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MZ세대 이유있는 '비건 라이프'..."신념없이는 불편해서 못하죠"

나명진 기자 / 기사승인 : 2021-09-24 15:4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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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새 150만명...10배 증가한 비건 인구
식품에서 생활용품·옷까지 비건제품 대세

가치나 신념에 따라 소비하는 경향이 강한 MZ세대를 중심으로 국내 비건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관련시장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24일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 비건 인구는 2009년 기준 15만명에서 2019년 150만명으로 10년 사이 10배 가까이 늘었다.

채식을 선택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도 있지만 최근에는 환경보호와 동물윤리 등 자신의 신념에 따라 채식주의자로 탈바꿈하는 경우들이 많아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로 일회용품 사용량이 급증하고, 이로 인한 환경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비건을 선택하는 이들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비건인구가 늘면서 채식전문 식당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2009년 100여곳에 불과했던 채식전문 식당은 2019년 400여곳으로 늘어났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에서 비건인을 위해 채식 메뉴를 취급하는 식당은 채식전문 식당을 포함해 총 948곳에 달한다.

서울 마포구에서 비건 술집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뉴스트리와의 인터뷰에서 "비건 인구가 늘어난 것을 체감한다"며 "비건 술집이라는 개념도 없던 예전에는 그저 단골손님이 주를 이뤘는데 요즘은 새로운 손님들도 많이 방문한다"고 말했다.


◇ 가치와 신념 따른 채식주의 늘고있다
▲고등학생 비건인 윤희연씨

고등학생 비건인 윤희연씨는 우연찮게 채식주의자가 됐다. 어느날 벌레를 죽이려는 친구를 말리자, 친구가 "너는 왜 벌레는 죽이지 말라고 하면서 고기는 먹냐?"라는 말에 스스로를 돌아보게 됐다고 한다. 그날부터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2년째 비건인의 삶을 실천하고 있다. 그는 "나 때문에 가족이나 주위사람들이 불편한 경우도 없지않지만 외면하면 안되는 진실을 위해 앞으로도 불편함을 감수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부분의 비건인들은 환경과 동물보호 차원에서 채식주의자가 됐다. 번역가 김하연씨는 2017년부터 간헐적 비건을 실천하고 있다. 김하연씨는 "해마다 심해지는 기후재난을 겪으면서 환경이 붕괴되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면서 "예전에는 비건이 선택의 문제였지만 이제 반드시 실천해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실제로 육류생산을 목적으로 하는 축산업은 엄청난 환경오염을 초래한다. 전세계 식품업종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연간 173억톤인데, 이 가운데 60%가 육류에서 생긴다. 가축을 키우고, 도축 및 유통하는 과정 그리고 소비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채식위주로 식단을 바꾸면 매년 80억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막을 수 있고, 76%의 토지면적을 절약하는 효과가 생긴다.

전세계에서 생산되는 식량의 절반 이상이 가축의 사료로 사용된다는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홍수, 가뭄 때문에 곡물 생산량이 매년 줄어드는데 생산 곡물의 절반을 가축 사료로 사용하게 되면 기아선상에 처해지는 사람들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게다가 육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열량의 18%만 제공할 뿐이다. 나머지 82%의 열량은 식물을 통해 공급받는다.

공장형 축산업도 문제로 꼽힌다. 밀집된 공간에서 사육당하는 가축들은 열악한 조건으로 인해 면역력이 크게 떨어져 전염병이 한번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이 번진다. 돼지열병, 조류독감같은 전염병이 발생할 때마다 대량 살처분을 하기 때문에 환경오염과 동물윤리 문제도 발생한다. 

우리가 처한 기후변화와 환경문제 그리고 동물윤리 등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비건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 비건인 10년새 10배···비건식품 '봇물'
▲편의점 비건 식품들

채식주의는 영향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최근 한 자료에 따르면 채식주의자들이 일반식을 하는 사람보다 건강지표가 더 좋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영국 글래스고대학 연구진은 37~73세의 건강한 성인 17만772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성인병의 원인으로 꼽히는 콜레스테롤 수치와 저밀도지방단백질(LDL) 등이 현저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육류를 섭취하지 않으면서 발생하는 단백질 부족 문제도 꼽힌다. 그러나 최근들어 콩으로 만든 대체육이나 두유 등 식물성 단백질 제품들도 많이 등장하고 있다. 동원F&B는 식물성 고기제품인 '비욘드미트'를 수입판매하고 있고, 롯데푸드는 식물성 대체육 제품 '엔네이처 제로미트'를 판매하고 있다. 동원홈푸드는 지난 18일 비건 마요네즈 '비비드키친 비건마요'를 출시했다. 마요네즈에 들어가는 동물성 원료인 달걀 대신 식물성 원료인 두유를 사용했다.

