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사업에 눈돌리는 재계...'168조+α' 쏟아붓는다

백진엽 기자 / 기사승인 : 2022-06-09 08:00:02
  • -
  • +
  • 인쇄
국내 주요 13개 그룹 1080조 투자계획 발표
친환경차, 수소, 재생에너지 등 투자액 27%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왼쪽부터)


재계의 투자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 5월말 10대그룹(금융업종인 농협 제외)과 CJ, 두산, 코오롱 등 13개 그룹은 일제히 3~5년간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이들의 투자규모를 합치면 1080조원이나 된다. 특이한 사실은 과거와 달리 '친환경 사업'에 대한 투자비중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사업별 투자규모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삼성을 제외한 12개 그룹이 친환경 모빌리티와 배터리, 소형모듈원전(SMR), 신재생에너지, 친환경 기술 등 친환경 분야의 투자규모가 총 167조8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12개 그룹 전체 투자금 약 630조원 가운데 27% 비중이다. 여기에 삼성 투자금 450조원 가운데 친환경 사업투자금까지 합치면 '168조+α'가 되는 셈이다.

친환경 관련 사업에 가장 많이 투자하는 그룹은 국내 ESG경영 선도그룹으로 꼽히는 SK다. SK그룹은 전기차 배터리와 분리막 생산설비 증설, 수소·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생산설비를 갖추는 데 67조4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포스코도 철강 사업의 친환경 생산체제 전환에 20조원, 이차전지와 수소 등 친환경 소재 사업에 5조3000억원 등 총 30조3000억원을 친환경 분야에 투자한다.

GS는 SMR·암모니아·신재생 사업 등에 18조원을 투자하고, 현대차는 친환경자동차·수소연료전지 등에 16조2000억원, LG는 배터리와 배터리소재, 친환경 소재에 11조8000억원을 투입한다. 한화그룹은 태양광과 풍력 등 에너지(4조2000억원)와 친환경 소재(2조1000억원), 탄소중립 기술(9000억원) 확보에 7조2000억원을, 현대중공업은 친환경 선박기자재와 탄소감축 기술에 7조원을 쏟아붓는다. 두산그룹은 SMR, 수소연료전지 등 차세대 에너지사업에 5조원을 투자한다.

롯데그룹도 전기차 충전 인프라 등 친환경 모빌리티와 수소, 전지 소재, 리사이클과 바이오 플라스틱 사업 등에 약 3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CJ는 친환경 생분해 플라스틱 소재(PHA) 등 웰니스와 지속가능성 분야에 1조원 이상, 코오롱그룹은 풍력발전과 연료전지 소재, 수소 등 그린에너지 분야에 총 9000억원을 투자한다.

이처럼 기업들이 친환경 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친환경과 기업의 수익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이 진정한 '지속가능성'임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그동안 사회공헌이나 이미지 제고 차원으로 ESG경영에 접근했던 기업들이 이제는 사업과 연계해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설명이다.

조신 연세대학교 교수는 "ESG는 투자에서 비롯된 개념이고, 투자자들은 수익을 원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기업들 역시 이런 것을 느끼면서 관련된 사업에 투자를 늘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들은 ESG경영을 한다고 해서 무작정 기다려주지는 않는다"며 "기업은 결국 환경이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면서 혁신이나 기술 등을 통해 이윤도 추구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부에서는 '친환경 사업'이라는 유행에 편승해 뛰어들었다가 수익을 얻지 못해 포기할 경우 '그린 워싱'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전기차 등 일부 사업을 제외한 많은 친환경 사업은 아직 초기단계로 시장규모가 얼마나 될지, 얼마나 빨리 수익을 확보할 지 알기 어렵다"며 "앞으로 친환경 사업을 하겠다는 기업은 점점 늘어날 것이 분명한데, 제대로 꼼꼼하게 사업성을 살피지 않고 '한번 해보자'는 식으로 들어갔다가 포기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HLB, HLB사이언스 흡수합병..."글로벌 신약개발 역량 고도화"

글로벌 항암제 개발기업 'HLB'와 펩타이드 기반 신약개발 기업인 'HLB사이언스'가 합병한다.HLB와 HLB사이언스는 17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두 회사의 합병

[르포] 플라스틱을 바이오가스로?...'2025 그린에너텍' 가보니

17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개막한 '2025 그린에너텍(GreenEnerTEC)'의 주요 테마는 '바이오플라스틱'이라고 할 수 있었다.올해 4회를 맞이하는 그린에너텍

현대이지웰, 글로벌ESG 평가기관에서 '우수기업' 인증획득

현대이지웰이 글로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기관에서 우수기업을 인증하는 '브론즈' 메달을 받았다.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토탈복지솔

[궁금;이슈] 경찰 출두한 방시혁...투자자에게 IPO계획 숨겼다?

글로벌 스타 방탄소년단(BTS)를 탄생시킨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이 투자자들에게 기업공개(IPO) 계획을 숨기고 지분 매각을 유도했다는 혐의를 조사받기

해군 입대한 이재용 삼성 회장 장남...해군 통역장교로 복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 이지호(24)씨가 15일 해군 장교로 입대했다. 2000년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과 미국 복수 국적을 가지고 있던 이씨는 해군 장

신규 원전건설 백지화 시사한 환경장관 "탈원전은 아냐"

곧 출범할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이끌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새로운 원전을 짓는 데 대해 국민 공론화를 통한 재논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신규 원전을 추

기후/환경

+

규제에 꽉 막혔던 '영농형 태양광' 숨통 트이나

인구소멸과 에너지전환 해법으로 제시됐지만 각종 규제에 가로막혔던 영농형 태양광이 숨통을 틔울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영

방글라데시, 폭염에 年 17억달러 손실…"국제 재정지원 시급"

방글라데시가 폭염으로 연간 17억달러가 넘는 손실을 입고 있다는 분석이다.세계은행(World Bank)이 16일(현지시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북극 '오존 파괴의 비밀' 풀었다...얼음 속 '브롬 가스'가 단서

얼음이 얼 때 발생하는 브롬가스가 북극 오존층을 파괴하는 원인으로 밝혀졌다.극지연구소는 북극 대기 경계층의 오존을 파괴하는 '브롬 가스'의 새로

'가뭄에 단비' 내리는 강릉...저수율 16.7%로 상승

지난 주말 내린 비로 최악의 사태는 피해간 강릉에 또 비가 내리면서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7일 오전 6시 기준 16.7%로 전일보다 0.1%포인트(p) 높아졌다

구글 DC 하나가 57만톤 배출?…AI로 英 탄소감축 '빨간불'

영국에 설립될 구글의 신규 데이터센터(DC)가 연간 57만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것으로 추정되자, 환경단체와 기후전문가들이 환경 영향에 대해 강력히

인천 온실가스 49% 비중 영흥화력..."2030년 문 닫아야" 촉구

수도권 내 유일한 석탄발전소인 인천 영흥화력발전소의 2030년 폐쇄를 촉구하는 시민사회 목소리가 모였다. 기후위기인천비상행동과 전국 시민연대체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