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년전 헝가리 신부의 예언..."한국, 주권 되찾아 미래핵심 역할할 것"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1-11-04 11:24:26
  • -
  • +
  • 인쇄
헝가리 국가기록원 신부 수기 공개
'소동해' 표기된 옛 지도도 함께 선물
▲김정숙 여사가 3일(현지시간) 헝가리 국립국가기록원에서 발언하는 앞쪽에 100년 전 조선에서 선교활동을 한 버이 삐떼르 헝가리 신부가 남긴 글을 재편집한 '낭독본'이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은 다시 주권을 찾을 것, 나는 한국과 한국민이 미래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사실을 항상 믿어 의심치 않는다."

110년전 한국의 독립을 내다본 헝가리 신부의 수기가 공개됐다.

3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헝가리를 국빈 방문한 김정숙 여사는 헝가리 국가기록원을 방문해 1902년 헝가리인 최초로 고종 황제를 알현한 것으로 알려진 버이 삐떼르 신부가 남긴 일기(1902년)와 저서(1918년)를 전달받았다.

해당 기록물에는 청일전쟁(1894년) 이후 버이 삐떼르 신부가 조선에서 선교활동을 하며 기록한 궁궐의 모습, 조선의 문화, 국민들의 생활상 등이 적혀 있다. 특히 조선에 대한 일본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에 대한 우려도 담겨있다.

▲1910년을 전후해 버이 삐떼르 헝가리 신부가 쓴 일기(사진=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 페이스북 캡처)


삐떼르 신부는 1909년 안중근 의사의 저격으로 숨진 '구한말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에 대해 "선량한 일본의 애국자임은 틀림없을지 모르겠으나, 잔학하고 냉혹한 인물이었다"고 묘사했다. 또 "그는 결국 그가 한국인들에게 행한 범죄로 말미암아 죽음에 이르게 되었다"고 기록했다.

신부는 한국이 일제 치하에서 벗어날 것을 예견하기도 했다. 그는 "일본의 지배와 엄격한 통제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한국에 대해 영원한 지배를 존속시킬 수 없을 것이다"거나 "한국인들은 일본의 침략자들보다 우수하다", "한국은 다시 주권을 찾을 것이다"고 썼다.

끝으로 "세상의 무대는 대서양이 아니라 태평양 연안지역으로 옮겨질 것"이라며 "그때는 아시아와 미국, 캐나다와 시베리아가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다. 나는 한국과 한국민이 미래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사실을 항상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남겼다.

이밖에도 헝가리 순방팀은 한반도 동쪽 바다를 '소동해'(小東海, MARE ORIENTALE MINVS)라고 명시한 '고(古)지도'도 전달받았다. 1730년 유럽에서 제작된 이 지도는 18세기 유럽에서도 동해를 한국에 속한 동쪽 바다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지도의 경우 1739년판이 가장 많지만, 헝가리 국가기록원이 전달한 지도는 1730년판으로 희귀한 초기본이다.


▲헝가리 국가기록원이 선물한 1730년 고지도. 한반도 동쪽 바다를 우리식 표기를 따 '소동해'(MARE ORIENTALE MINVS)로 기록했다 (사진=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 페이스북 캡처)


답례로 한국 국가기록원은 조선왕조실록 가운데 세종장헌대왕실록을 전통방식으로 복제해 헝가리에 선물했다. 세종장헌대왕실록은 세종의 즉위년 8월부터 세종 32년 2월에 승하하기까지의 역사적 사실을 기록한 책으로, 조선왕조실록의 한 부분이다. 국보 제151호에 해당하며 모두 163권 154책으로 구성돼 있다.


▲국가기록원이 3일(현지시간) 전통방식으로 복제해 헝가리에 선물한 세종장헌대왕실록 (사진=연합뉴스)


한편 김 여사가 방문한 헝가리 국가기록원은 1756년 유럽 최초의 기록보존소로 설립돼 현재는 3000km에 달하는 방대한 문서를 보존·관리 중이다. 소장 기록 중에는 17세기 이후 우리나라와 관련한 기록이 다수 있으며, 한국 국가기록원은 1989년 헝가리와의 수교 이후 관련 기록 7만여건을 수집했다.

김 여사는 이날 방문에서 삐떼르 신부의 수기에 대해 "100년 후의 한국 국민들께 보내는 편지같은 글"이라며 "격동의 시기에 무너지지 않은 조선인들의 고귀한 자존심이 기록됐다"고 밝혔다. 이어 "헝가리 국가기록원이 소장한 총 길이 3000㎞의 기록 속에서 한국의 과거와 오늘을 잇는 기록을 찾아내 준 양국 국가기록원의 연구자분들께 경의를 표한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비용부담 커진다"vs"무상할당 안돼"...4차 배출권 할당계획 '대립각'

정부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할 '제4차 국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안'을 놓고 산업계와 시민단체들이 큰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산업계

경기도주식회사, 탄소중립 실천 위한 '친환경 협업 기업' 모집

탄소중립 실천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경기도주식회사가 오는 10월 3일까지 '2025년 2차 기후행동 기회소득 사업 플랫폼 구축 및 운영' 협업 기업을 모

"철강·석유화학 배출권 유상할당 높여라...국제추세 역행하는 것"

환경부가 철강과 석유화학 등 탄소다배출 업종에 대한 4차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무상할당 비율을 종전대로 100%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자, 시민단

배출권 유상할당 20% 상향...상의 "기업 비용부담 커질 것" 우려

환경부가 2026년~2030년까지 기업들의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비중'을 현행 10%에서 15%로 올리는 '제4차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에 대해 산업계가 비용부담

한은 "극한기후가 물가상승 야기…기후대응 없으면 상승률 2배"

폭우나 폭염과 같은 극한기후고 소비자물가에 단기적인 악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1년 넘게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기후변화

美투자 압박하면서 취업비자는 '외면'..."해결책 없으면 상황 반복"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의 한국인 근로자 300여명 체포·구금 사태는 '예견된 일'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미

기후/환경

+

해양온난화 지속되면..."2100년쯤 플랑크톤 절반으로 감소"

해양온난화가 지속되면 2100년쯤 바다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방출하는 역할을 하는 남조류 '프로클로로코쿠스'(Prochlorococcus)의 양이 절반

곧 물 바닥나는데 도암댐 물공급 주저하는 강릉시...왜?

강릉시가 최악의 가뭄으로 물이 바닥날 지경에 놓였는데도 3000만톤의 물을 담고 있는 평창의 도암댐 사용을 주저하는 까닭은 무엇일까.9일 강릉 오봉

"비용부담 커진다"vs"무상할당 안돼"...4차 배출권 할당계획 '대립각'

정부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할 '제4차 국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안'을 놓고 산업계와 시민단체들이 큰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산업계

"철강·석유화학 배출권 유상할당 높여라...국제추세 역행하는 것"

환경부가 철강과 석유화학 등 탄소다배출 업종에 대한 4차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무상할당 비율을 종전대로 100%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자, 시민단

배출권 유상할당 20% 상향...상의 "기업 비용부담 커질 것" 우려

환경부가 2026년~2030년까지 기업들의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비중'을 현행 10%에서 15%로 올리는 '제4차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에 대해 산업계가 비용부담

"낙뢰로 인한 산불 증가"...기후위기의 연쇄작용 경고

기후위기가 낙뢰로 인한 산불을 더욱 빈번하게 발생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머세드 캠퍼스 시에라 네바다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