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 넷제로가 급격하다"는 경제단체...'탄소중립' 반대?

백진엽 기자 / 기사승인 : 2021-08-09 10:3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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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진엽의 시선] 정부시나리오에 경제단체 '반기'
'탄소중립'은 제조업 중심 산업 구조라 더 '절실'

"방향성은 공감하지만 산업구조상 급격한 온실가스 배출감축 정책은 안된다."
"제조업 중심의 우리 산업 구조상 기업 경쟁력 약화와 고용감소 우려가 있다."

최근 정부가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자, 경제단체들이 일제히 반박 논평을 쏟아냈다. 정부가 제시한 '탄소중립 시나리오'의 골자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 '0'으로 줄이고 원전 비율은 6~7%대로 축소하는 대신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현재 6%대에서 70%대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재계는 즉각 우려를 표명했다. 취지는 100% 공감하지만 에너지 소비가 많은 제조업 중심의 우리나라 산업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제조업 중심 우리나라 산업구조상 급격한 온실가스 배출 감축 정책은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경제,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반발했다. 심지어 재계가 본인들의 목소리를 낼 때마다 국민들이나 정치권의 동조를 얻기 위해 휘두르는 '일자리도 감소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재계의 주장도 일리는 있다. 2050년까지 불과 30년도 채 남지 않은 시간동안 탄소배출량을 제로로 만드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2050 탄소중립' 목표는 우리나라가 임의로 정한 것이 아니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전세계 국가들이 지구 상승온도를 산업화 이전으로 낮추기 위해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제로'를 실현하기로 약속했던 것이다. 이에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 국가들이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로로 하기 위해 다각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 

유럽의 나라들은 이미 신재생에너지 사용비중이 60%~70%에 이르고, 일본도 20%에 달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6.5% 비중에 그치고 있어, 지금 속도대로 진행하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정부가 2050년 '넷제로' 시나리오 외에 탄소배출량을  2018년 대비 96.3%, 97.3% 줄이는 방안까지 제시한 것에 대해 "정부는 탄소중립 의지가 없다"며 맹렬히 비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경제단체들은 정부의 시나리오가 급격하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제조업 중심의 우리 산업 구조상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온실가스 감축에 어려움이 있다는 사정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뒤집어 말하면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이기 때문에 그동안 온실가스를 더 많이 배출했다는 뜻이다. 그럼 이에 대한 사회적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지 되묻고 싶다. 

우리나라는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다. 그런데 탄소중립에 소극적인 나라라고 국제사회에서 낙인 찍히면 앞으로 수출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이미 24개국에서 탄소배출량이 많은 기업에 대해 '탄소세'를 부과하고 있다. 특히 유럽은 탄소배출량이 많은 국가에서 배출량이 적은 국가로 수출할 경우에 '탄소국경세'를 매기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탄소국경세를 물어야 하는 한국산 제품이 과연 가격경쟁력을 있을지 의문이다.

경제단체들이 간과한 것이 또 있다. SK그룹과 LG그룹 등 이미 많은 국내기업들이 '2050 넷제로'를 선언했다는 사실이다. 좀더 적극적인 기업은 2035~204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장의 매출손실을 감수하더라도 '넷제로'를 통해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것이다. 환경과 사회를 고려하지 않은 기업은 앞으로 소비자뿐 아니라 자본시장에서도 외면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탄소중립'은 국가나 기업이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다. 지구온난화가 가져온 기후변화로 지구는 이미 엄청난 재앙을 겪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폭우와 가뭄, 폭염, 한파 등이 발생하고 있고, 이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기업 역시 생존에 직결된 문제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비용증가에 연연하다가는 모든 것이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다.

앞에서는 'ESG경영'을 독려했던 경제단체들이 '2050 탄소중립'에 대해 반발한다는 것은 스스로 모순을 드러내는 꼴이다. '탄소절감=기업경쟁력 약화와 고용감소'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기업들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주는 것이 경제단체의 진정한 역할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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