밟으면 전력이 생산되는 '나노발전기' 나무 바닥재가 전구의 전원을 켜는 단계까지 성공했다. 성인 한 사람이 바닥을 밟기만 하면 전구가 켜지는 것이다.
스위스 연구진은 나무 바닥재로 만들어진 나노발전기 'FW-TENG'의 시제품으로 소형 전자 장치를 구동할 수 있는 에너지를 생산했다고 1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매터(Matter) 저널'에 발표했다.
표면적이 A4 용지보다 약간 작은 이 나노발전기는 나무 바닥재에 실리콘과 나노 결정체를 결합한 에너지 하베스팅(energy-harvesting) 장치다. 에너지 하베스팅은 주변에서 버려지는 에너지를 사용가능한 전기에너지로 변환하고 이용하는 기술이다.
이 발전기는 정전기를 에너지원으로 이용하는 마찰전기 기술을 이용한다. 마찰전기는 물체끼리 마찰할 때, 즉 전자가 한 물체에서 다른 물체로 이동할 수 있을 때 발생하는 효과다. 이때 물체가 양극을 띠면 전자를 잃고, 반대로 음극을 띠면 전자를 끌어당긴다. 바닥재를 밟을 때 이러한 효과로 인해 전하를 띠게 되는 것이다.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ETH)과 스위스 연방 재료과학 및 기술 연구소 뒤벤도르프 소속 목재 재료 과학 분야의 그룹 리더이자, 수석 연구 저자 귀도 판자라사 박사는 "목재는 전자를 잃거나 끌어당기는 경향이 강하지 않아 마찰전기 소재로는 좋지 않지만 건축 자재로는 훌륭하다"고 설명했다. 목재는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천연 재생 자원이라는 점에서 유용하다고도 언급했다.
연구진은 나무의 마찰전기 특성을 높이기 위해 접촉 시 전자를 얻는 특성을 지닌 일반 실리콘으로 목자재의 한 면을 코팅하고, 다른 한 면은 전자를 잃는 특성의 나노결정으로 코팅했다. 다양한 종류의 목재를 시험한 결과, 연구진은 유럽에서 흔히 사용되는 건축용 목재인 가문비나무가 천연 목재보다 80배 더 많은 전기를 생성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판자라사 박사는 "환경 친화적 절차로 나무를 개조해 마찰전기를 생산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며 "가문비나무는 저렴하고 유용하며 기계적 성질이 우수하다"고 덧붙였다.
마찰전기를 이용한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은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 발전 소자로 연구돼 왔다. 현재 나노기술의 발전으로 미세한 에너지까지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으며 전력수요를 감소시켜 온실가스 배출 저감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 FW-TENG는 다양하게 상용화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산업적 가치가 있다. 나노발전기는 LED 전구나 계산기 등 소형 전자제품에 전력을 공급하고, 전기를 생산하는 마룻바닥이나 생체센서 등으로 활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카디프 대학의 통합 재생 에너지 발전 및 공급 연구 그룹의 리더 닉 젠킨스 교수는 "이러한 장치가 사물 인터넷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며 ""물론 조명처럼 지속적인 에너지 공급이 필요한 경우 그만큼 지속적인 운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판자라사 박사는 기술이 상용화되려면 더 많은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일 장치의 출력은 발표한 수준만큼 높지 않더라도, 장치들을 다수 결합해 확장하면 상당한 양의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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