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응이 더 비싸다...기후위기는 '정치'의 실패"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2-05-19 17:3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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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평화상 존번 교수 "기후대응, 필요하고 가능하다"
시민은 주권자이자 소비자...'경제투표'로 전환 이끌어야
▲19일 에너지전환포럼 주최로 진행된 '바이든 정부의 기후에너지 정책 현황과 한국에의 시사점' 웨비나. 2007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존 번 교수가 발제자로 초청됐다. (사진=에너지전환포럼) 


기후위기 대응 실패는 기술이나 경제의 실패가 아닌 '정치의 실패'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에너지전환포럼은 19일 '바이든 정부의 기후에너지 정책 현황과 한국에의 시사점' 웨비나를 개최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 직후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양국 협력을 강조한만큼 그의 방한을 앞두고 미국의 기후에너지 정책 현황을 듣고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논의에 앞서 진행된 발제는 미국 에너지정책에 깊이 관여해 온 미국 델라웨어대학교 바이든스쿨 기후정책학 존 번(John Byrne) 석좌교수가 맡았다. 번 교수는 2007년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의 일원으로 노벨평화상을 공동수상한 바 있다.

번 교수는 "기후위기 대응이 너무 비싸다고들 얘기하지만, '기후위기 무대응'에 따른 비용이 훨씬 크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미국은 2005~2020년 사이 기후위기로 인해 폭풍의 강도와 빈도가 커지면서 재해로 인한 피해 복구 비용으로만 1조3000억달러(약 1658조원)를 썼다. 그는 "2040년에 이르면 해마다 5000억달러(약 638조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지구상 가장 부유한 국가도 재해를 감당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번 교수는 이처럼 기후위기 대응이 필요할 뿐 아니라 가능하다고 말한다. 기술적으로도 기존 발전방식을 대체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발전원별 비용을 산정할 때 자본조달, 연료, 설치, 운영·유지 등 모든 비용을 전력 발전량으로 나눈 값인 '균등화발전원가'(LCOE)를 따지게 되는데, 기존 화석연료 기반 발전 방식에 비해 재생에너지 발전 방식이 싸다는 것이다.

그는 "뉴욕시의 경우 전체 건물의 옥상면적의 56%만 활용해 태양광 발전을 하더라도 전체 전력수요를 충당하고도 남는 공급과잉 상태가 된다. 잉여전력을 다른 지역에 팔 수 있을 정도"라며 "미국 50개 주 가운데 48개 주에서 전력소매가보다 태양광 발전단가가 더 낮은 상황이다. 나머지 2개 주는 천연가스·석유 주요 산지인 알래스카 주와 비가 많이 오고 숲이 우거져 태양광 패널이 거의 없는 워싱턴 주 뿐"이라고 밝혔다.

번 교수는 "원전의 LCOE는 70달러선인데 비해 태양광은 47달러수준"이라며 "지난 20년간 미국에서는 신규 원자력발전소가 준공되지 않았는데, 사고 위험 뿐 아니라 경제성 논리에서 밀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경제적인 이유도 충분하고, 기술적으로도 완비가 돼 있는 상황에서 기후위기 대응이 지지부진하다는 것은 결국 정치의 문제라는 게 번 교수의 설명이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800만표 차이로 선거에서 승리했고, 파리기후변화협정 재복귀를 비롯한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전면에 내세웠다. 당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국민의 69%가 공약에 동의했다. 문제는 2003년부터 미국 공화당이 상원에서 번번이 발목을 잡으면서 미국에서 기후변화 관련 법안이 제대로 통과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미국 시민들은 연방정부에 기대지 않고 직접 나서서 시민사회, 주정부 차원에서 새로운 대안을 찾고 있다. 일례로 우리나라보다 위도가 높아 일사량이 낮은 매사추세츠 주에서도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에너지를 통해 전력을 공급하는 '사회적 선택 전력'(Community Choice Electricity)이 운영되고 있다. 전체 전력량의 48%를 공급하는 CCE는 시민들이 직접 투표로 관리자를 선출한다. 이같은 변화는 6~7년만에 일어났다.

번 교수는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정책이 국가 단위 정책보다 빠르게 도입될 수 있다. 지역발전, 일자리, 지역 환경개선 등 주민들 입장에서 확실한 동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며 "실제로 미국의 20개 주는 2040~2050까지 전력원을 100%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혀 연방정부 차원에서 빠르게 진행하지 못한 사항을 주정부 단위에서 성과로 만들어 냈다"고 밝혔다.

발제 이후 이어진 논의에서 대담자로 참석한 윤순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처럼 한국전력공사가 전력시장을 독점하는 구조로는 앞서 CCE와 같은 지역사회 기반 시장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또 미국의 주정부와 달리 한국의 지방정부는 권한이 없고, 다음 재선을 위해 민원만 처리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지자체 장이 많아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를 시행중이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이어 "미국 민주당이 하원도 다수당, 상원 의장도 부통령, 대통령도 민주당 출신인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음에도 기후위기 대응이 지지부진한 건 유럽과 달리 기후위기나 에너지 전환이 여전히 투표할 때 주요 이슈로 자리잡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정치는 결국 표를 쥐고 있는 사람들이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투표는 정치 투표만 있는 게 아니라 경제 투표도 있다. 시민은 주권자이자 소비자다. 어떤 상품, 제품, 주식을 선택해야 기후위기 해결에 도움이 되느냐와 같은 투자자로서의 행위를 염두에 두고 소비자 주권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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