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오는 2023년부터 자국 금융기관과 상장기업들에게 '2050 넷제로 전환계획' 발간을 의무화시킬 계획이다.
25일(현지시간) 영국 재무부는 '넷제로(Net-zero) 금융허브' 조성을 위해 '영국 전환계획 대책위원회'(TPT:The UK Transition Plan Taskforce)를 출범시켰다. '탄소중립'보다 달성하기 더 어려운 '넷제로'를 실현하기 위해 전담조직을 구성한 것은 영국이 세계 최초다.
'탄소중립'은 이산화탄소 순배출량만 제로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비해, '넷제로'는 6대 온실가스의 순배출량을 모두 제로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6대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CO₂)를 비롯해 메탄(CH₄), 아산화질소(N₂O), 수소불화탄소(HFCs), 과불화탄소(PFCs), 육불화황(SF)이다.
이날 영국 재무부가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TPT는 앞으로 2년간 산업계 대표들과 학술단체, 규제기관들의 의견을 한데 모아 '그린워싱'(Greenwashing·위장환경주의)을 방지하고, 넷제로 전환을 촉진할 적정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영국 재무부는 "TPT는 기업들이 책임감 있고 투자적합성을 드러낼 수 있는 전환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철저하고 강력한 조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시 수낙 영국 재무장관은 지난해 11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기업들은 2023~2050년 사이 기후위기 완화를 위한 잠정 목표와 그것을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을 공개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영국이 이번에 TPT를 발족한 것은 COP26 정신을 계승하고, 영국이 선도적으로 '넷제로 금융허브'를 조성해 향후 탈탄소 경제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이르면 2024년부터 사업보고서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개하도록 의무화하겠다고 밝혔고,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기업들의 ESG 공시 의무화를 추진중인 국내 금융당국에 비춰볼 때 2023년까지 금융기관과 상장기업에 '넷제로' 공시를 의무화하겠다는 영국의 움직임은 매우 공격적이다.
TPT는 향후 위원회가 존속되는 2년동안 양질의 전환계획 사례를 정착시키고, 새로운 계획을 시험하기 위한 샌드박스를 마련할 계획이다. TPT는 넷제로를 위한 금융기관 연합체 '글래스고 탄소중립금융연합'(GFANZ), 국제회계기준재단(IFRS)이 ESG 공시표준을 제정하기 위해 설립한 '국제 지속가능성 표준위원회'(ISSB),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의 위임을 받은 금융안정위원회가 구성한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TCFD),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 유럽 집행위원회(EC) 등 각종 기준을 하나로 엮은 협의틀 하에 해당 계획들을 시행할 방침이다. 그러니까 국제 ESG 기준을 통합해 가장 먼저 규범을 세우고, 영국이 세계적인 표준을 선도하겠다는 의미다.
이날 영국 보험회사 아비바 최고경영자(CEO)이자 TPT 공동의장인 아만다 블랑은 "기후위기로 인한 최악의 결과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모든 기업들이 저탄소 미래를 향해 야심차고 일관된 전환계획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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