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벼랑끝 내몰리는 남극 펭귄들...극지로 서식지 이동 '포착'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2-03-16 09:19:34
  • -
  • +
  • 인쇄
젠투펭귄, 추워서 살지 않았던 곳에서 서식지 발견
"기후위기 명백한 징후...해빙은 2017년 이래 최저"
▲너무 추워 젠투펭귄이 서식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지역으로 알려진 안데르손 섬에서 젠투펭귄 무리가 발견됐다 (사진=그린피스)

기후위기에 따른 온도 상승으로 비교적 온화한 기후에 서식하는 남극 젠투펭귄 군락 서식지가 점점 더 추운 극지로 대거 이동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16일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두달간의 남극 탐사 끝에 이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그린피스 환경감시선 아틱 선라이즈호는 지난 1월 6일부터 3월 10일까지 기후위기로 변화하는 해양 생태계를 조사하기 위해 남극 탐사를 진행했다. 이번 탐사는 잠수함을 동원해 남극 연구 역사상 최남단(남위 65도) 해저에서 실시됐다.

탐사 결과, 남극 반도 동쪽에 위치한 안데르손 섬(Andersson Island)에서 총 75개의 젠투펭귄 둥지가 발견됐다. 젠투펭귄은 일반적으로 남극에서 비교적 온화한 지역에 서식한다. 안데르손 섬은 너무 추워 지금까지 젠투펭귄이 새끼를 키우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지역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이곳에서 젠투펭귄 서식지가 발견됐다는 것은 안데르손 섬의 기온이 그만큼 상승했다는 의미다. 

펭귄은 남극 생태계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지표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후와 상업적 어업으로 인해 남극은 상당한 변화를 겪고 있으며, 이로 인해 펭귄은 점점 서식지를 잃어가고 있다. 지구의 평균기온이 오를 때마다 펭귄들의 삶의 터전은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더는 밀려날 곳이 없어지고 있는 것이다.

남극 탐사에 참여한 그린피스 글로벌 해양 캠페이너 루이자 카슨은 "이번 펭귄 서식지 조사결과는 가속화하는 기후변화로 남극 생태계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지표"라며 "이번 탐사로 젠투펭귄이 급격한 기후위기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었고, 이는 곧 지구온난화로 인해 빠르게 녹고 있는 해빙 손실의 징후를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펭귄 서식지 조사에 이어 그린피스 연구팀은 남위 65도 인근 수중에서 취약한 해양 생태계를 조사했다. 이는 잠수함을 이용한 남극 탐사 연구 역사상 최남단 지역으로, 극지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조사가 이뤄졌다. 미국 국립빙설자료센터는 2022년 남극 해빙이 위성 기록사상 가장 낮은 면적에 도달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남극 해빙이 최소 면적을 기록함에 따라 그린피스 환경감시선은 남극 해안선의 최남단을 형성하는 웨델해의 외딴 바다로까지 진입이 가능했다. 현장에서 이뤄진 해저 탐사에서 연구진들은 산호와 여러 취약종을 비롯한 다양한 해저 생명체를 발견했다.

▲남극의 웨델해 남위 65도 해저에서 발견된 석회관갯지렁이과 웜 (사진=그린피스)


김연하 그린피스 해양 캠페이너는 "극심한 기후변화에도 불구하고 남극 해저 생태계는 아직 생명의 끈을 놓지 않고 있지만, 점차 뜨거워지는 기후 속에서 남극 생물들의 터전인 해빙이 빠르게 녹고 있다"면서 "남극 해빙은 2017년 최저 해빙을 기록한 이래 또다시 서울 면적의 약 70배에 달하는 크기의 얼음이 사라짐에 따라 현재 사상 최저 수준으로 줄어든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린피스 국제탐사팀은 해빙 손실을 막고 해양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남극 해역에 보호구역 지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발표된 IPCC 워킹그룹 II 6차 보고서에서도 전 세계 바다의 30~50%를 보호해야 할 것을 명시했다. 보고서는 기후 변화가 해양 생태계에 상당한 피해를 입히고 있으며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초래했다고 적었다.

