭염의 빈도는 2배 늘었고, 세비야와 같은 안달루시아 광역자치주에 위치한 몬토로는 낮 최고기온이 47.4℃에 달했다. 이는 스페인 관측기록상 최고기온이다.
안토니오 무뇨스 세비야 시장은 성명을 통해 "폭염등급제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서 탈탄소에 이르기까지 기후변화 대처하기 위한 계획의 일부"라며 "특히 폭염은 취약계층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기 때문에 이에 대응 계획을 수립하고 조처할 수 있도록 세비야가 전세계 처음으로 도입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세비야에서 실시되는 폭염등급제는 컴퓨터 알고리즘 '프로메테오 세비야'(proMETEO Sevilla)를 기반으로 한다. 이 알고리즘은 최대 5일 앞서 폭염을 예보하고, 인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 및 사망률을 분석해 폭염을 3단계로 분류한다. 각 단계가 발동되면 시립수영장 폐쇄 여부, 노인을 비롯한 취약계층을 위한 보건소 직원의 방문 검진 등 구체적인 조처가 제시된다.
가장 심각한 '3단계 폭염'이 발령되면 소에(Zoe), 야고(Yago), 세니아(Xenia), 웬세슬라오(Wenceslao), 베가(Vega) 등의 순서대로 이름이 붙여진다. 이는 스페인 알파벳 역순으로 딴 이름이다. 세비야 시는 우선 5개의 이름까지만 정했다.
세비야는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 그리스 아테네,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애미, 밀워키, 캔자스, 미주리 등 7개 시와 협업중이다. 해당 도시들은 지역 날씨, 공공보건데이터, 도시열섬현상 등의 정보를 연동해 세비야와 비슷한 제도를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폭염 등급화 방법론을 처음 제기했고, 세비야 시와 협업중인 아드리안 아슈트 록펠러 회복 센터의 캐서린 보먼 맥러드 소장은 "폭염이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며 "폭염은 경제에 전례없는 피해를 입히고, 사회의 가장 취약한 이들을 희생자로 삼는다.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다른 어떤 기후 관련 재해보다도 많이 발생하지만, 그 위험성은 심각하게 과소평가되거나 곡해되고 있다"며 각국이 폭염 대책 마련에 더 힘쓸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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