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니 출산율 떨어질 수밖에… 신혼부부 80% '빚쟁이'

김현호 기자 / 기사승인 : 2020-12-15 17:25:35
  • -
  • +
  • 인쇄
대출금 갚느라 출산은 뒷전...무자녀 신혼부부 '역대 최저'
"전세 대출도 다 못 갚았는데 어떻게 애를 덜컥 낳겠어요?" 

남편과 함께 휴대폰 판매점에서 운영하는 A씨(30)는 쓴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올해로 결혼한지 4년째인 그는 아직 자녀가 없다. A씨는 결혼 당시 받았던 전세대출이 아직 남아있다며 "아이를 좋아하지만 자녀 출산은 아직 엄두도 못낸다"면서 "전세대출을 갚으면서 아이를 잘 키울 자신이 없어요"라고 털어놨다.

오는 26일 결혼식을 올리는 예비신부 B씨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로 경기 하남시에 신혼집을 마련했다. B씨는 "집을 사긴 샀는데 이게 은행 집인지 내 집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살아오면서 만져보지도 못한 돈을 빌렸다는 사실이 무섭다"며 "앞으로 열심히 갚을 일만 남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달콤한 신혼생활을 기대한 신혼부부들의 현실은 그러지 못한 걸로 보인다. 매년 더 어려워지는 내 집 장만과 자녀 계획으로 신혼부부들의 걱정이 점점 더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A씨(30)는 "집안 어른들께서는 항상 빨리 결혼해서 부부가 같이 돈을 모으는 게 현명한 것이라고 하시지만 현실은 달랐다"며 "대출이자와 생활비로 지출이 더 커졌다"고 토로했다.

1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9 신혼부부통계 결과'에서도 이같은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신혼부부 10쌍 중 8쌍은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금액도 평균 1억1000만원으로 2018년보다 12.1% 증가했다.


◇ 평균소득 늘었지만 빚도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결혼 5차 이하인 신혼부부 평균소득은 5707만원으로 전년대비 3.7% 증가했다. 연간 소득 3000~5000만원 미만의 비중이 24.3%로 가장 높았고 5000~7000만원은 22.5%로 그 뒤를 이었다. 1억원 이상의 비중도 11.1%를 기록했다. 맞벌이 부부의 평균소득은 7582만원으로, 외벌이 부부 4316만원보다 약 1.8배 높았다.

신혼부부의 평균소득이 늘어난만큼 빚도 그만큼 늘었다. 통계청은 "금융권 대출잔액을 보유한 초혼 신혼부부 비중은 85.8%이며, 대출 잔액의 중앙값은 1억1208만원으로 전년보다 12.1%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신혼부부 10쌍 중 8쌍이 빚을 지고 결혼생활을 시작한다는 의미이다. 그중 대출금액이 3억원 이상인 부부도 10%나 됐다. 

현재 신혼부부 전세대출의 금리는 부부합산 연소득이 4000만원 초과 6000만원 이하일 때 임차보증금에 따라 1.8~2.1%로 책정된다. 이에 따라 대출금 3억원의 이자로만 매년 630만원을 내야 한다.

◇ 신혼부부 57% 무주택···'무자녀 신혼부부' 역대 최고

내집 마련에 성공한 신혼부부는 오히려 줄었다. 2019년 11월 1월 기준 주택을 소유하지 않은 신혼부부는 57.1%로 0.9%포인트(p) 올랐다. 많은 빚을 지고도 아파트 매입은 힘들다는 의미이다. 결혼 5년차가 된 신혼부부들도 내집 마련이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 결혼 5년차의 무주택 비율 역시 46.6%나 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신혼부부 출산율도 바닥이다. 신혼부부 가운데 자녀가 없는 비율이 전체의 42.5%로, 지난해보다 2.3%p 상승했다. 이는 신혼부부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비중이다. 평균 출생아 수는 2018년 0.74명에서 2019년 0.71명으로 0.03명 감소했다.

