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CC 2차 보고서 "1.5°C 오르면 33억 목숨 위험...멸종률 1000배"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2-02-28 22:5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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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실무그룹 "기회의 창 급속히 닫히고 있어"
물 안보·빈곤·건강 등...온난화로 전지구 재앙

지구 평균기온이 1.5°C 상승하면 전세계 79억명 가운데 33억명의 목숨이 위협받게 될 것이라는 섬뜩한 경고를 담은 보고서가 나왔다.

28일(현지시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IPCC 제6차 평가보고서(AR6) 제2실무그룹 보고서(WG2)'를 공개했다. IPCC는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1988년 기후변화의 과학적 규명을 위해 공동으로 설립한 국제협의체다. IPCC는 1990년부터 5~7년마다 기후변화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AR6는 2021년 8월~2022년 10월 사이 4차례에 걸쳐 발간될 예정이다. 이번에 공개된 WG2는 4개 보고서 가운데 2번째 보고서에 해당한다. 지난 WG1이 지구온난화가 인간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밝혔다면 이번 WG2는 인류가 기후위기라는 수렁에 얼마나 깊이 빠져들었는지, 또 향후 10년간 우리 앞에 놓인 선택지는 무엇인지 정리했다.

앞으로 공개될 3번째 보고서는 해당 선택지들을 통해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4번째 보고서는 이전 보고서들의 총정리 격으로 발간될 예정이다. 이렇게 AR6가 완성되면 올 11월 이집트에서 개최 예정인 '제2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와 2023년 시행할 첫 파리기후변화협정 이행점검에서 과학적 근거로 사용될 예정이다.

직전 보고서가 나왔던 8년 전에 비해 전지구적 상황은 모든 분야에서 악화됐다. 보고서는 "기후변화가 자연에 야기한 영향은 이전까지 인식됐던 것보다 훨씬 크다"며 일부 종은 기후변화로 인해 완전히 멸종했고, 생태계가 광범위하게 악화됐다고 전했다. 인류가 지금처럼 온실가스를 배출할 경우 21세기 후반 전지구적으로 플랑크톤이 감소하면서 최대 15.5%의 수산자원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물과 식량부족 위기도 심화되고 있다. 이미 절반 이상의 인류가 물 부족 문제를 겪는 가운데 지구 평균기온이 1.5°C 오를 경우 도시 인구의 3억5000만명이 물 부족에 시달리게 된다. 보고서는 "이용가능한 물 자원은 온난화에 따라 상당한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며 "군소 도서국이나 빙하에 의존하는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기온 상승이 1.5°C 이상 될 경우 담수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식량 안보에 대해서는 "기온이 1.5°C 이상 상승할 경우 주요 식량 생산 지역에서 옥수수 작물 생산이 동시에 타격을 입게 될 위험이 증가하며, 이는 전세계 옥수수 공급망을 위협할 것"이라고 적었다.

보고서는 또 이대로 가면 향후 20년 내 기온상승 폭이 파리기후변화협정이 설정한 인류생존의 마지노선 '1.5°C'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일시적이더라도 지구 평균기온이 1.5°C를 넘어서게 되면 상황은 훨씬 더 나빠진다. 생물종이 멸종해버리거나 북극의 빙상과 해빙이 완전히 녹아버린다면 생태계가 복구불가능한 임계점을 넘어버리면서 지구온난화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 때문이다. 빙하가 녹는 속도는 1950년과 2000년 사이 1.5~2배 빨라져 해수면 높이가 작년에 견줘 0.15m만 높아져도 인구의 20%가 100년에 한 번 발생할 규모의 연안 홍수(coastal flood)에 잠재적으로 노출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1°C 상승한 상황이다. 당장 1.2°C의 온난화 수준에도 높은 위험에 나무의 대규모 고사, 산호초 백화현상, 해빙에 의존하는 생물종의 대규모 감소, 열파로 인한 대량 폐사가 발생할 전망이다. 온난화 수준이 1.5°C에 이를 경우 육상 생태계에서 연구대상 생물종 가운데 14%가 심각한 멸종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자연적인 멸종률의 1000배가 넘는 수치로, 온난화 정도가 심해지면 그 수치는 더 올라간다. 기온 상승폭이 1.5°C 에서 3°C로 늘어나면 해당 수치가 최소 10배 이상 증가한다.

특히 지구 평균기온이 2°C 오르면 아마존 열대우림은 사바나로 전환된다. 게다가 산불 피해면적은 35%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 2100년에 이르면 인구의 절반이 극단적인 고온다습한 환경에 노출되면서 목숨을 위협받는다. 연중 따뜻한 기온과 높은 습도를 가진 아열대 도시 지역에서는 노출 수준이 훨씬 더 심각할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한 수준의 고온다습한 기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지구 온도상승을 1.7~1.8°C 보다 더 낮게 억제해야 한다. IPCC는 현재 이같은 고위험군에 속하게 될 인구를 약 33억~36억명 정도로 추산했다.

보고서는 현재까지 확인된 주요 기후 리스크만 127개에 달한다며 기회의 창이 급속히 닫히고 있어 향후 10년간의 선택이 결정적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각국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 '재원조달'과 '기후정의 실현'을 핵심으로 짚었다. 기술적인 해결책보다는 이미 있는 기술로 필요한 곳의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개선해 사람들이 기후위기에 적응·대응할 수 있도록 재원을 잘 분배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취약한 개발도상국의 경우 지구온난화로 손실과 피해가 증대되고,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가난하고 취약한 인구에 피해가 집중되기 때문에 기후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위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세부적인 이행방안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먼저 육지, 민물, 바다 등 생태계의 30~50%를 보전해야 한다. 생태계를 보전하면 자연의 탄소저장 및 흡수능력을 키울 수 있고, 자연에 의존하는 사업에 혜택을 주기 때문에 비용 대비 효율이 높기 때문이다. 사회에 큰 혜택을 주고 비용대비 효율이 높아. 또 각국은 아직 2030년 기온상승을 1.5°C로 제한하는 수준에 비해 2배나 많은 화석연료 생산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한해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6.8%에 달하는 5조9000억달러(약 7096조원) 규모의 막대한 보조금을 철폐할 것을 촉구했다.

IPCC 의장을 맡고 있는 이회성 박사는 "이번 보고서는 무대응에 대한 암울한 경고"라며 "기후변화가 우리의 안녕과 지구의 건강에 대한 중대하고, 또 고조되는 위협이다. 오늘날 우리가 취하는 행동이 앞으로 가중되는 기후위기에 대해 사람과 자연이 적응하는 방식을 형성하도록 할 것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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