편의점에서도 비건용 식품을 쉽게 구입할 수 있다. CU는 '채식주의 간편식' 코너에서 식물성 패티와 소스로 만든 버거와 유부채소 김밥 등을 판매하고 있다. 세븐일레븐도 식물성 고기로 만든 '언리미트만두'와 푸드테크 스타트업 기업인 '지구인컴퍼니'의 대체육 '언리미트'로 만든 콩불고기버거를 판매하고 있다.

GS리테일의 유기농 전문 온라인몰 달리살다는 밀키트 전문 브랜드 심플리쿡과 손잡고 지난 2일 비건 자체 브랜드(PB) 상품인 '비건소스 앤드 콩고기 궁중식떡볶이'를 출시했다.

비건인을 위한 우유 제품도 다양하다. 콩으로 만든 두유를 비롯해 아몬드로 만든 아몬드우유, 쌀로 만든 라이스밀크 등이 시판되고 있다. 가축에서 얻은 우유시장은 연간 2~3% 성장하는데 비해 대체우유 시장은 2025년까지 연간 16.7%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커지는 동물보호 목소리···화장품도 바꾼다

유럽연합(EU)의 경우 이미 동물실험 금지법을 실행하고 있고, 국내 기업들도 윤리적인 이유로 화장품 동물실험을 줄여나가고 있다. 소비자들 중에서도 동물성 물질이 없고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비건 생활용품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관련상품들도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특히 비건인들 사이에선 비건 화장품이 주목받고 있다. 화장품에 많이 쓰이는 콜라겐, 글리세린도 동물성 원료이기 때문에 비건인들은 이를 기피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에 비해 비건화장품은 '크루얼티프리'로 동물실험을 거치지 않고 동물원료 대신 자연유래 친환경 성분이 함유돼 있다. 이런 이유로 최근들어 비건화장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화장품과 목욕용품 등을 대부분 비건 전용으로 바꿨다는 김하연씨는 "화장품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동물실험을 많이 하기 때문에 비건 제품이 훨씬 인도적"이라며 "화학제품 등 유해물질도 덜 들어가 있어서 피부에도 좋고 자연분해도 더 잘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한국비건인증원에 따르면 비건인증을 받은 화장품 수는 2019년 47건에서 2020년 404건으로 1년 사이에 8배 급증했다. 또한 2021년 1분기 비건 인증은 513건으로 2020년 전체 수를 이미 넘어선 상태로 앞으로도 계속 성장세일 것으로 예상된다.

의류시장에서도 동물을 착취하지 않는 비건 패션이 떠오르고 있다. 선인장, 과일껍질 등으로 만든 식물성 가죽들은 동물 가죽을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품질이 좋다. 비건 가죽은 버려지는 과일껍질 등으로 만들어져 자원 낭비를 줄일 수 있고 폐기된 후 땅에서 분해가 잘 되기 때문에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는다.

국내에서는 원단회사인 한원물산에서 '하운지'라는 한지가죽을 제작하고 있다. 한지가죽은 주재료가 종이기 때문에 만드는 과정에서 동물 착취가 없고, 버리게 될 경우 자연 분해가 가능하다. 동물친화적 가치소비중심 비건패션 브랜드 오르바이스텔라는 폐어망을 재활용한 소재로 제작된 가방을 최근 출시하기도 했다.

미카엘 클락 박사는 최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를 통해 "식량을 생산하는데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전세계 연간 탄소배출량의 34%나 차지한다"고 밝히며, 이를 줄이기 위한 실천방안으로 "적절한 양의 음식을 섭취하고, 채식위주의 식단으로 육류 섭취를 줄일 것"을 권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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