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한 평가지표, 단기실적주의 등은 숙제
미국 기업을 중심으로 임원 상여금 지급 기준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요소를 연동시키는 기업이 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2021년 스타벅스 최고경영자(CEO) 케빈 존슨(Kevin Johnson)의 연례 상여금의 약 20% 가량이 기업의 ESG 목표를 실현한 것에 대한 보상으로 지급됐다.
스타벅스는 2021년 9월 매장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퇴출하고, 생분해성 빨대를 도입했다. 2025년까지 유색인종 및 소수자 직원 비율을 전사적으로 30%대 이상 유지하기로 선언하기도 했다. 또 낙농업 농장의 영농법을 개선해 메탄가스를 줄이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스타벅스의 온실가스 배출량의 22%가 스타벅스가 취급하는 유제품에서 비롯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노력으로 존슨 CEO의 급여총액은 2020년 1470만달러(약 175억원)에서 2021년 2040만달러(약 244억원)로 뛰었다.
실제로 ESG 성과에 대한 보상체계 확대는 하나의 추세로 자리잡고 있다. 기관투자자를 위한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에 따르면 러셀 3000 지수(미국 주식 시장의 98%를 차지하는 3000개 상장 기업을 나타내는 지수)에 등록된 기업 가운데 급여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연동된 비중이 2018년 7%에서 2021년 20%로 늘었다. 직장내 다양성과 연동된 비중은 2018년 2.5%에서 2021년 11%로 올랐다.
다만 몇몇 전문가들은 ESG 상여금에 대해 미심쩍어 하는 눈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실적과 주가가 부진한 데 비해 대기업 경영진이 연봉을 지나치게 올리면서 비난받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대 기업 가운데 스타벅스를 포함한 13곳의 '주주권고투표'(Say on Pay)에서 반대 비율이 찬성 비율을 넘어섰다. 주주권고투표는 CEO의 연봉이 적절한지 평가하는 투표로, 이는 해당 제도가 도입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이런 가운데 ESG 상여금이 주가상승 실적과 연동돼 있는 기존 상여금을 대체하게 되면 올해 예고된 주식시장의 난기류 속에서도 기업의 부진한 성과와 관계 없이 CEO들이 수익을 보전하게 된다는 것이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누버거버먼(Neuberger Berman)의 케이틀린 맥셰리(Caitlin McSherry) 부회장은 "급여체계에 있어 ESG 평가지표는 모호하고, 고위급 관계자에만 국한돼 있으며, 목표가 단기실적 위주다"고 우려했다.
임원 보수 전문 컨설팅 업체 패리언트어드바이저스(Farient Advisors)의 설립자 로빈 페라콘(Robin Ferracone)은 "기업들은 정량적인 ESG 성과 기반 급여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측정치에 대한 근거가 없으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문제가 생기는 등의 역풍을 감내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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