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수상태양광·수열...물은 탄소중립 실현할 청정에너지"

윤미경 발행인 / 기사승인 : 2022-03-22 09: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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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자원공사 녹색전환본부 김영일 본부장
"물은 소중한 순환자원...부가가치 높여야할 때"

수도꼭지만 틀면 콸콸 쏟아지는 물. 그러다보니 우리는 가끔 물의 귀중함을 잊고 살 때가 있다. 우리나라 연간 강수량은 세계 평균보다 1.3배 많아서 물부족에 시달리지는 않지만 강수량의 60% 이상이 바다로 흘러간다. 여름철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비를 가두고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사용하는 물이 부족해질 수 있다. 댐이 바로 그 역할을 하는 것이다. 

댐에 가둔 물은 생활용수, 공업용수, 농업용수 등 다방면으로 활용된다. 물의 활용도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최근들어 물은 재생에너지로서 그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댐을 통한 수력발전뿐만 아니라 수열에너지, 수상태양광 등 수자원을 이용한 재생에너지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는데 수자원은 청정에너지로서 한축을 담당하고 있다.

수자원을 신재생에너지로 탈바꿈시키는데 중추적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한국수자원공사(K-water)다. 56년간 댐과 보 등 수자원시설을 관리하면서 쌓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통합물관리를 실현한 한국수자원공사는 현재 국내 재생에너지 1위 공기업으로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친환경 물에너지 공급을 위해 다각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에 뉴스:트리는 3월 22일 '세계 물의 날'을 맞아 한국수자원공사가 2021년 12월 탄소중립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도록 신설한 '녹색전환본부'가 있는 대전을 직접 찾아가봤다. 30년간 수자원공사에서 근무하면서 '물은 내 삶이자 인생'이라고 말하는 김영일 본부장(58)을 만나 수자원을 어떻게 에너지로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담=윤미경 편집국장]


◇ "물관리 넘어 신재생 기업으로 발돋움"

한국수자원공사는 현재 수력과 조력, 태양광 등을 통해 1413메가와트(MW) 규모의 발전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말 기준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설비 2만4,855MW 가운데 6%를 차지하는 비중이다. 이 시설을 통해 생산한 전기는 지난해 2244기가와트시(GWh)에 달했다. 발전량 가운데 수력발전량이 우리나라 전체 수력발전 비중의 60%를 차지한다. 

대·소 수력발전량이 1763GWh로, 전체 발전량의 78.6%에 이른다. 그외 태양광, 풍력까지 합치다보니 자연스럽게 신재생에너지 1위가 됐다. 하지만 우리의 전기 생산량은 아직 미미하다. 국가 전체로 따져보면 0.5% 수준밖에 안되니까. 다만 우리가 생산하는 에너지는 탄소가 전혀 배출되지 않는 청정에너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고 확장성도 있다. 수상태양광과 수열에너지, 그린수소 등 물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사업을 확대해나갈 것이다.

▲한국수자원공사 녹색전환본부 김영일 본부장은 뉴스트리와의 인터뷰에서 "물의 무한한 가능성을 바탕으로 탄소중립을 이행하겠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조인준 기자


◇ "수열에너지 냉방 활용하면 전기료 절감"

수열에너지는 물의 온도차를 냉난방에 활용하는 것이다. 물은 에너지를 축적하는 능력(비열)이 매우 커 대기와 비교해 쉽게 뜨거워지지 않고 쉽게 식지 않아 여름철 수온은 대기보다 낮고 겨울철 수온은 대기보다 높다. 이런 물의 특성을 활용해 냉난방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난방이 화석연료를 태워 물을 데운다면 수열에너지는 자연 상태의 물에서 열을 이동시켜 활용한다.

물론 별도의 수열설비가 있어야 한다. 잠실 롯데타워가 대표적인 수열에너지 활용 사례이다. 타워지하에 수열에너지 설비가 갖춰져 있어서 광역원수 관로의 물에너지를 활용하여 냉난방을 공급하고 있다. 앞으로 수열공급시설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일반 가정에서 수열에너지를 활용할 날도 머지않았다고 본다.수열에너지를 활용하면 여름철 에어컨의 전력사용을 절반 이상 낮출 수 있어, 탄소감축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실외기에서 나오는 열기도 줄일 수 있으니 도심의 온도를 낮추는 효과도 있다. 이미 캐나다와 일본에서는 많이 사용하고 있다.

전기사용량이 엄청나게 많은 인터넷데이터센터(IDC)도 수열에너지를 활용하면 전기료를 크게 낮출 수 있다. 강원도가 춘천 소양강댐 밑에 78만5000㎡(24만평) 규모로 수열에너지 융복합 클러스터를 조성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곳에 입주하는 IDC나 기업들은 수온이 연중 5도~6도에 이르는 소양강댐 심층수를 냉방에 활용할 수 있어, 탄소도 줄이고 전기료도 절감할 수 있다. 우리가 이 사업을 맡아 시행하고 있는데 롯데타워보다 10배 이상 큰 수열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수자원공사가 부산에 조성하는 에코델타 스마트시티 스마트빌리지(56세대, 150RT) 내 수열에너지 도입을 추진하였으며, 이는 조성부지 인근평강천 하천수를 활용하여 수열에너지를 주택단지 냉, 난방에 공급한 국내 최초 사례로, 친환경 에너지시티 조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수상태양광 이론적 발전잠재량은 452만 가구 사용량"

수상태양광도 중점사업 가운데 하나다. 수상태양광은 태양광 모듈을 댐과 저수지 수면에 설치하는 발전시설인데, 산림훼손없이 재생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고 수면의 냉각 효과로 발전효율까지 높은 장점이 있다. 수상태양광 아래는 수생 생물의 보금자리 역할도 하니, 생태적으로도 이점이 많다. 

