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약 주사하다 유산되는 간호사들...'위험한 약물' 누출 막으려면?

김현호 기자 / 기사승인 : 2021-03-26 19:03:51
  • -
  • +
  • 인쇄
STS바이오 '폐쇄형 약물전달장치' 국산화 성공
바늘없이 주사기로 약물을 옮기거나 혼합 가능
▲STS바이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멀티바이알 폐쇄형 약물전달장치(CSTD)

2017년 이대목동병원에서 인큐베이터에 있던 신생아 4명이 시트로박터균 감염에 의한 패혈증으로 사망한 적이 있다. 당시 간호사들은 '1인 1병'이라는 원칙을 무시하고 1병을 여러 신생아에게 나눠 주사한 것이 화근이었다. 소독하지 않은 손으로 동일한 수액병에 주사바늘을 여러번 꽂았다뺐다 하는 과정에서 세균이 감염됐던 것이다.

2009년~2010년 제주의료원에서는 임신한 간호사 27명 가운데 9명이 유산하는 사건이 있었다. 출산한 아이 가운데 심장질환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도 있었는데 이 아이는 나중에 국가로부터 산재를 인정받았다. 이처럼 고위험 약물을 취급하는 간호사들의 대부분은 유산, 불임, 백혈병 등 심각한 질병을 유발하는 환경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고위험 약물을 취급하는 간호사들은 그렇지 않은 간호사들보다 유산율이 7.2%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약물은 217종에 달한다. 항암제를 비롯해 난임치료제(생식독성약물)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런 위험한 약물을 주사기로 옮기는 과정에서 소량이라도 누출되면 심각한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누군가의 암이나 난임을 치료하는 약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난임이나 질병을 일으키는 치명적인 약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고위험 약물'은 처방과 조제, 보관, 이송, 투여, 폐기시 특별한 주의를 요해야 한다.

문제는 국내 대부분의 병원들이 이런 고위험 약물을 조제하거나 투여하는 의료진들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의료폐기물을 수거하고 청소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위험한 상황에 노출돼 있다. 이처럼 병원들이 고위험 약물을 취급하는 사람들을 보호하지 않다보니, 이대목동병원의 신생아 사망사건이나 제주의료원 간호사들의 줄유산같은 안타까운 일들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고위험 약물의 노출방지를 위해 미국이나 유럽, 일본에서는 '폐쇄형 약물전달장치'(CSTD) 사용을 권고하거나 의무화하고 있다. '폐쇄형 약물전달장치'는 약병에 주사바늘을 직접 꽂지 않아도 약물을 주사기로 옮길 수 있는 도구를 말한다.

국내에서도 폐쇄형 약물전달장치를 개발하는 바이오벤처기업이 있다. 바로 에스티에스바이오(STS바이오). 인천테크노파크(ITP)에서 개관한 인천스타트업파크센터 '인스타1관'에 입주해 있는 STS바이오는 자체 개발한 '폐쇄형 약물전달장치'를 현재 동산의료원 등에 공급하고 있다. 이 회사의 박정건 대표는 17일 뉴스트리와 만난 자리에서 "이 장치를 사용하면 약물 누출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에 의료진들을 약물 오염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정건 STS바이오 대표는 뉴스트리와 인터뷰에서 "CSTD는 의료진과 환자 모두를 고위험 약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장치"라고 강조했다.


STS바이오는 1병에 1개의 주사기를 꽂을 수 있는 '단일바이알(병) 전달장치' 국산화에 성공한데 이어, 얼마전 세계 최초로 여러 병에 담긴 약물을 한꺼번에 1개의 주사기로 옮겨담을 수 있는 '멀티바이알(병) 전달장치'까지 개발완료했다. 멀티바이알 제품은 한번에 최대 4개의 약병을 1개의 주사기로 옮겨담을 수 있다. STS바이오는 현재 멀티바이알 제품에 대해 국제특허출원(PCT)까지 마친 상태다. 

박정건 대표는 "2019년 항암제의 한 종류인 화학요법제 투약 횟수는 230만건 이상이었다"면서 "이는 주사바늘로 투약한 횟수가 230만건에 이른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 대표는 "멀티바이알 제품을 사용하면 약물이 누출되지 않기 때문에 조제자와 투여자 모두 고위험 약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위험 약물을 조제하거나 투여할 때 기포나 증기 누출이 발생할 수 있고, 주사바늘을 통해 약물이 미세하게 새어나올 수 있다.