주목할 대목은 소득이 높을수록 자녀가 없는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라는 점이다. 연 소득 1000만원 미만의 신혼부부 가운데 36.1%만 자녀가 없는 반면, 연 소득 3000~5000만원에서는 38%가 자녀가 없다. 또 연 소득 5000~7000만원에서는 43.5%가 자녀가 없고, 1억원이 넘는 신혼부부 가운데 50.9%가 아직 자녀가 없다. 이는 대부분 전세 등 대출금을 갚기 위해 자녀 출산을 미뤄두고 맞벌이를 하고 있기 때문으로 통계청은 풀이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현대백화점, 추석 선물세트 포장재 종이로 교체 'ESG 강화'

이번 추석 선물세트 시장에서 현대백화점은 과일세트 포장을 100% 종이로 전환하며 ESG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현대백화점은 기존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K-컬쳐 뿌리 '국중박' 하이브와 손잡고 글로벌로 '뮷즈' 확장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하는 반려호랑이 '더피'의 굿즈를 판다는 소문이 나면서 전세계에서 가장 핫해진 국립중앙박물관이 방탄소년단(BTS)의 하

하나은행, 美글로벌파이낸스 선정 '2025 대한민국 최우수 수탁은행' 수상

하나은행은 미국의 글로벌 금융·경제 전문지 '글로벌파이낸스지(誌)'로부터 '2025 대한민국 최우수 수탁은행(Best Sub-Custodian Bank in Korea 2025)'으로 선

LG생활건강, 청년기후환경 프로그램 '그린밸류 유스' 활동 성료

LG생활건강이 자사의 청년기후환경활동가 육성 프로그램 '그린밸류 유스(YOUTH)'가 2025년 활동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2일 밝혔다. LG생활건강은 지

쏟아지는 추석선물세트...플라스틱·스티로폼 포장 '여전하네'

추석을 맞아 다양한 선물세트가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대를 장식하고 있는 가운데 아직도 플라스틱이나 스티로폼 포장재를 사용하고 있는 선물세트들

쿠팡 '납치광고' 반복한 파트너사 10곳 형사고소...수익금 몰수

쿠팡이 이용자 의사와 무관하게 쿠팡사이트로 이동시키는 이른바 '납치광고'를 해온 악성파트너사 10곳에 대해 형사고소를 진행한다고 1일 밝혔다.납

기후/환경

+

수령 어려진 열대우림...탄소저장공간 1억4000만톤 사라져

열대지역 나무들의 수령이 어려지면서, 숲에 저장돼있다 방출된 탄소가 1억4000만톤에 이른다는 연구가 나왔다.2일(현지시간) 독일 GFZ헬름홀츠 지구과

스위스 빙하, 2015년 이후 1000개 사라졌다...'전체의 25%'

스위스 빙하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2일(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 빙하연구소(GLAMOS) 연구팀은 2015년 이후 스위스 빙하가 약 25% 사라졌다

10억달러 피해 입힌 '괴물산불' 43%가 최근 10년에 발생

피해 금액이 10억달러가 넘는 대규모 산불의 약 절반이 최근 10년 사이에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2일(현지시간) 칼럼 커닝햄 호주 태즈메이니아대학 박

"고기는 일주일 한번"...'지구건강식단' 하루 사망자 4만명 줄인다

고기를 적당히 먹어도 식량 부문 탄소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하루 전세계 사망자를 최소 4만명씩 줄일 수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2일(현지시간) 요

유럽의 녹지, 매일 축구장 600개만큼 사라진다

유럽 대륙의 녹지가 개발로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영국과 유럽 전역의 위성 이미지를 분석한

기후대응 촉구한 교황...트럼프 겨냥한듯 "지구 외침에 귀기울여야"

교황 레오 14세가 사실상 기후회의론자들을 겨냥해 "지구의 외침에 귀를 기울이라"며 일침을 가했다.교황은 1일(현지시간) 로마 바티칸에서 열린 생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