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식단이 병원방문과 투약 훨씬 낮아
반려견에게 채식만 먹였더니 더 건강해졌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앤드류 나이트(Andrew Knight) 영국 윈체스터대학 교수연구진은 반려견 약 2500마리를 대상으로 기존 육류식단과 생고기, 비건식단으로 나눠 1년간 추적관찰한 결과, 비건 반려견이 기존 육류식단 반려견보다 병원 방문횟수와 투약횟수가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반려견의 1년치 식단과 건강을 조사하고 수의사 방문횟수 등 7가지 일반 건강지표와 22가지 주요 질병을 평가했다.
기존 육류식단 반려견들의 절반은 비정기적으로 약을 투여했다. 반면 비건 반려견들의 투약 비율은 기존 육류식단 반려견의 3분의1에 그쳤다. 또 기존 육류식단을 섭취한 반려견 가운데 17%는 1년동안 4번 이상 수의사를 방문했지만, 비건 반려견 가운데 수의사를 방문한 비율은 9%에 그쳤다. 생고기만 섭취한 반려견도 수의사를 방문한 비율은 8%로 나타났다.
건강장애를 앓은 것으로 보고된 반려견의 비율도 기존 육류식단 반려견이 49%, 생고기 식단이 43%, 비건 식단이 36%였다. 생고기 식단을 먹인 반려견은 전체적으로 비건 반려견보다 약간 더 건강했다. 다만 연구진은 그 이유가 이들이 평균 1년 어리기 때문일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앤드류 나이트 교수는 "생고기 식단의 경우 건강상 이점이 약간 더 높게 나타났지만 해당 반려견들의 나이대가 훨씬 더 어린 영향도 있을 것"이라며 "생고기 식단은 병원성 박테리아 및 기생충 감염의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기존 육류식단의 가장 큰 문제 '비만'을 꼽았다. 반려견 건강문제 가운데 가장 흔한 것이 '과체중과 비만'인데, 이는 육류위주 식단이 칼로리가 더 높아 비만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결과를 두고 나이트 교수는 "반려견을 위한 가장 건강하고 안전한 식단은 영양학적으로 건전한 완전 채식"이라고 평했다.
현재 전세계 반려견은 4억7000만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건이 사람뿐 아니라 반려동물 건강에도 더 이롭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반려동물 식단으로 비건으로 바꾸려는 사람들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그러다보니 비건 반려동물사료 시장도 가파르게 성장하며 2020년 약 90억달러 규모로 커졌다. 영국의 한 반려견푸드브랜드 버터넛 박스의 조사에 따르면 자사 고객의 71%가 일주일에 한 번 반려동물을 위한 비건 식단을 챙긴다고 했다.
저스틴 쇼튼(Justine Shotton) 영국 수의사협회(British Veterinary Association) 회장은 "반려견 비건식단 분야에서 많은 연구가 진행중이며, 이번 논문은 반려견 비건식단의 이점을 뒷받침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다만 아직은 반려견의 완전채식에 따른 건강결과를 나타내는 데이터가 부족하다"며 장기적인 추가 연구를 통해 반려견의 식이요구사항 충족여부를 확인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잡식성 개는 비건 전환이 비교적 수월하다. 그러나 반려견의 식단을 비건으로 바꿀 때 주의할 점도 있다. 쇼튼 회장은 "이론적으로 반려견에게 비건 식단을 먹이는 것은 가능하지만 아직까지는 권장되지 않으며, 식이결핍 및 관련 질병을 피하기 위해 전문 수의사의 조언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육식동물인 고양이는 신체적 특성상 고기섭취가 필수적이다. 고양이의 에너지 대사과정은 육류에서만 얻을 수 있는 특정 영양소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반려동물의 식단을 바꿀 때는 모든 필요 영양소를 충족하는지 확인하고 매우 조심스럽게 바꿔야 한다는 것이 수의학계의 충고다.
이번 연구결과는 13일(현지시간) '플로스원'(Plos One) 학술지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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