그런데도 국내 대부분의 병원들이 이 장치를 이용하지 않는 것은 의료보험급여에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박정건 대표는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할 때도 폐쇄형 약물전달장치를 이용하면 백신을 최대한 아낄 수 있다"면서 "지금은 간호사의 숙련도에 따라 1병당 7명까지 접종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 장치를 이용하면 숙련 안된 간호사도 7명분의 백신을 추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STS바이오는 앞으로 산부인과, 안과 등 전문의별로 최적화된 제품을 개발해나갈 예정이다. 박 대표는 "국내에서는 폐쇄형 약물전달장치를 소모품 취급하며 경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의료진과 환자 모두에게 꼭 필요한 제품"이라며 "특히 우리 회사의 멀티바이알 제품은 세계에서 유일하기 때문에 국내뿐 아니라 해외 경쟁력도 있어 수출도 계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정건 대표가 STS바이오가 자체 개발한 '단일바이알형' CSTD를 들어보이고 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현대이지웰, 멸종위기 '황새' 서식지 조성활동 진행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토탈복지솔루션기업 현대이지웰은 지난 26일 충청북도 청주시 문의면 일대에서 황새 서식지 보전을 위한 무논 조성 활동을 전개

자사주 없애기 시작한 LG...8개 상장사 "기업가치 높이겠다"

LG그룹 8개 계열사가 자사주 소각, 추가 주주환원 등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계획을 28일 일제히 발표했다. 이날 LG그룹은 ㈜LG,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

쿠팡, 장애인 e스포츠 인재 채용확대 나선다

쿠팡이 중증장애인 e스포츠 인재 채용을 확대한다.쿠팡은 한국장애인개발원,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과 중증장애인 e스포츠 직무모델 개발과 고용 활성

[ESG;스코어] 공공기관 온실가스 감축실적 1위는 'HUG'...꼴찌는 어디?

공공부문 온실가스 감축실적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감축률이 가장 높았고, 보령시시설관리공단·목포해양대학교·기초과학연구원(IBS)

LG전자 신임 CEO에 류재철 사장...가전R&D서 잔뼈 굵은 경영자

LG전자 조주완 최고경영자(CEO)가 용퇴하고 신임 CEO에 류재철 HS사업본부장(사장)이 선임됐다.LG전자는 2026년 임원인사에서 생활가전 글로벌 1위를 이끈

네이버 인수 하루만에...두나무 업비트 '445억' 해킹사고

네이버가 두나무 인수결정을 한지 하루만에 두나무가 운영하는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에서 445억원 규모의 해킹사고가 터졌다.업비트는 27일 오전 두

기후/환경

+

'쓰레기 시멘트' 논란 18년만에...정부, 시멘트 안전성 조사

시멘트 제조과정에서 폐기물이 활용됨에 따라, 정부가 소비자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시멘트 안전성 조사에 착수한다.기후에너지환경부는 환경단체,

해변 미세플라스틱 농도 태풍 후 40배 늘었다...원인은?

폭염이나 홍수같은 기후재난이 미세플라스틱을 더 퍼트리면서 오염을 가속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27일(현지시간) 프랭크 켈리 영국 임페리얼 칼리

잠기고 무너지고...인니 수마트라 홍수와 산사태로 '아비규환'

몬순에 접어든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들이 홍수와 산사태로 역대급 피해가 발생했다.28일(현지시간) 가디언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수마트라섬에

현대이지웰, 멸종위기 '황새' 서식지 조성활동 진행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토탈복지솔루션기업 현대이지웰은 지난 26일 충청북도 청주시 문의면 일대에서 황새 서식지 보전을 위한 무논 조성 활동을 전개

[주말날씨] 11월 마지막날 '온화'...12월 되면 '기온 뚝'

11월의 마지막 주말 날씨는 비교적 온화하겠다. 일부 지역에는 비나 서리가 내려 새벽 빙판이나 살얼음을 조심해야겠다.오는 29∼30일에는 우리나라에

[ESG;스코어] 공공기관 온실가스 감축실적 1위는 'HUG'...꼴찌는 어디?

공공부문 온실가스 감축실적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감축률이 가장 높았고, 보령시시설관리공단·목포해양대학교·기초과학연구원(IBS)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