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어쩌나...'책임이행' vs '실익추구' 고민 깊어지는 정부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1-04-28 07:17:33
  • -
  • +
  • 인쇄
▲지난 22일 기후정상회의에서 온라인으로 연설중인 문재인 대통령 (출처=청와대)


교토의정서가 만료되고 파리기후변화협약이 시행되는 올해, 미국은 '지구의 날'인 지난 22일 이틀에 걸쳐 기후정상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기후대응을 위한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의를 오는 11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 개최에 앞서 문제점을 진단하는 '모의고사'로 평가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환경운동가들을 실망시킨 국가'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국제적 망신'과 '경제적 실리' 사이에서 갈등하다 당장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변명으로 일관한 결과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기후정상회의에서 2030년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를 '상향'했다고 밝혔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산정방식을 달리했을 뿐 목표치는 그대로였다. 정부가 기존에 정한 탄소감축 목표치는 2030년 예상 탄소배출량(8억5000만톤)을 37% 줄이는 것이다. 이날 새로 제시된 목표치는 2017년 탄소배출량(7억900만톤)보다 24.4% 감축하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탄소배출 총량은 '5억3600만톤'이다.

이날 또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신규 해외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공적 금융지원을 전면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역시 실질적 대책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한국전력이 탈석탄을 선언한 이후 해외 석탄발전사업은 사실상 중단됐기 때문에 '신규'로 추진하는 것은 없다. 이미 건설중인 베트남 붕앙 2호기, 인도네시아 자와 9·10 등의 석탄발전사업에 대한 투자는 계속되고 있고, 그간 우리나라가 금융지원을 제공한 석탄발전소의 총 탄소배출량은 연간 16억톤에 달한다.

이렇듯 공허한 내용이 제시된 배경에는 우리나라가 처한 난감한 상황이 깔려있다. 그간 국제사회는 한국을 '기후악당'으로 지목해 파리기후변화협약 당사국으로서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해왔다. 한국은 압박에 못이겨 지난해 10월 덜컥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미국, 유럽 등지가 반세기에 걸쳐 순차적으로 진행해온 감축을 30년만에 해치우겠다고 발표해버린 것이다.

그러면서 상황이 꼬이기 시작했다. 국내 경제여건은 녹록지 않고, 구체적인 로드맵도 수립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2050년에 2017년보다 탄소배출량을 40% 줄이려면 철강·석유화학·시멘트 3개 업종에서만 최소 400조원 넘는 전환 비용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이에 더해 정부 정책이 '친환경' 에너지 수급 예산을 가중할 전망이다. 정부의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에 따르면 2034년까지 현재 가동 중인 원전 24기 가운데 11기를 폐쇄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27일 '2050 탄소중립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안'을 의결했다. '2050 탄소중립위원회'는 녹색성장위원회, 국가기후환경회의, 미세먼지 특별위원회를 통합해 탄소중립 이행계획을 수립한다. 일각에서는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그린 뉴딜'의 재탕에 불과하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탄소배출 저감을 "다음 정부에 떠넘겨선 안된다"며 이번 규정안이 "정치적 선언"에 지나지 않도록 "책임진다는 자세로 임해 달라"고 각 부처에 주문했지만, 이행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관련기사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EU·美 탄소규제 강화..."배터리·자동차, 정부지원 확대해야"

최근 전기차 '캐즘'(시장 침체) 현상이 지속되고, 유럽연합(EU), 미국 등 주요 교역대상국이 탄소관련 통상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정부가 폐배터리와 자

불황에 이웃사랑 발벗고 나선 재계...삼성·LG·SK '통큰' 기부행렬

비상계엄, 탄핵 등 불안정한 정치상황이 이어지는 2024년 연말을 맞아 기업들의 통큰 기부행렬이 이어지고 있다.20일 삼성, LG, SK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대한항공, 페트병 업사이클링한 방수가방덮개 기부

대한항공이 지난 17일 서울 강서소방서에서 버려지는 페트병을 재활용해 제작한 '업사이클링 안전 가방덮개' 500개를 기부했다고 18일 밝혔다.이번에 기

현대그린푸드 '식품부산물 자원화' 나선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종합식품기업 현대그린푸드가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를 비롯해 이마트, 삼성웰스토리, 삼성전자 등 10개 기업·기관들과 지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 공개…상위 10% 포함된 韓기업은?

SK텔레콤과 하나금융 등 20여개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지속가능성 평가에서 상위 10%에 포함됐다.S&P 글로벌이 16일(현지시간) 공개한 'DJSI 월드지수'에

네이버, 지역소멸·기후위기 대응 위해 IT기술 도입 협력

네이버가 한국농어촌공사와 손잡고 농어촌지역 기후위기 및 지역소멸 대응을 위해 다양한 IT기술을 도입하기로 했다.네이버와 한국농어촌공사는 경기

기후/환경

+

美플로리다 오렌지 생산량 100년래 '최저'...20년전의 5% 수준

연이은 허리케인에 녹화병이 번지면서 미국 플로리다주 오렌지 생산량이 위태로워졌다.최근 미 농무부(USDA)는 올해말까지 플로리다주 오렌지 생산량

스키리조트 온난화로 소멸위기...국제스키연맹 '지속가능성 지침' 발표

지구온난화로 소멸위기에 처한 스키리조트들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국제지침을 마련했다.19일(현지시간) 국제스키연맹(FIS)는 '스키 리조트를 위한

동물원에 침투한 조류독감...수십종 희귀동물 폐사 위기

조류독감이 동물원까지 침투하면서 사자, 호랑이, 치타 등 수십종의 희귀동물이 죽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류독감이 멸종위기종에 '심각한 영향'을

네팔 전례없는 폭우피해..."산림벌채가 홍수 가중"

네팔의 급속한 도시화와 산림벌채가 2024년 홍수·산사태 피해를 가중시킨 것으로 나타났다.지난 9월말 네팔은 전례없는 폭우에 휩쓸렸다. 9월 27일

올해 세계 석탄사용량 87.7억톤…"사상 최고치 또 경신"

올해 전세계 석탄사용량이 87억7000만톤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울 전망이다.18일(현지시간)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

생물다양성 파괴로 매년 경제손실 25조弗..."보조금 중단해야"

생물다양성을 파괴하면서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이 연간 최대 25조달러(약 3경6244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가 지난 17일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