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별 달성 목표와 방안, 'Scope 3' 감축 목표도
SK이노베이션이 국내 기업들에게서는 보기 힘든 강력하고 구체적인 '탄소중립' 목표 실현을 위한 로드맵을 내놨다. 단계별 달성 시기와 세부방안은 물론, 소비자들이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단계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Scope 3)까지 감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1일 스토리데이 행사에서 '탄소 순배출량 제로'를 선언했던 SK이노베이션은 한달도 채 지나기 전인 20일 '넷제로 특별보고서'를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여기엔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담겨있다. 보고서에는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한 사업별 방안과 투자 계획, 단계별 달성 시기 등을 구체적으로 담았다. 특히 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Scope 1, 2)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배출하는 온실가스(Scope 3)까지 투명하게 공개하고 감축방안을 만들었다.
우선 목표를 보면 2030년까지 Scope 1, 2의 온실가스 배출 수준을 2019년 대비 절반으로 줄일 계획이다. 또 2030년까지 모든 전기 에너지원을 신재생 에너지로 전환하기로 했다. 2035년까지는 배터리 사업과 관련 계열사인 SK IE 테크놀로지의 '넷 제로'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SK이노베이션 전체 '넷 제로'는 2050년 이전에 완결하고, 2050년에는 Scope 3의 온실가스도 2019년 대비 75% 이상 감축을 목표로 삼았다.
◇순환경제 조성해 Scope3 온실가스 75% 줄인다
특히 Scope 3 부문을 보면 2019년 약 1억3413만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를 줄이기 위해 그린 비즈니스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고, 기존 사업 역시 탄소 감축 및 친환경 방향으로 사업모델을 혁신해 나갈 방침이다. 포트폴리오 전환의 핵심은 배터리·소재 사업으로 내연기관 차량을 줄이고 전기차 확산을 통해 Scope 3 절감에 기여하겠다는 계획이다.
배터리 금속 회수 사업도 친환경 핵심 사업 중 하나다. 폐배터리에서 나오는 금속 중 회수 및 재활용이 잘 안되는 것은 리튬이다. 회수가 잘 안되고, 회수된다 하더라도 배터리에 재활용 가능한 고순도 리튬이 아닌 저가의 공업용 리튬으로 회수된다. 이는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해 리튬 채굴이 지속적으로 필요하고 이는 이산화탄소 배출과 환경 악영향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은 폐배터리 내 리튬을 배터리용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수산화리튬으로 회수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경우 광산 또는 염호에서 새로 채굴하는 것과 비교해 각각 74%, 41%의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효과가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런 기술의 상업화를 통해 배터리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폐플라스틱 재활용을 위한 순환경제 체인 조성도 추진한다. SK이노베이션과 SK종합화학은 이를 위한 국내외 기술 기업들과 협력을 추진중이다. 이를 통해 토탈 재활용 솔루션 플랫폼을 구축, 2025년에는 연간 약 90만톤의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할 계획이다. 이어 2027년까지 SK이노베이션이 생산하는 플라스틱의 100%를 재활용할 계획이다.
◇넷제로에 1.5조 투자…배터리·소재는 2035년 달성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19년 Scope 1, 2에서 발생하던 탄소 1243만톤을 2025년 25%, 2030년 50%를 수준으로 줄인 뒤 2050년 이전에는 넷제로를 달성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SK이노베이션은 2030년까지 1조5000억원을 투자해 에너지 효율 개선, 친환경 연료 전환, 저탄소 배출 원료 도입 등으로 250만톤을 줄이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만들어진 전력 사용 비율은 2025년 25%, 2030년 100%로 높여 180만톤을 감축할 계획이다. 또 이산화탄소를 공기 중에 배출되지 않도록 포집해 심해 등에 저장하는 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CCS)을 통해 150만톤을 감축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친환경 제품 개발 및 탄소 상쇄 프로그램 개발 등으로 50만톤을 추가 감축한다는 방침이다.
배터리 및 소재 사업은 사업의 급성장에 따라 발생하는 온실가스도 같이 증가하지만 사업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줄여 나가기로 했다. 이를 통해 2035년 100% 넷제로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특히 가장 많은 온실가스가 발생하는 전력을 2030년까지 모두 신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으로 전환해 약 820만톤 온실가스를 감축할 계획이다. 공장 운영 효율을 높여 약 320만톤을 감축하고 공장 가동에 필요한 동력을 친환경 연료로 전환할 예정이다. 이 같은 전략을 통해 2035년 기준 약 1360만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방침이다.
네덜란드계 연금자산 운용사인 APG의 아태지역 책임투자 총괄이사인 박유경 이사는 "이번 로드맵은 파이낸셜 소사이어티의 요구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담긴 화답이자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의 첫걸음을 내딛은 것으로 보인다"며 "계획도 중요하지만 적극적인 실행이 더 중요한 만큼, 진정성있는 계획 이행을 함께 고민하고 응원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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