전문가들은 해양보호구역을 지정해야만 급격한 기후변화로부터 해양생물을 지킬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지금까지 공해에 지정된 해양보호구역은 단 2%에 불과하다. 특히 남극 웨델해는 약 10년 전부터 해양보호구역으로의 지정이 제안되어 왔으나 각국 대표들의 의견 불일치로 성사되지 못하고 있다.

김 캠페이너는 "해양보호구역 지정을 위한 해양생물다양성보전(Biological Diversity in the Areas Beyond National Jurisdiction·BBNJ) 협약 4차 정부간 회의가 지금 바로 (3월 7일~3월 18일) 미국 뉴욕에서 진행되고 있다"면서 "한국 정부를 비롯한 전 세계 리더들이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해양보호구역 지정을 위한 조약을 체결하고, 해양보호구역 네트워크 마련을 위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린피스는 이번 회의가 종료되는 3월 18일 그 결과를 모니터링하는 한편, 한국 정부를 포함한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공해상 해양보호구역 30% 지정을 위한 국제적 조약이 성사될 때까지 지속적인 활동을 계속할 예정이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관련기사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ESG평가원 "포스코, 계열사 잇단 인명사고...ESG등급 하락 전망"

포스코홀딩스가 비상장 자회사 포스코이앤씨의 반복된 인명사고로 인해 ESG평가에서 종합등급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잦은 인명사

한전, 2028년 사채발행한도 초과한다..."화석연료 탈피해야"

한국전력공사의 취약한 채무구조가 고착되고 수요 감소가 겹치면서 2028년까지 사채발행한도가 초과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화석연료

매출 9.5조 포스코이앤씨 면허취소?…사고많은 건설업계 '초비상'

연매출 약 9조5000억원에 달하는 국내 건설업계 7위인 포스코이앤씨가 창사 43년만에 절체절명의 위기에 내몰렸다.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적으로 중대재

LS그룹, 41년째 '무사고·무재해' 비결은?

LS가 2021년부터 ESG위원회를 지주회사 내에 출범시키며 지속가능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6일 밝혔다.위원회는 ESG 방향성 정립과 정책 변화 대응,

AI로 탄소배출 '폭등'…빅테크 '넷제로' 목표 사실상 물 건너갔다

구글과 아마존 등 주요 기술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최근 급증하면서, 이들이 공언해온 '넷제로' 목표가 사실상 무력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기후

Z세대, 기업 ESG활동에 민감...67% "비싸도 ESG 실천기업 제품 구매"

Z세대는 개인 신념과 가치관에 따라 소비를 결정하는 이른바 '미닝아웃(가치소비)'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6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공개한 'ESG 경

기후/환경

+

장마철에 몰래 폐수 방류 '딱 걸렸다''...경기도 12곳 적발

장마철을 틈타 폐수를 방류한 업체들이 덜미를 잡혔다.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은 지난 6월 30일부터 7월 18일까지 도내 31개 시군의 주요 폐수 배출사업

호주 2300km 산호군락지 '하얗게 변색'...해양폭염으로 역대급 피해

올초부터 이어진 해양폭염으로 호주 전역의 산호초가 백화현상을 겪고 있는 가운데 그레이트배리어리프에서는 관측 이래 가장 심각한 산호 감소가 확

"탄소 저장해드립니다"…노르웨이 'CCS' 사업에 33억불 투자

북유럽 국가 노르웨이가 최근 북해 해저에 이산화탄소를 영구 저장하는 '노던라이츠(Northern Lights)' 사업에 33억달러(약 4조5800억원)를 투입했다. 석유개

급류에 마을이 통째로 휩쓸려...히말라야 산간마을 '돌발홍수'

인도 북부 히말라야 산간마을에 갑자기 홍수가 발생했다.6일(현지시간) AFP 통신과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전날 인도 북부 우타라칸드주 히말라야 인

'괴물폭우' 예보됐는데…'띠모양 비구름대'로 기상 예측불허

'괴물폭우'가 내린다던 예보와 달리 서울 도심에는 새벽에 잠깐 강한 비가 내리다가 그쳤다. 반면 수도권과 가까운 경기북부와 강원 지역에는 시간당 3

[르포]사과 5알에 1만6000원?...폭염·폭우에 과일·채솟값 '껑충'

폭염·폭우 등 이상기후 영향으로 농산물 가격이 크게 올랐다. 치솟은 물가는 6일 뉴스트리 취재진이 찾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마트에서도 고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