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 협력 분야 넓어지는 상황에 교류 활발해 협력 확대될 것"
두 그룹의 총수가 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평소에도 돈독한 관계이고, 둘 모두 명분이나 형식보다는 실리를 중요시하는 성향이라는 점에서다. 또 '초연결'로 대표되는 미래 산업 분야에서 타 업종간 연계 분야가 점차 넓어지고 있다는 점도 두 그룹에게 협력 필요성을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빈소와 영결식 등에서 이 부회장과 정 회장은 돈독한 우정을 보여줬다. 정 회장은 재계 총수 중 가장 먼저 빈소를 찾아 이 부회장을 위로했고, 영결식에도 방문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지켰다.
이 부회장은 빈소가 차려지기 전인 25일 현대차에서 만든 팰리세이드를 타고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본인이 의도했는지는 몰라도 세간에서는 두 총수간 우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968년생인 이 부회장과 1970년생인 정 회장은 평소에도 자주 교류하면서 친하게 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두 사람은 실무진을 거치지 않고 직접 연락해 의견을 나누고 교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총수간의 친분은 두 그룹간 협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과 현대차는 최근 'K배터리'와 관련해 다양한 협력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른바 정 회장이 주도한 'K배터리 회동'에 이 부회장이 흔쾌히 응하면서 현대차의 미래 모빌리티에 삼성의 배터리가 장착된다는 전망을 가능케 했다.
이는 실무진의 건의에 의한 것이 아닌 정 회장의 아이디어를 이 부회장과 교류하면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지난 5월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방문했고, 두 달 후 이 부회장은 현대기아차 남양기술연구소를 답방했다. 이 자리에서 양사는 차세대 모빌리티 분야에서 다각도록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방한했을 때, 이 부회장이 주관한 재계와의 만남에 정 회장이 흔쾌히 수락하고 앞장서면서 자리를 빛낸 것으로 전해진다.
두 총수의 조부와 부친 시절만 해도 양 그룹은 경쟁 쪽에 무게가 실려왔다. 창업주인 고 이병철 삼성 회장과 고 정주영 현대 회장은 반도체에서 맞붙었다. 공교롭게도 두 회사 모두 1983년 반도체 사업에 진출하며 경쟁을 펼쳤고, 이는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세계 굴지의 반도체 회사를 키워낸 결과로 이어졌다.
1995년 고 이건희 회장 시절 삼성이 자동차 산업에 진출하면서 두 그룹간 갈등은 고조되기도 했다. 또 2015년에는 서울 삼성동 한전부지를 놓고 삼성과 현대차그룹이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두 그룹은 삼성의 자동차사업 철수 이후 사업적으로 겹치거나 교류할만한 부분이 크게 없었다. 그리고 한국 경제를 위해 재계가 해야할 일이 있거나 사적인 경조사 등에서는 힘을 합치고 서로 돈독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점이 3세에 이르러서는 사업적인 협력도 넓어질 것이라는 기대다. 무엇보다 미래 모빌리티와 배터리, 통신 기술 등 두 그룹이 협력해야 할 부분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실리'로 무장한 젊은 총수들이 비슷한 시기에 전면에 나서게 됐기 때문에, 게다가 그 두명이 서로 친한 사이라는 점에서 협력 기대감은 더 커진다.
재계 한 관계자는 "두 사람의 성향은 '자존심'이나 '명예'보다는 필요한 것을 위해서는 적과도 손을 잡는다는 '실리'를 챙기는 스타일"이라며 "미래 산업화로 인해 협력해야 할 부분도 많아지는 상황에서 총수간 교류가 활발하다는 점은 그만큼 협력하기도 쉽다는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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