사실 그동안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2008년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는 그냥 물위에 띄워놓으면 되겠거니 했다. 그런데 늘 남쪽으로 향해 있어야 하는 패널이 바람이 불면 자꾸 돌아가는 거다. 햇볕을 봐야 발전이 되는데 이게 잘 안됐다. 그러다가 2012년에 바람이 불어도 돌아가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찾아냈고 그때부터 상용화하기 시작했다. 먹는 물 수질기준보다 10배 강화된 수도용 자재 위생안전기준에 적합한 기자재를 사용하여 수생태 환경 안전성을 확보하였다.

그동안 소규모로 운용하던 수상태양광을 지난해 12월 합천댐에 대규모로 설치했다. 패널도 지역문화를 반영해 합천의 군화(郡花)인 '매화' 형상으로 배치했다. 발전설비용량은 41.5MW로, 연간 약 5만6388MWh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이 정도면 합천군민 4만3000여명이 가정용으로 모두 사용하고도 남는다.

가끔 합천댐에 가보면 수상태양광 아래쪽에 치어들이 양식장처럼 떼로 몰려다니는 것을 보게 된다. 실제로 우리가 한국환경정책평가원에 의뢰해 검증해본 결과, 수상태양광이 환경에 문제를 준다고 볼 수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앞으로 소양강댐과 안동댐, 임하댐 등에도 대규모 수상태양광을 설치할 계획이다. 자체 조사해보니, 수상태양광의 발전설비 잠재력은 9.4GW 정도로, 약 452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K-water에서는 단계적으로 9.4GW까지 개발을 확대할 계획이고, 완료되면 대규모의 전력을 친환경 재생에너지인 수상태양광을 통해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해 12월 합천댐에 설치된 수상태양광 (사진=한국수자원공사)


◇ "올해부터 성남에서 그린수소 생산한다"

신재생에너지 가운데 '그린수소'도 빼놓을 수가 없는 분야다. 그린수소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풍부한 물과 재생에너지가 필요하는데 우리는 이 두가지 자원을 모두 가지고 있다. 

그린수소는 탄소배출이 전혀 없다. 재생에너지로 물을 전기분해하기 때문이다. 현재 그린수소 단가는 1kg에 대략 8800원으로 비싼 편이다. 그런데 실제로 생산해보면 단가가 이보다 2배나 비싼 1만5000원이나 들더라. 팔면 팔수록 손해나는 장사인데 민간기업들이 누가 하려고 하겠나? 결국 우리같은 공기업이 시장을 열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현재 우리나라는 수전해 등 수소관련한 연구를 국책사업으로 다양하게 하고 있다. 수소를 생산하는데 드는 전기를 최소화하는 기술이나 수소를 생산하는 설비와 부품들의 내구성 확보 등이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번에 에너지기술연구원, 민간기업들과 협업해서 국산기술을 개발하려고 준비중이다. 성남에 있는 우리 정수장에 소수력발전기가 있는데 이것을 이용해서 연내 그린수소 생산을 목표로 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우리가 생산한 그린수소는 현대자동차 수소자동차 충전소로 공급된다. 마찬가지로 안산시에 설치예정인 충전소로 그린수소를 공급할 계획이다.

성남은 올해부터 가능하고, 안산은 프로젝트가 완료되는데 짧게는 2년, 길게는 5년 내다보고 있다. 정부기관과 민간기업들이 성남과 안산에서 진행하는 국책연구과제를 통해 전기를 좀더 적게 사용하면서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방법들을 찾아나갈 것이다. 따라서 당장은 경제성 때문에 수소를 대중화하기 쉽지 않겠지만 5년 이내에는 수소기반 시설들이 하나둘씩 조성되면서 수소경제로 넘어가는 디딤돌 역할을 하지 않을까 기대된다.

▲김영일 본부장은 "2050 탄소중립 이행에 발맞춰 수상태양광과 수열에너지, 그린수소 등 물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사업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Copyright@ 조인준 기자


◇ "물의 무한한 가능성 바탕으로 탄소중립 이행"

그런 점에서 앞으로 녹색전환본부가 해야 할 역할이 많다. 우리나라는 무역으로 먹고사는데 탄소세가 무역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시기가 굉장히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따라서 공기업이 민간보다 한발 앞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자원공사는 1년에 73만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으나, 재생에너지 발전을 통한 감축으로 탄소중립을 이미 달성한 상태이다. 그러나 지속적인 감축 노력으로 2050년까지 현재 배출량의 약 11배인 780만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저탄소 물관리를 비롯해 재생에너지 확대 그리고 그린수소 활성화를 내거는 이유도 이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다. 댐 상류 인근에 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식물을 심는다던지 하는 활동도 포함돼 있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우리나라 탄소감축 목표의 1%가량을 수자원공사가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자체 사용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전면 대체하는 것은 물론이고, 수상태양광이나 수열에너지 등을 확대해 재생에너지 수익화에도 나설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재생에너지가 비싸기 때문에 기업들의 수요는 별로 없지만 RE100을 달성해야 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재생에너지 공급 계약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구글 등 RE100을 선언한 글로벌 기업들도 대부분 신재생에너지 기업들과 계약을 맺고 전기를 공급받고 있다. 또 유럽과 미국에서 탄소국경세가 시행되면 이를 계기로 민간기업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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