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에너지 비중 80%인 한국..."30년내 전면중단? 1500조 비용발생"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1-10-27 19:5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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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탄소중립 위한 합리적 에너지정책 방향 세미나'
탄소중립 비용 추계해 경제부담에 대한 국민공감대 필요
▲27일 서울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을 위한 합리적 에너지정책 방향' 세미나. 왼쪽부터 덕성여대 국제통상학과 백철우 교수,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이동규 교수, 한국경제연구원 조경엽 실장, 동덕여대 경제학과 박주헌 교수,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노동석 연구위원.


최근 정부가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확정한 가운데, 우리나라가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만 경도돼 조급하게 에너지정책을 추진하기보다 원자력 발전을 비롯한 기존 에너지원을 적절히 활용해 점진적이고 질서 있는 에너지전환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2050 탄소중립을 위한 합리적 에너지정책 방향' 세미나를 개최하고 이같은 내용을 강조했다.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탄소중립은 우리 경제 현실을 감안하면 도전적인 목표"라면서 "우리 여건을 냉정히 바라보고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분석에 기반해 에너지 정책을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시간 가까이 진행된 토론회에서는 제조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현실을 고려해 '질서 있는' 에너지전환이 필요하다는 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했다. 또 탄소중립이 전세계적인 흐름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며 실질적 비용과 국민 부담 그리고 전체적인 컨트롤타워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 "화석연료 비중 80%···원전없이 가능?"


발제를 맡은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정부가 확정한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대해 "목적과 수단이 맞지 않아 결코 성공하지 못할 연목구어식 시나리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높은 데 비해 정부가 구성할 전원믹스는 상용화 시점을 알 수 없는 미래기술에 의존하고 있어 현실성이 없다고 꼬집었다.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량 정점 기준연도로 잡은 2018년 역시 불확실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세계 경제는 탄소중립에 역행하고 있다. 코로나19로부터 각국이 어느 정도 일상을 되찾아가면서 전력 수요가 다시 늘고 있고, 이에 따라 이산화탄소가 함께 늘어 실상은 '그린 리커버리'가 아닌 '그레이 리커버리'를 경험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2019년 기준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비중은 1% 정도다. 전체 에너지의 80.6%가 화석에너지이고, 전기에너지가 19% 비중이다. 전기에너지의 약 70%도 석탄이나 천연가스를 활용해 생산하고 있다. 이를 전부 석유로 바꾼다면 200L 드럼을 옆으로 뉘여 서울과 부산을 2312회 왕복할 정도다. 정부 시나리오대로면 한국은 30년 내에 이를 태양광과 풍력으로 대체해야 하는 셈이다.

특히 박주헌 교수는 정부가 2050년 소위 '꿈의 기술'로 불리는 무탄소·암모니아 가스터빈을 투입해 전력의 21.5%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에 대해 불가능한 일이라며 "먹고사는 문제를 다루는 경제문제를 막연한 기술개발에 기대어 운영한다는 것은 위험한 도박"이라고 밝혔다.

박주헌 교수는 이에 △원자력 발전을 적정 비중 유지해야 하고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을 결합해 일부 화력발전을 유연성 전원으로 활용하는 3가지 전원구성을 제시했다. 이어 그는 "현재 사실상 독점상태인 전력시장을 자유화해 수요관리의 효율성을 높여 새로운 에너지 시장을 육성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재생에너지 송배전망 등 1500조 투입해야"


노동석 서울대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은 "목적지는 분명한데 가는 길은 불확실하다"며 "정부의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국민들이 수용할 수 있도록 비용 분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신재생에너지 확대는 필연적으로 막대한 계통 연결비용과 설비비용이 소요된다"며 "시나리오 분석에 따르면 2050년까지 탈원전 정책을 유지하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80%까지 높이면 전기요금은 지금보다 약 120% 인상되고 계통연결, 에너지저장장치 설치, 송배전망 보강 등 누적비용이 약 1500조원 발생할 것으로 추산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에너지전환에만 2050년까지 2022년 정부 전체 예산안인 604조4000억원의 2배가 훨씬 넘는 비용이 소요될 예정이다. 노 연구위원은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중국 등 주요국들은 원자력 발전을 발전부문 탄소중립의 중요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라며 "우리나라 역시 원자력을 배제한 탄소중립 논의는 실현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에 에너지믹스 정책의 전면적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 위원은 정부의 탄소중립 시나리오 가운데 수소에너지를 81% 수입한다는 부분에 대해 "사실상 그린수소가 아니면 지구온도 저감에는 기여를 못한다"며 "지구온도와 무관한 그레이수소라 하더라도 수입해서 쓴다면 우리나라에서 비록 탄소가 배출되지 않겠지만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라면서 "굉장히 창의적인 안"이라고 꼬집었다.


◇ "유럽기준 맞춰야 하나···비용편익 확실히 따져야"


토론자로 나선 이동규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기후 자체로 인한 위험인 '물리적 리스크'에 비해 우리가 약속한 걸 지켜나가면서 감당해야 할 위험인 '이행 리스크'가 큰 나라로 꼽힌다"며 "2030 NDC는 그저 방향성을 정하는 게 아니라 국제사회에 약속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신뢰성을 잃지 않도록 꼭 해야만 하는 일이다. 따라서 이행 리스크 분석 관리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백철우 덕성여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독일 정부는 국민들에게 가구당 20.6유로(약 2만8000원) 전기요금이 올라간다는 정보를 공개하고 탄소중립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을 구했다며 "이제는 구체적인 소요 비용을 테이블 위에 올릴 때"라고 말했다. 

노동석 위원은 "우리나라는 유럽을 상대로만 장사를 하는 게 아니다"며 "탄소중립을 추진한다고 해서 에너지전환 움직임이 미진한 중국과 인도 등 전세계 시장을 상대로 꼭 이익이 난다고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글로벌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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